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두려워하는 추상적 문제들 풀렸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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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두려워하는 추상적 문제들 풀렸으면 해요”
  • 승인 2013.06.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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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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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에 대한 두려움’ 논문 쓴 김윤지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연구원
환자들은 한의학적인 치료에 있어서 침과 한약을 가장 대표적으로 생각한다. 침을 맞으면 통증이 사라지고 몸이 개운한 기분을 느껴 찾는 사람들도 많지만 단순히 침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 경희대학교 침구경락과학 연구센터에서는 채윤병(39) 교수 지도하에 최근 ‘침 두려움 설문’을 개발하고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침을 두려워하는지 275명에게 설문을 받아 작성된 이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김윤지(27) 연구원을 만났다.

16개 항목 275명 설문조사 ‘치료 감소 효과’ 연구
“두려움 평가 도구 개발로 임상 등에 도움됐으면”


▶침 두려움 설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주제 설정 배경은 무엇인가.
◇환자와 의사, 둘 사이를 방해하는 것과 가깝게 하는 요인에 관심이 많다는 김윤지 연구원. <김춘호 기자>

평소 환자와 의사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둘 사이의 관계를 방해하는 요인과 가깝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와 더불어 플라시보(Placebo)에 관련해서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병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믿음이 치료효과를 더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개념으로는 노시보(Nocebo)가 있다. 이것은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 등이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현재 침의 기대감에 대한 설문은 나와 있다. 하지만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침을 얼마나 무서워하고 왜 두려워하나’ 등 두려움의 실체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구를 하거나 임상에서 사람들이 침에 대한 거부감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을 경우 제대로 된 치료효과나 연구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자체도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두려움에 대해 사람들은 실제적으로 얼마만큼 두려워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아야겠다는 식으로 논의되고, 침에 대한 두려움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가 개발이 돼서 임상이나 연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주로 어떤 내용이 게재 돼 있나.
우선 설문에는 총 16문항이 있다. 문항들을 개발하는 과정도 들어갔다. 그 과정은 50명에게 개방형 질문으로 침이 언제, 무엇 때문에 두렵냐 등의 질문을 받아서 한의학 또는 인지과학을 전공하신 연구자들이 같이 설문항목을 추출해서 16가지를 만들었다. 설문내용은 ▲침을 보는 것이 두렵다 ▲내가 침을 맞는 것을 보는 것이 두렵다 ▲다른 사람이 침을 맞는 것을 보는 것이 두렵다 ▲침을 맞을 때 따끔한 것이 두렵다 ▲침이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두렵다 ▲얼굴에 침을 맞는 것이 두렵다 ▲손발에 침을 맞는 것이 두렵다 ▲몸통에 침을 맞는 것이 두렵다 ▲침을 잘못된 곳에 맞을까봐 두렵다 ▲침을 맞고 불쾌한 감각이 발생할까봐 두렵다 ▲침을 맞고 신경의 이상이 발생할까 봐 두렵다 ▲침을 맞고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할까봐 두렵다 ▲침을 맞고 출혈이 발생할까봐 두렵다 ▲침을 맞고 멍이 들까봐 두렵다 ▲침을 맞고 감염될까봐 두렵다 ▲침을 맞고 다른 부위에 이상이 생길까봐 두렵다 등이다.
275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내적 일관성, 요인분석 등 통계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했으며 더불어 33명에게는 5주 뒤에 재설문해서 얼마만큼 한사람에게 일관적인 결과가 나왔는지의 신뢰도 등 통계적으로 작성된 내용이 수록돼 있다.
문항별로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구성됐으며 ▲얼굴에 침 맞는 것이 두렵다가 3.28점으로 가장 높았고 ▲침치료를 받고 멍이들까봐 두렵다가 1.85점으로 가장 낮았다.

▶논문을 작성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설문에 들어갈 항목을 추출하는 것이 어려웠다. 50명에게 항목을 받고 그것들을 어떤 식으로 분류를 해야 효과적인 결과가 나올까 고민했다. 사람들이 느끼는 침에 대한 두려움이 과연 침을 맞는 부위의 문제냐 아니면 침을 맞는 것을 보는 것의 문제냐 등 여러 요인들이 있었다. 이를 결과로 정리한 것이 첫째, 침이 유발하는 찌를 때 따끔한 공포감, 둘째 사람들이 침 치료에 대해서 신경손상과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분류됐다.
초창기에는 분류하기 위해 논의가 길어졌었는데 두 요인으로 나눠진 후부터는 수월했고 통계분석 중 요인분석이라는 것이 있다. 실제적으로 275명의 설문을 다 받고 요인 분석을 했을 때 예측했던 것처럼 통계적으로 두 가지 요인이 나왔다. 사람들이 침에 대해 따끔함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있구나 라는 것을 파악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특정그룹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받는 것이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설문지를 내밀면서 협조를 구해야 했다. 흔쾌히 해주시는 분도 있었던 반면 거부감을 갖고 계신분도 있었다. 설문지를 작성한 사람들 중에는 건강한 사람도 있고 아픈 사람도 있었다. 또 학교 선생님과 학부형 등을 비롯해 경희대 학생들, 타 학교 학생들, 경희의료원의 외래환자들 등 다양하게 나눠서 진행했다.
사실 예전에도 설문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었다. 당시엔 외국인을 상대로 해서 우호적이었으나 다양한 반응의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받아본 건 새로운 경험이었고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 논문이 향후 한의계에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나.
침을 왜 두려워하는가에 대한 추상적인 것들이 어느 정도 풀렸으면 한다. 또 연구를 진행할 때 지나치게 공포감이 높은 사람은 배제할 수도 있고 임상연구에서 기본적으로 볼 수 있는 툴이 됐으면 좋겠다. ‘침 두려움 설문’을 이용해서 후속연구를 생각하고 있다.
이런 공포감을 조금은 매니지먼트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침에 대한 두려움이 비논리적이고 또 정당하게 침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 매니지먼트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얼마만큼 두려운지 알아야 평가를 하는 것이니깐 평가도구로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향후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다. 환자들이 어떤 심리적인 과정들을 통해서 치료에 접근을 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관해 관심이 많다. 또 개인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관심이 있다. 사실은 의학도 거대한 사회흐름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침 두려움 설문’을 이용해서 공부를 더 하고 싶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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