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울림을 준 책속의 문장이 삶을 변화시킨다”
상태바
[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울림을 준 책속의 문장이 삶을 변화시킨다”
  • 승인 2016.08.19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돈

김진돈

mjmedi@http://


다시, 책은 도끼다


이 책은 강독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 소설, 에세이는 물론 예술과 역사를 다룬 인문서 등 다방면의 책들을 다뤘다. 다독보다는 깊게 읽는 독서, 작가의 명성, 작품에 부여된 세간의 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나만의 울림을 찾을 줄 아는 독특한 독법을 강조하며 흥미롭게 풀어냈다. 나에게 울림을 주었던 문장을 찾아내 각자의 삶 속에서 몸으로 실행하며 삶을 변화시키라고 당부한다.

박웅현 著
북하우스 刊

주옥같은 글들이 엄청 많은데 몇 가지 소개하면,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심사(深思) 즉, 깊이 생각함이 빠져 있다. 1년에 100권을 읽어야 하기에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는 노력이다. 양적으로 부족해도 주관적인 이성으로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 소중한 지식이 된다는 사실. 이런 식의 책 읽기가 되어야 삶이 바뀐다고 보았다.

인생을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旣存)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당대, 내가 타고난 삶의 조건 등 대부분은 기존인데 여기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나머지 1할인데, 그것의 9할은 기성(旣成)이다. 이미 이루어졌다. 나는 이제 오십대이고, 남자로 태어났고, 자녀가 셋이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이건 끝난 일이고 변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1할의 1할뿐, 바로 미성(未成)이다. 미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로 그것은 나의 하루이다. 진료하고 책 읽고 시 쓰고 가족과 저녁을 맛있게 먹고 TV보고 잘 자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내가 물성을 느끼며 만지며 사는 삶이 가치있는 것이고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과 같은 삶이다. 결국 현재의 삶이 최고의 축복이다. 사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당신의 삶이 단 하루뿐인 것처럼 인생의 모든 나날들을 살아가라고.

「1417년, 근대의 탄생」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 발화점이 되면서 우리 삶에 “왜?”라는 질문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케 해준 책이다. 저자는 루크레티우스가 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라는 필사본의 발견으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필사된 책은 당대 지식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몽테뉴, 마키아벨리, 보티첼리 등이 읽게 됐고 시대변화의 시작점이 되면서 이후 다윈,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중세는 “왜?”라는 질문이 없던 시대였고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나 르네상스 시대에는 “왜?”라는 질문이 존재했다. 결국 이 책은 신 중심의 중세 시대에서 인간 중심의 르네상스 시대로 건너가는 다리가 된다. 우연한 경로로 신본주의를 부정하는 책이 발견되어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것이 놀랍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중세시대를 닮았을까? 그리스 로마시대를 닮았을까?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토론을 요청하며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금 우리는 질문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가? 왜 대학에 가고 싶지? 왜 돈을 벌고 싶지? 왜 결혼을 하지? 왜 아이를 낳고 싶지? 이런 질문 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스스로에겐 묻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은 오직 하나만의 목적을 위해 질문을 내려놓은 시대, 중세와 닮아 있지 않나?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되고 어떻게 삶을 대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흐른다. 그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으로 순간순간 온전하고 싶었던 작가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서 있게나/ 자신 앞에서는 엄격한 얼굴로 서 있게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용감하게 서 있게나/ 일상 생활에서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칭찬할 때면 무심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야유할 때면 꼼짝도 하지 말게나. 이런 카잔차키스의 삶을 대하는 문장을 보면 롤모델하고 싶어진다.

카잔차키스는 ‘희망의 극복’이라는 말에서 희망을 극복의 대상으로 봤다는 것은 순간에 온전하겠다는 의지이다. 순간을 찬란하게 만들어야지 찬란한 순간을 기다릴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 매 순간이 꽃봉오리이다. 또 현실은 커튼 밖에 있다. 우리는 커튼 앞의 것들만 본다. 커튼의 앞과 뒤는 키치(kitsch)와 非 키치의 대비다. 소설을 쓸 때 커튼 앞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뒷모습까지 보여주려고 생각했던 대표적인 소설가가 세르반테스이다. 우리 삶은 산문의 세계인데 우리는 운문의 세계, 로맨스만 본다. 세르반테스는 산문의 세계인 치통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파우스트」에는 자본의 논리, 과학, 사랑, 남녀관계, 지식인, 종교, 자연, 죽음등 수많은 인간사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이 책은 한 편의 시를 읽듯, 한 줄 한 줄 명언을 읽듯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나가며 읽고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줄 만한 한 줄을 찾겠다는 목표로 읽어보기를 권한다.<값 1만6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