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분위기를 침체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한의협 선거관리위원회가 회장 후보의 권역별 유세를 생략하기로 한 데 있다고 본다. 회장-수석부회장 입후보자가 한팀밖에 없어 유세를 생략했다는 건 납득이 안 가는 처사다. 회장 후보가 아무리 한명이라 하더라도 유권자와 만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런 만남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한의협 선거관리규정은 권역별 합동정책설명회 개최와 선거공보 1회 발행을 강제규정으로 못박고 있다. 누가 나오고, 정책이 무엇이며, 인물의 됨됨이를 알아야 찬반투표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광고, 언론보도 등의 방법도 후보자와 유권자를 매개하는 중요한 수단임은 물론이다.
현대의 선거는 공약선거다. 공약은 소속집단이 추구할 목표이자 임기가 끝날 때 즈음해서 집행부를 평가하는 잣대로서의 기능을 한다. 막연히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공약에는 집행부의 마스터 플랜이 담겨 있어야 한다. 공약의 추진배경과 철학, 추진절차, 목표, 효과 등이 세밀히 드러나야 한다. 과거 사업계획서 일부를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를 일이 아니다. 이번에 입후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공약들을 보면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든다.
한의계 일부에서는 직선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타 의약단체의 직선회장들이 회원의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부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여건이 다른 한의계로서는 무리하게 직선제를 도입하기보다 입후보제라도 제대로 시행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선거판이 난장이 돼서 구성원들이 욕구를 한껏 발산해야 선거 후 일상으로 돌아가 새출발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선거는 일종의 축제다. 한의협 회장선거도 난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원과 후보자가 만나 교감을 나누는 장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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