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의계에 중요하게 필요한 것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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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의계에 중요하게 필요한 것들(2)
  • 승인 2015.10.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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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동

이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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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의계의 현재와 앞으로의 발전 방안은?’ <4> 이선동 상지대 한의대 교수

3. 근거중심한의학의 절대적 필요성 제기

비교는 학문하는 중요 수단이며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방법이다. 치료 전과 후, 나의 것과 남의 것, 대조군과 실험군은 비교를 위한 것이다. 비교를 통해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알 수 있어 학문은 발전한다.

이 선 동
상지대 한의대 교수
물론 비교대상이 서로 조건이 같고 객관적 일수록 좋다. 비교는 객관적으로 자료를 축적하는 수단이다. 당연히 비교는 표준화를 바탕으로 한다. 의학의 측면에서는 진단과 치료의 표준화와 연결된다.

표준화는 객관적 근거를 생산할 수 있다. 경험의학수준의 해결책은 진단과 치료과정의 표준화와 객관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너와 나의 진단과 치료과정이 같아야 한다. 모든 한의사의 진단과 치료가 같아지는 날까지 한의계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 우선은 나의, 나만이 잘못하거나 실수가 있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혹시 나보다 옆 한의사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잘못하거나 근거가 낮은 치료를 하여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사의 경험은 분명 진료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경험은 한의사들 간의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경험에 기반한 진료행위는 치료효과의 대소와 편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험이 많은 사람의 진료가 더 효과적이고 더 정확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경험이 오히려 과장되거나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자기 도그마에 빠져 한의계와 한의학발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왜냐하면 경험적 진료는 그 자체가 부정확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치료율을 측정할 수 없다.

이처럼 경험의학적 진료는 제각각 진단과 진료로 환자에게 언제나 실수와 잘못, 시행착오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의사, 환자 모두가 의료적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비근거중심적(경험적) 접근으로 인한 한의계의 피해는 너무나 컸다. 예를 들어 첩약건강보험 도입 시 반대논리자의 큰 빌미가 되어 실패했으며, 한의사 간의 진료편차가 심해 보험료 책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2009년 실손보험 보장범위에서 제외된 것, 한방건강보험 도입 시 반드시 필요한 신기술의 근거가 되는 논문이 없어 매번 미루어진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반드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도록 하는데 한의계는 각자의 경험은 많지만 논문이나 객관적 자료가 없어 정책에 반영이 안 되고 있는 형편이다. 모두가 한의계의 피해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금의 경험의학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한의학에서 EBM적 접근을 하는 것이다. 의료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며 정확성, 표준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근거중심의 진료가 되어야 한다.

근거중심의학은 오래전부터 보건의료계의 중요 화두로 양방은 상당부분 근거중심의학적 진단과 치료를 하고 있으며, 중의학도 이미 상당수의 진료지침서들이 개발되어 지침서대로 진료하지 않으면 보험적용의 혜택을 주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주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의 가치는 현재 개발된, 활용할 수 있는 의료방법 중에서 환자에게 최고의 효과적인 치료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와 의사의 치료만족도를 최고로 할 수 있다.

A라는 질병을 치료할 때 전통적으로는 의료인 맘대로(의료인의 경험 등에 기준) 선택하여 치료하지만, 근거중심의료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A환자에게 가장 효과적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의료인은 최고의 수준에서 최선을 다하여 인간의 고통과 맞서 싸워 인간을 보호해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거중심한의학은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경험의학과 비교되는 것으로 이미 수많은 환자의 치료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환자의 치료만족도를 최고로 높일 수 있다. 예측가능하고 재현성이 높으며 환자중심의료이다.


또한 표준화된 치료가 가능하고 과학적이며, 정확하고 안정적 진료로 환자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나의 치료효과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현재 한의사가 생각하는 치료효과는 많게는 40~50%의 가짜효과인 위약효과(placebo effect)가 포함되어 있다.

이 효과는 치료와 상관없는 것이며, 이것으로 인한 한의사나 한의계에 미치는 부작용은 매우 크다. 위약효과는 ‘치료효과가 있다는 느낌’일 뿐이며 환자의 진술로 믿을만한 근거로 여기지 않는다. 나, 우리의 치료결과가 과장되거나 왜곡되며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정확하고 올바른 통계가 불가능해진다.

근거중심한의학은 ‘근거수준 차이’를 의미하며 나의 진료행위를 좀 더 가치있고 떳떳하게 하며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존심을 지키는 과정이다. 한의사의 제각각 의료행위에 현재 환자와 사회적 평가는 모멸감에 가깝다. 이러한 모멸감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나 먼저, 그리고 전체 한의계가 스스로 바로서고 의료전문가로서의 자존감을 갖고 이것을 굳건히 해야 한다.

종합하면 한의사의 진료과정을 객관적이며 표준화해야 한다. 즉 근거중심한의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의계에서는 몇가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한의계가 현재의 한국 한의학의 문제를 인식하고 나의 진료가 전체 한의계와 환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더불어 협회, 학회 및 교수중심으로 표준화된 진료지침서를 만들고 전체 한의사는 이것을 의무적으로 따라야 한다. 다만 이런 과정은 많은 시간, 노력과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곧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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