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정보] 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8 - 우백부(禹白附)와 관백부(關白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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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정보] 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8 - 우백부(禹白附)와 관백부(關白附)
  • 승인 2003.12.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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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판 백부자는 대부분 가짜


우리나라에서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백부자(노랑돌쩌귀 : Aconitum Koreanum R. Raymond)를 옛날부터 중풍의 합병증이나 구안와사(口眼와斜) 등에 사용해 왔다.

동의보감 본초부분에 백부자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본초에 백부자는 색이 희고 싹이 흑부자와 같으며 3월에 채근하여 폭건하여 포해 쓴다. 본경에는 신라에서 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신라의 백부자는 유명하여 1400여년 전에는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본초학의 효시(嚆矢)인 신농본초경에도 기록되어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백부자(노랑돌쩌귀)는 물론 천남성과에 속하는 독각련(獨角蓮 = Typhonium giganteum Engl)의 괴경을 백부자라고 하여 쓰고 이를 우백부(禹白附)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용하고 있는 백부자류를 중국에서는 관백부(關白附)라고 하여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특히, 백두산 지역에서 산출되는 황화오두(黃花烏頭 = Aconitum coreanum (Levl) Rap)를 관백부(關白附)로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백부자(노랑돌쩌귀)와는 형태와 품질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관백부는 맛이 甘辛하고 氣가 溫한 유독한 식물로서 약으로 이용할 때에는 찬물에 4~5일 침습시켜 조성(燥性)을 제거하고 회화(灰火) 중에 포재하여 제독하고 거피하여 쓰거나 또는 생두부와 같이 30분간 같이 끓여 백부자만을 골라 陰乾하여 쓴다.

이 약은 주로 주행하여 면상(面相)에 백병을 치료한다.
즉 몸의 상체에서는 중풍에 옹담(壅痰)과 구안와사를 치료하고 중체에는 심복통에, 체외로는 혈비(血痺)를 치료하고 하체에는 음낭의 습과 퇴전무력(腿臀無力)을 치료한다.

그러나 토란과 비슷하게 생긴 독각련(獨角蓮)을 우백부라고 하는데 맛이 辛하고 성이 온한 유독한 약으로 이용할 때에는 5~6일 동안 찬물에 담가 물을 자주 갈아주다가 꺼내서 다시 두부와 같이 30분 정도 끓인 다음 독각련만을 골라 음건해서 쓴다.

이 약은 남성의 효능과 유사하여 주로 풍담(風痰)을 치료하는데 한습(寒濕)을 제거하고 지경(止痙)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성미가 辛溫하여 승산(升散)하는 성질이 있어 상부로 올라가 두면에 중풍에 의한 담옹(痰壅)이나 구안와사, 언어건삽(言語蹇澁), 담궐두통(痰厥頭痛)에 주로 이용하고 외용으로는 나력(나력), 담핵(痰核)이나 독사교상(咬傷)에 바른다.

즉 우백부(禹白附)는 풍담이 경락에 저체하여 나타나는 중풍후유증이나, 파상풍에 주로 쓰고 관백부(關白附)는 풍한습사(風寒濕邪)에 의한 頭面部의 모든 질환에 쓴다.

단 우백부(獨角蓮)는 열성을 띤 혈압성 두현(頭眩)이나 소아경풍(小兒驚風)에는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80년대까지는 약재시장에 백부자(노랑돌쩌귀)가 희귀하지만 그런대로 거래가 있었다.

태백산이나 충청도 일부 심산에는 백부자(노랑돌쩌귀)가 많이 자생했으나 일부 몰지각한 꽃재배업자들이 자생꽃으로 많이 채취하여 판매하고 채약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채취하여 지금은 전문가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요즘 약재 시장에 가서 백부자의 거래내용을 자세히 보면 형태는 백부자와 매우 유사하지만 백부자에 비하여 몸표면에 2~3개 정도의 가는 나이테가 있고 흰반점이 많이 있으나 지상부에 줄기가 붙어있었던 흠집이 없다.

이 가짜 백부자는 소위 돼지먹이로 쓰는 돼지감자 또는 뚱딴지라고 하는 엉거시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북미원산으로 한약명은 국우(菊芋)라고 한다.

여기에 속하는 중국산 국화과 식물의 뿌리가 백부자 형태와 거의 같은 노랑돌쩌귀 백부자로 둔갑하여 시판하고 있다.

80년대부터 한약시장에 등장한 가짜 백부자는 시중 거래량의 99%를 차지할 정도다.
돼지감자는 덩이줄기에 맛이 달고 이눌린(inulin)이라는 주성분이 있는데 과당이나 알코올 원료로 사용하지만 중국산 가짜 백부자는 형태도 작아 성분이 어떤 것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한약 생산업자들이 의료업의 사명감이나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없어 가짜 백부자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이것을 모르고 한의사나 약사들이 본초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 가짜 백부자를 사용해 중풍후유증이나 구안와사를 치료하는 데 쓰고 있다.

우리나라 약재시장에는 천마는 파우(巴芋), 청상자는 비름씨·계관화씨, 조각자는 주엽나무가시 또는 탱자나무 가시, 산사는 애기사과·보골지·어거지씨 등 이름만 한약재일뿐 대용약이나 가짜약이 흔하고 또한 약재로 쓰지 못하는 너무 어리거나 과숙한 약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들도 많이 거래되고 있다.

특히 한진쑥은 초봄에 돋아날 때 채취한 약재라야 간의 청열이나 해독에 이용할 수 있으나 현재 시중에는 꽃이 피는 시기나 열매를 맺는 시기에 채취하여 향기가 강하고 기미가 유독하여 간에 오히려 부담을 주는 약재를 탕약이나 환약으로 사용하여 간염환자들이 많이 시달리고 있다.

이것도 학계에서 정확히 실험을 통하여 해명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한의업계는 앞으로 본초학의 지식을 다시 정확히 이해하여 이들 가짜약이나 대용약재 및 약재로 쓰지 못하는 저질품을 가려 한약재 시장의 윤리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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