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草堂遺訣」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한 독특한 운기 치법서로 잘 알려진 「草窓訣」의 異本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초창결」은 본명이 尹東里, 호가 草窓(艸창, 草창), 字가 子美인 분이 지은 것이라 전하고 있다. 그는 숙종 때 활약한 儒醫로 알려져 있을 뿐 자세한 사적이 전해지지 않으며, 수없이 여러 차례 사본을 轉寫하는 과정에서 草堂道人, 草廬道士, 草窓道人 등 엇비슷한 여러 가지 명칭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명 또한 다양하게 전하고 있는데, 흔히 알려진 것만 해도 運氣衍論, 三理訣, 圓機活法, 五運六氣編, 五六論 등이 있다.
원래 草窓이란 明나라 吳縣(江蘇省 長州)에서 의원을 했던 劉溥의 호로 그는 周濂溪를 흠모하여 창 앞의 풀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하여 유래(常慕濂溪, 창前草不除, 故以草창自號)된 것으로 저자도 역시 이를 본떠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劉溥는 자가 元博으로 그의 아버지 劉觀은 太醫院 御醫를 지낸 인물이며, 그 역시 의학의 이치에 정통하여 어의에 임명되었다.
그는 東垣 李고의 학설을 追崇하여 용약에 있어서 中氣를 보존하고 攻瀉法을 즐겨하지 않았다. 「醫學入門」·歷代醫學姓氏에 기록된 그의 사적은 儒醫편에 기재되어 있다.
저자의 서문에 ‘崇禎再乙巳七月上澣’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명나라 毅宗 즉위 후 두 번째 乙巳年 즉 1725년 조선 英祖 元年에 서문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발문에 ‘사友尹君子美’라는 기록이 있어 자자의 벗인 淡窩라는 분이 발문을 썼지만 그 역시 未詳이며, 작성 시기는 1736년 丙辰年으로 여겨진다. 발문을 보면 저자에 대해 ‘發千載未發之見, 繼千載未傅之緖’라고 극찬하였으며 이 책의 주 내용인 運氣論은 마치 指南車가 남쪽을 가리키는 듯하고 거북의 등껍질이 갈라져 징조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 책은 대략 2부로 구성되어 있어 전반부 運氣衍論과 후반부 用藥勸으로 대별된다. 운기연론은 서문 외에 生年과 當年 운기에 따른 질병 양상과 運氣詩, 六氣論, 跋文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은 대개 尹東里의 運氣大法으로 기본이론의 소개에 해당하며 총론부라 할 수 있다. 또 용약권은 별도로 서문과 五運五臟, 雜錄, 單方, 臟腑補瀉方, 臟腑把守藥, 五運之歲太過不及, 審病 등으로 엮어져 있다.
여기에는 실제 운기변화에 따른 질병발생 양상과 대표처방 및 오장과의 배합이 설명되어 있으며 약물의 가감용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雜錄으로 우리나라 경험의서 중 가장 풍부한 분량의 처방 誤用에 따른 부작용과 그에 따른 처치법에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기록으로 조선 후기 임상경험이 축적되어 이룩한 성과이자 고유의학의 특징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다.
아울러 用藥勤序 역시 저자인 윤동리의 自撰으로 대대로 이어온 三世醫業의 계보와 의학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져 있어 빠뜨려서는 안 될 주요 부분이다. 그의 집안은 讀易薺, 農村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의학전통(醫淵之有素)을 갖고 있으며 20여년 의료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글은 ‘不肖東里謹識 歲丙寅仲夏’로 밝혀져 있는 바 1746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며 앞부분과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집필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것이 여러 가지 이본을 낳게 한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앞서 저자의 친구가 운기연론의 발문에서 ‘醫是雜技’라 평한데 대해 저자는 용약권서에서 ‘醫亦一學’이라고 응수하고 있다.
또 “그대는 올곧은 선비인데 어찌 선비의 신분으로 잡기를 生業으로 삼으려 하는가!”라고 탄식조로 마무리한데 대해 “이제는 학문이 어렵지 않다고 감히 내세우지 못하지만 用藥 한 구절에 대해서만은 스스로 사양할 필요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는 그저 단순히 운기론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한 처방으로 해를 봤을 경우 다른 처방으로 이를 구하고, 어떤 약재를 잘못 썼으면 다른 약으로 解毒하여 인명을 구제하는 圓機運活法을 주창한 稀代의 秘訣書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저작권자 © 민족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