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의협 대의원총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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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의협 대의원총회 유감
  • 승인 2015.03.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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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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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제60회 한의협 정기대의원총회가 22일 협회관 5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총회는 오랜 시간 진행됐다. 여러 번 총회 취재를 했지만 매번 참 소모적이라는 느낌이다. 불필요한 논쟁들로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시간에 쫓겨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곤 했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대의원들의 논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한 후, 정관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한 (일부를 제외한) 수많은 안건을 시간 관계상 한꺼번에 표결에 붙였으나 대부분이 부결됐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꼼꼼히 검토가 됐는지 의문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공직한의사의 정관 등록도 있었다.

한의협 정관에는 ‘공직한의사’가 등록돼 있지 않아 의협이나 치협에 비해 공공의료에 낮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걸음 나아가려 하는 데 발목을 잡힌 것이다.
지난 2월 임총 때도 느꼈지만 의장단의 회의 진행방식도 매끄럽지 않았다. 정관을 숙지하지 못해서일까. 대의원들이 의장단에게 정관에 이렇게 나와 있으니 이런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취재 중 아쉬운 점도 있다.
정관 개정의 건을 논의할 때 배포한 책자와 달리 수정된 부분이 많았는지 직원들이 별도 자료를 대의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한 부만 달라고 요청하니 “기자들에게는 아직 공개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라는 직원의 말이다. 정확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서 근거 자료는 필수다. 대외협력비나 정말로 외부로 유출되면 곤란한 예산자료라면 그래도 이해를 하겠는데 정관개정자료를 기자들에게는 나눠주지 말라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평소에도 자료요청에 인색해 아쉬웠던 부분이었는데 총회에서도 그러니 답답했다. 하는 수 없이 회의장에서 오가는 논의를 듣고 하나하나 신경 쓰며 모두 받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 이날 오전엔 대의원총회 의장의 개회사, 협회장의 인사말, 국회의원 및 보건의료단체장의 축사가 끝난 후 대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니 기자 및 대의원이 아닌 사람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달라고 했다. 주최 측에서 나가라니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의장 테이블에 있던 기자들의 노트북과 휴대폰을 일괄 수거해 박스에 보관해뒀단다. 몰래 녹음을 할까봐 내린 조치라고 했다. 12시 30분경 쫓겨난 기자 및 비대의원들이 다시 회의장에 입장한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 후로도 2차례나 더 기자들은 밖으로 쫓겨났다.

다른 보건의료단체 대의원총회를 여러 곳 가봐도 한의협처럼 이렇게 기자를 쫓아내면서 정기총회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기자들과 외부인들의 시선이 별로 중요치 않다고 여겨서 일까. 한의협이 이렇게 폐쇄적인 것은 너무 많은 외부의 공격을 받아서만 일까.

한의협의 정기총회가 60회를 맞았고 그동안 수많은 임시총회를 진행해왔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수많은 경험이 쌓였겠지만 총회의 비합리적 운영은 그대로다. 다음 총회 때는 조금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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