한약을 살리자(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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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을 살리자(上)
  • 승인 2004.03.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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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수요 증가 속 한약 투약은 감소

10월 들어서부터 곤두박질 한 한의원을 비롯한 한약관련 업체의 경기가 최근에서야 조금 살아나는 듯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초까지 소형한의원은 예년보다 매출이 40∼50%, 대형이나 전문병원은 30% 정도 하락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방의료기관의 경영 침체는 무엇보다 경기 둔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업계에서는 현 시장상황을 IMF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 경기가 조금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올해 3월경이면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생산지수가 높아진 후 6개월이 지나면 기업·소비자지수가 높아진다는 통계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특별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고 현 상황이 계속 유지되면 3월경이면 소비자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어 한약 수요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램이다.

경기 탓 아니다

한의원 등 한약과 관련된 업계의 경기둔화는 한약재에서 중금속이나 잔류농약이 규정치 이상으로 나왔다거나 마두령·방기 사건과 같은 악재 그리고, IMF같은 사회전반에 걸친 침체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현 한방의료기관의 경기침체는 후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이유라면 경기가 회복되면 업계의 경영도 자연히 회복돼야 하나 이를 낙관하기는 힘들다. 한의사와 한방의료기관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 인식변화로 한약과 관련된 제품의 수요는 증가하지만 의료기관에서의 한약 소비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한약재의 생산량과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조사한 한약재 수입실적을 한의사 수 증가와 비교하면 한방의료기관의 한약 투약은 늘지 않아 한약재 수입 및 유통관련 업계 역시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새로운 한방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한약 의존도가 저하된 이유도 있지만 아직까지 한방의료기관의 첩약 의존도는 높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한약재의 생산량과 수입량을 합치면 (1994년과 1997년은 제외) 모두 7만5천톤 수준이거나 그 이하다.

물론 국내에서 생산된 한약재가 모두 원료의약품으로 소비된 것이 아니고 또 식품원료로 수입된 농산물이 한약재로 둔갑해 판매된 것도 있으나 전체 소비량의 추이를 크게 변화시킬 정도는 아니다.

2000년도에 부산 세관을 통해 한약재가 식품으로 수입된 량은 1만5천톤에 달하고 이중 상당량이 원료의약품으로 한방의료기관에 공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감초와 계피를 보면 94년에 각각 4천622톤 3천647톤이 수입됐던 것이 2000년에는 3천418톤 1천260톤으로 줄어들어 오히려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재 소비량은 상당부분 감소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제약회사에서 출시되는 한방제제의 경우 감초나 계피같이 함유량이 많은 한약재는 산지에서 엑스제로 만들어 수입해 오고, 소모량이 비교적 적은 한약재만을 초본형태로 수입된 것을 사용하는 실태로 보아 한방의료기관의 한약재 소비량이 감소했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업계선 수수방관

한편, 1993년에 5천834명이던 한의사는 2000년에 8천866명으로 52%나 증가했다. 결국 한의사 1인이 소비하는 한약재의 양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놓고 보면 한방의료가 국민들로부터 점차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한약에 대한 수요나 인식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방의료기관 등을 통한 한약의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첩약 가격에 대한 부담과 한약은 보약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살이 찐다’거나 ‘간에 해롭다’는 등 한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해마다 터져 나오는 중금속·농약 오염 사건 등은 한약의 투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한약재의 소비량이 줄어들었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첩약 가격은 10여년 전에 비해 큰 변동이 없다. 서울 강남 등 비교적 부유한 계층이 사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1제에 10만원 내외이다. 소득 향상과 물가상승에 비하면 첩약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약의 소비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한약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첫번째가 한약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금속·농약 등 자연환경의 오염과 정부의 부실한 관리가 함께 뒤섞여 한약재를 무방비 상태에 놓여지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의계를 비롯해 한약관련 단체에서는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한약에 대한 불신은 계속 쌓여만 가고 한방의료를 이용하는 사람은 증가해도 한약 투약은 증가하기 어려워 한약재 관련 업계 전체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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