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진 치료 받은 뇌졸중 환자, 퇴원 3개월 뒤 사망률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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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진 치료 받은 뇌졸중 환자, 퇴원 3개월 뒤 사망률 낮아져”
  • 승인 2016.01.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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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자 기자

박애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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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양방 협진’ 박사 논문 낸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민정 한의사

[민족의학신문=박애자 기자] 2010년 1월 한·양방 협진이 허용됐지만, 협진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건정책학을 전공한 한 한의사가 ‘한·양방 협진의 도입 및 성과’에 대한 졸업 논문을 발표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치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박민정 한의사는 최근 ‘한·양방 협진의 도입 및 성과-뇌졸중환자의 의료이용과 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박사 학위 졸업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논문을 만든 계기와 현재 보건의료정책에서의 한의학의 입지, 향후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협진은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가장 좋은 제도이자 대안”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한·양방 협진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박민정 한의사.
▶최근 ‘한·양방 협진의 도입 및 성과-뇌졸중환자의 의료이용과 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졸업 논문을 발표했다.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달라.
2010년 법적으로 한·양방 협진이 허용됐지만, 협진에 대한 연구나 평가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 논문에서는 2010년 1월 31일부터 시작된 기관 내 협진 허용 정책 이후 어떤 요소들이 병원의 협진 도입에 영향을 미쳤고, 협진이 어떤 병원에서 어느 정도 활발히 실시되고 있는지, 협진 수진이 환자들의 의료이용과 질에 미친 영향은 어떠한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연구했다.
2012, 2013년 2년간 협진 병원에서 뇌졸중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성과평가 연구를 수행한 결과, 입원기간 중의 협진 수진은 해당 입원진료비와 입원기간, 일당진료비를 유의하게 높였다. 하지만, 협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퇴원 후 3개월 뒤 사망률과 1년 뒤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논문을 연구하게된 계기는.
현실적으로 협진이 한의계의 대안이 아니라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수련의 시절 당시 병원에서는 한·양방 협진을 활발하게 했고, 개인적으로 협진의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협진에 대한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게 됐다.

▶논문을 만들면서 어려운 점은.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자료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개인 연구자 자격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자료를 요청하고 받기까지 꽤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행히도 한의학연구원에서 지원해줘 큰 도움을 받았다.
또한, 논문 완성 후 심사 받는 과정이 힘들었다. 한·양방 협진이 뇌졸중 환자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결과 자체가 조심스러웠다. 논문 검증 과정에서 연구와 결과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많이 힘들었다.
▶이번 논문이 한의계에 가져다줄 영향은.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한·양방이 서로 배타적이고, 반목하는 상황에서 협진은 가장 좋은 제도이며, 대안이다.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 직역이 서로의 직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의사나 보건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협진의 필요성애 대해 한의사들이 생존하기 위해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논문을 통해 뇌졸중에 국한되기는 했지만, 협진을 통해 삶의 질과 의료 질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다른 질환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오면 협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있다.

▶3년 5개월 전 인터뷰에서 보건의료정책에서 한의계의 입지가 취약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보건의료정책에서 3년 5개월 전과 현재 상황은 여전히 비슷하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에서 주도적으로 한의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진행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는 점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이나 기반 연구 진행 등의 흐름은 확실히 3년 5개월 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비슷하다.
다만, 3년 5개월 전과 다른 게 있다면, 보건학이나 보건의료정책 연구에 관심 있는 한의계 후배들이 좀 더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의계 내에서 연구하는 새로운 인력들이 제법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특히, 근거중심의 평가를 통해 객관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흐름 속에서 한의약경제성평가 및 비교효과연구학회 창립, 통합한의학회 등 보건의료정책이나 보험 등을 연구하는 학회 등이 최근에 많이 생겼다.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 한약제제 현대화 사업 등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표준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 한약제제 현대화 사업 등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이원화된 의료 체계에서 정책적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자체는 좋게 평가할 수 있다. 한의진료가 제도권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다른 사람도 있겠지만, 한의진료도 급여화해 제도권 내에서 인정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의학이 보건의료계에서 확고하게 자리잡기 위해서 한의계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보건정책학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외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한의학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외부에서 한의계에 요구하는 것은 한의학의 표준화이다. 이러한 점을 임상 한의사들은 잘 못 느낀다. 저 역시 수련의를 하고, 임상을 할 때는 크게 느끼지 못 했었다. 한의학의 표준화와 효과 검증 작업은 당연하면서도, 외부에서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 중 하나다.
또한, 의학계처럼 한의계 정책이나 성과를 연구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를 많이 구성해야 한다.

▶현재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의료일원화를 놓고 한·양방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의료일원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국가 전체 의료 편익을 고려했을 때, 한의사들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도 보완대체의학을 일차의료와 어떻게 결합시킬까 연구를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시도를 해야 한다. 일차의료의 경우 환자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질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치료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의료기기는 필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의사들도 기본적인 현대 의료기기는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한의학의 미래를 위해서도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의료일원화의 경우 한·양방 각 직역에서 의료일원화에 대한 연구와 상호 이해, 공동의 노력들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양방 협진이 중요한다. 협진을 통해 양 직역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의료일원화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진로는.
호주 연방 정부 장학금으로 호주의 우수한 교육환경을 세계에 알리고 국가 간의 교육적 교류를 활성화해 학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프로그램인 Endeavour 장학금이 있다.
지난해 Endeavour Research Fellowship에 지원했는데, 운이 좋게 선정됐다. 이에 따라 졸업 후에는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 국립보완의학연구소에서 6개월 동안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한다. 6개월 동안 졸업 논문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뇌졸중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협진을 받았을 때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추는 효과가 있었지만, 비용은 더 많이 소요됐다. 이와 관련, 협진이 사회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등 경제성 평가에 대해 더 연구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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