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69] 鮮漢藥物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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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69] 鮮漢藥物學
  • 승인 2003.08.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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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化學實驗에 분리된 本草


원서의 서명 앞에 ‘化學基本’이란 부제가 있어 이 책이 이미 전통적인 본초서의 기술방식과는 다른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로 본문 내용도 서양약리학적 입장에서 유효성분과 약리적 효능이 우선되고 식물분류학적 체계가 골간을 이루고 있다. 일제치하인 1931년(昭和 6) 처음 간행하였으며, 이 때는 韓日合倂 이후 전통 한의가 제도적으로 명맥을 이을 수 없었고 韓藥種商과 限地醫生 자격을 주어 한의를 대체하던 과도기적인 시기이다.

著作 兼 發行者는 당시 행림서원의 사주였던 李泰浩로 되어있는데, 실제 편집진은 세브란스(世富蘭시)병원 약국주임인 韓道濬과 京城藥專學校助手 藥劑師 金壽萬의 共編으로 되어 있다. 이들의 행적은 자세히 알려진 바 없으나 ‘鮮漢藥에 경험이 깊은 藥劑師’라고 소개된 것으로 보아 한약취급 경력이 많은 인물로 보인다.

서두에 朝鮮總督府 子爵 齋藤實의 題字, 京城帝大 醫學部 강사 石戶谷勉과 京城東西醫學硏究會長 金明汝의 序 그리고 경성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 교수이자 병원약국장이었던 李觀泳의 監修를 받은 것은 아마도 한약종상 자격시험용 수험서로 발행하면서 권위를 보장받고 관계당국의 지원을 얻고자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책의 편찬 목적은 例言의 첫 번째 항에 분명하게 나타나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本書는 我漢藥界에 對하야 一般的 新知識의 普及을 意味하는 一方, 漢藥種商受驗에 合格指導를 目的으로써 現代的化學實驗을 準據하야 編纂한것임.” 아울러 “약품에 대한 法令과 藥種營業에 관한 一切書式은 부록으로 添記하야 일반참고에 供함과 동시에 다시 수험생을 위하야 韓藥種商受驗의 要訣과 최근 실제의 문제를 集錄詳解함”이라고 밝혀져 있다. 또 부록으로 ‘漢藥種商試驗講本’이 달려 있고 맨 마지막에는 약초이름의 가나다순 색인이 붙어 있어 검색이 편리하게 되어 있다.

본문은 5개의 대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1편은 毒藥, 劇藥及普通藥, 2편 植物界의 漢藥, 3편 動物界의 漢藥, 4편 鑛物界의 漢藥, 5편은 藥品取扱上注意로 되어 있다. 2, 3, 4편에 수록된 주요 한약물은 크게 식물, 동물, 광물로 나누었으며 그 대상이 많은 식물류는 다시 章, 節, 項, 科 등 3~4단계로 세분해 놓아 자칫 분류가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植物界의 한약으로 顯花植物과 隱花植物로 나누고 顯花植物은 裸子植物과 被子植物 그리고 隱花植物은 羊齒類, 藻類, 地衣類, 菌類, 釀母菌類로 구분하였다. 또 피자식물은 單子葉과 雙子葉으로 나누고 다시 그 아래 離瓣花區, 合瓣花區로 나누었으며, 또 그 아래 科 혹은 類를 구분지어 놓고 약명을 배속하였기 때문에 온전히 식물분류학적 체계에 따라 약용식물을 열거한 셈이어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또 본초의 人部 약재는 分屬이 애매했던지 식물계와 동물계 사이에 人類門을 따로 두어 어정쩡한 위치에 배치해 두고 있다.

각개의 약물에 대해서는 異名, 産地, 基本, 製法, 狀態, 成分, 효能, 用法, 禁忌, 用量 등의 세부 사항이 기재되어 있는데 基本, 狀態, 효能, 用法 등 몇 가지 외에는 절대 요소가 아니고 약물에 따라 기재내용이 많이 차이가 있다. 특히 별명 및 효능에 있어서는 수험상 필요를 감안하여 日文名 혹은 원문 그대로 화학기호로 표기해 놓았다고 밝혔다. 효能은 대개 新學說에 기준하여 强壯劑, 健胃劑, 下劑, 利尿劑, 收斂劑, …… 緩和劑, 民間藥 등으로 표시하였다. 그 구분은 지극히 양약의 효능제제 분류이기에 돌이켜 볼 가치가 없으나 例言에 각 분류에 해당하는 본초 효능을 ‘本草所謂○○藥’이라고 대비해 놓은 것은 간혹 참고할 만하다.

순수하게 본초학적인 기술은 효능 항목 안에 별도의 부호를 달아 표기하였는데 氣味, 分引經絡, 主治 등 전통적인 본초의 주요 기재항목이 축합된 상태로 표시되어 있어 기재 방식상 주종관계가 뒤집힌 형태이다. 그래도 편자의 敍言에 ‘我漢醫藥學의 支流에서 歐洲自然科學의 博物學과 理化學이 분기하여 진보 발달했다’고 전제하고 ‘我漢藥의 成分效用을 연구해서 新生藥의 化學的實驗硏究가 接踵하게 되었으며 漢藥品의 新硏究를 행할 門路를 열기 위하여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밝힌 포부가 그나마 위안을 느끼게 하는 대목인 셈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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