瘟疫에 맥상이 沈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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瘟疫에 맥상이 沈할 때
  • 승인 2013.07.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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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용

백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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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용 원장 <주학해의 ‘독의수필’> 다시 읽다: ‘평주독의수필(評注讀醫隨筆)’ <5>

-시간이 흐르면 질병의 病情도 바뀌니, 옛것으로 새것을 치료할 수 있다고 고집하지 말라. 의사의 식견은 中心과 權衡이다.


[원문해석]근래 時疫 중에 이른 바 喉痧라는 것이 있는데, 처음 발병할 때 맥상이 모두 沈細한데 특히 三部[寸關尺] 중 양쪽 尺部가 심하고 양쪽 척부 중 왼쪽이 더욱 심하며, 처음 이를 때는 맥동의 횟수가 오히려 명료하게 나타나고 손가락 끝에서 힘있게 반응하다가 1~2일이 지나면서 점차 급박해지면서 숨어버린 듯 모호하고 눌러 잡으면 흩어진다[散].

옛말에 ‘溫病은 邪氣가 中道[식도와 腸胃의 사이]를 따라 陽明經에서 일어나며 맥상은 우측이 좌측보다 大하다’고 하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熱性의 혼탁한 독기가 폐장과 胃腑를 훈증할 때로 맥상의 형태가 반드시 緩長洪大하고 흐릿흐릿 명료하지 못하리니’, 中氣가 혼탁하고 中焦에 濕熱이 쌓였기 때문이다.

근래 (疫病의) 病情은 사기가 少陰經에 잠복한 상태에서, 겨울철이 따뜻하고 춥지 않아 陽氣가 잠장하지 못해 陰精이 삭아 흩어졌거나, 고량진미를 마구 먹어 脾胃에 쌓인 혼탁한 열기가 밑으로 흘러 腎水를 손상시켰거나, 성생활에 절제가 없어 음정이 아래로 탈진되고 봄철 양기가 상승하려는 시절에 이르러 음정이 양기를 실어 위로 도달케 하지 못하므로, 이미 상승해버린 虛陽도 도중에 인후에서 그치고 큰 表分까지 도달할 수 없음이다. 그 毒氣 중 아직 온전히 상승하지 못한 것은 밑으로 腎臟 속에 빠져들어 훈증하고 태우니 음정이 다 달아지면 죽는다. 이른 바 ‘겨울철의 기세를 거스르면 少陰이 藏精하지 못해 腎氣만 홀로 가라앉다’이다.

치료법은 猪膚湯과 麻黃附子細辛湯 등을 참고하여 쓰는데, 두 개의 처방을 함께 쓰면서 麻黃을 감량하고 附子를 生用으로 바꿀 때는 아울러 黨參을 대량으로 가미해서 독기를 透達시켜야 하니, 독기가 흩어지면 陰氣를 보존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매번 喉痧의 病症은 ‘폐장과 위부에서 發散시켜야 한다는 기성의 치료법’에 구애되어 苦寒하여 淸降작용이 있는 약물로 폐장과 위부를 淸淑시키려고만 하므로, 熱毒이 더욱 투달하여 빠져나갈 길이 없어진다.

石頑은 “傷寒에 尺部와 寸部가 모두 沈한 맥상이 나타나면 少陰病이니, 少陰 한 經은 死症이 가장 많은데 사기가 깊이 들면 正氣가 스스로 떨쳐 일어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봄, 여름철에 발생하는 溫病, 熱病 등에 沈小, 微弱, 短澁한 맥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이는 잠복한 熱邪의 독기가 少陰經에 울체해서 陽分으로 뛰쳐나갈 수 없음이니, 몸에서는 大熱이 나면서도 발에서만 열이 나지 않은 상태라면 한결같이 구제할 수 없다. 오직 沈하면서 實한 맥상으로 陽明經 腑分의 實症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서둘러 承氣湯으로 攻下시켜야 하고 陽症에 陰脈이라는 범례에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 시절에 따라 유행하는 疫癘[전염병] 중에 沈한 맥상이 나타난다면 한결같이 毒邪가 안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니, 攻下시킬 수 있는 증상이 없다면 만에 하나도 살아날 수 있는 이치가 없다”고 하였다.

