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옹의 도서비평] 2030년, 한약재 고갈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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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의 도서비평] 2030년, 한약재 고갈을 막으려면?
  • 승인 2014.11.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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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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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음식의 제국
최근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미래 지구의 암울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곡식이 하나씩 멸종되어 인류는 식량난에 시달리고 지구는 거대한 황사만이 존재하는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주인공들은 지구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추진한다. 비록 영화 속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영화와 같은 지구 멸망의 조짐은 보인다.
에번 D.G. 프레이저
앤드루 리마스 著
유영훈 譯
알에이치 코리아 刊

얼마 전 전염병으로 인한 바나나의 멸종 가능성이 제기되어 단일 품종 작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기사가 나왔었다. 개량한 단일 품종으로 전 세계에서 작물을 일률적으로 재배한다면, 해충이나 전염병이 나타날 경우 작물이 지구상에서 멸종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해충에 튼튼하고 비료가 필요 없는 유전자 조작 종자들을 개발하여도 슈퍼 해충이 등장하여 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
이처럼 「음식의 제국」에서 저자는 현 시기 식품의 위기가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역사적으로 제국들이 어떻게 멸망하였는지 식량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제국의 도시, 문화, 예술, 종교 등이 형성되려면 잉여 식품을 생산하고 저장하고 운반하여 교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로마제국, 중국 등의 역사를 보면 전쟁이나 기후의 변화 등으로 식량이 부족하였을 때 쇠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의 식량사정은 어떠한가?
풍요로운 곳에서는 넘쳐나는 식량으로 썩어가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치 곤란해 하고 있지만, 내전과 기후로 인하여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는 한 끼의 식사를 못해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다. 또한 중국의 성장으로 10억 이상의 인구들이 포식하는 나머지 식량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으나, 식량을 생산하는 농지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하여 유전자 조작을 이용한 품종 개량을 하고 있지만 그 만큼 단일 품종으로 인한 멸종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저자는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 번째로는 다양성 있는 작물을 키우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정 무역 제품을 구매하여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고 물건을 사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음식을 먹자는 것이고 네 번째로는 유기농 식품을 즐겨 먹자는 것이다. 용두사미 같은 이야기 같지만 각자 자기 나라의 식품을 잘 보존하는 것이 식량의 위기를 해결하고 지구 멸망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럼 한약재는 식품의 위기에서 자유로울까?
한약재 또한 역사적으로 보면 위태한 시기가 있었다. 고려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교역이 끊길 수 있는 수입 약재를 대체하기 위해 향약(鄕藥)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다수의 약재를 중국과는 다른 품종으로 써왔다.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중국의 약재와 다른 기원 식물로 약을 써야만 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도 한약재 수급을 걱정해야한다. 한국의 경우 중국의 저가 약재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해 갈아엎고 다른 농산물로 변경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약재 밭이 공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인 성장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한약을 찾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약재 값 폭등은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030년 한약재가 멸종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해결책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들이 인공적인 양약보다 한약을 애용하고, 한의사들이 토종약재 보존을 위해 노력하며, 정부에서 약재 유통과 수급을 조절하여 농민들이 마음 놓고 약재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겠다. 인류의 유산인 한의약을 보존하기 위하여 국민과 한의학계 그리고 정부차원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값 2만원)

정유옹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사암은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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