이 논술은 상세하다고 할 만하지만, ‘脈沈無下證必死者’라고 한 것에 이른다면 공하시킬 수 없는 상태이니 공하시키더라도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만 번 죽을 경우에 한 가닥 生路를 찾는다면 어떤 길을 따라야 하는가? ‘下奪[공하]시키는 길을 쫓지 않고 上提하는 방법을 따라야 하니, 거듭 陰精을 채워서 양기를 升擧시켜야 가능할 것이다.’ …

[평주]이전에 유행하던 疫病[溫疫]과 지금 유행하는 역병의 病情이 다름을 거론하여, 의사가 질병을 접할 때 타성에 젖어 진체를 놓치는 우가 있어서는 안 됨을 적시하고 있다.
같은 역병이라고 할지라도 사기의 성질이나 계절성에 따라 발병경로와 발현증상 및 맥상이 달라 명료하게 분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옛날 한때 유행했던 역병은 發病分域이 폐장과 위부이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성홍열은 少陰經의 臟分인 신장에 뿌리를 두고 그 경로를 따라 인후부위에서 발동하므로, 달리 辨證하고 달리 치료해야한다. 이를 三陰三陽經의 분절에 따른 신형의 영역적 분포[分域]로 발병경로의 病機的 특성을 유추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온역 중 입과 코를 통해서 침습한 사기에 의해 발병한 경우는 대체적으로 陽明經 위부에 근접한 膜原으로 침습해서 잠복하여 있다가, 그 사기의 경향에 따라 상하, 내외로 각기 다른 행로[발병경로-病路]를 잡는다. 그러므로 전자는 양명경으로 진입해서 手足太陰經으로 病路를 확장하면서 病機를 운영하고, 후자는 양명경에서 소음경으로 병로를 뚫어가면서 病機를 발동한다.

병로가 양명경에서 태음경으로 확장해간다면 곧 津液의 고갈로 煩躁, 壯熱 등이 유발되고, 血分(手少陰經)까지 파급되면 혀의 發赤腫大, 發疹, 神志昏迷(譫語, 發狂 등) 등이 나타날 것이다. 소음경으로 뚫고 들어간다면 陰精을 손상해서 소음경의 분역인 생식기와 인후부위의 손상 및 發赤腫脹, 발열 등이 일어나고 혈분(足太陰·厥陰經)으로 파급되면 發疹, 出血 등이 나타날 것이다. 태음경은 신형의 表分과 맞닿아 있으므로 熱毒을 외표로 돌려 흩어낼 수 있지만, 소음경으로 함입한 경우에는 독기가 빠져나갈 경로[出路]를 확보해주지 않는다면 결코 病根을 끊어낼 수 없다. 따라서 石頑은 맥상이 沈하면서 實한 상태 즉 양명경 腑分의 實症이 혼재한 病症의 경우에만 承氣湯을 쓸 수 있는 한가닥 生路가 있다고 하였다. 출로를 양명경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學海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결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上提之法 즉 음정을 충실하게 만들어 양기를 승거시켜 사기의 출로를 열어주는 것이다. 출로를 소음경의 표리관계인 太陽經에서 찾고 있다. 이는 東武가 少陰人病에서 ‘脈弦者, 生, 脈澁者, 死’에 대한 仲景의 논설을 비판하면서 ‘益氣升陽’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八物君子湯, 川芎桂枝湯, 黃芪桂枝湯, 藿香正氣散, 香砂養胃湯 등을 선후로 투여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것과 상통한 면이 있다.

중국 淸代 余師愚는 『疫疹一得』을 지어 온역의 각 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개괄하고 치료방으로 淸瘟敗毒飮 加減方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성홍열에 대한 치료방으로, 淸瘟敗毒飮(生石膏 八兩 ~ 一兩二錢) 小生地(六錢 ~二錢) 烏犀角(八錢 ~ 二錢) 眞川連(六錢 ~一錢) 梔子 桔梗 黃芩 知母 赤芍 元參 連翹 甘草 丹皮 鮮竹葉)에 石膏, 元參, 桔梗 등을 증입하고 牛蒡子, 射干, 山豆根 등을 가미한다고 하였다. 足少陰經을 제외한 營衛氣血의 모든 분역에서 熱毒을 가차없이 탕척하는 처방이다. 서로 참고할 만하다. 

1)특정한 시절[계절]에 유행하는 질병 중 전염성과 치사율이 강한 질병을 ‘時疫’이라고 한다.
2)爛喉丹痧, 난후사라고도 하며, 지금의 猩紅熱을 말한다.
3)큰 表分은 체표 중 가장 외부로 나와 있는 부분이니, 곧 厥陰經의 끝머리이자 太陽經이 활짝 펼쳐지는 頭頂部이다.
4)疫病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溫疫이고 다른 하나는 寒疫이다. 온역은 주로 날씨가 따뜻해질 때 유행하고 한역은 추워질 때 유행하는데, 지금 溫病學에서는 주로 온역만 다루고 한역에 대해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 지금 유행하는 유행독감, 구제역, 조류독감 등은 한역에 속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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