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 뭉친 한의사들…“우리에겐 명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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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친 한의사들…“우리에겐 명분이 있다”
  • 승인 2013.01.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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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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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안재규)가 1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천연물신약 무효화 및 정부의 불공정 정책 규탄을 위한 ‘범한의계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휴진한 2만 한의사와 한의가족, 미래의 한의사인 전국 12개 한의과 대학 2000여 명의 학생, 직원 등이 자발적 참여에 나섰다. 천연물신약 정책 재정비를 촉구하며 이날 궐기대회에 참여한 한의사와 예비 한의사들의 현장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보았다.  <편집자 주>

추운날씨에 대비해 단단히 채비하고 궐기대회에 합류한 젊은 한의사들. <김슬기 기자>
“조금씩 불꽃이 일어나”

▶수원 김선호한의원 김선호 원장(52)
그동안 한의계는 현안의 중요성에 대해 쟁점을 벗어나 서로 헐뜯는데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한의계가 하나의 뜻으로 함께 외치고 있다. 이렇게 선후배가 함께 자리했다는 것은 진정 한의사들의 오랜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힘을 더 집중해 천연물신약이나 첩약의보, 의료기기 문제를 정상화시키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명분이 있다. 천연물신약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국민건강권이 위협받고 있고 천연물로 인해 국민건강보험료 혈세들이 낭비되고 있다. 이 같은 명분을 끝까지 끌고가야 한다. 조금씩 불꽃이 일고 있다. 최근 천연물신약을 만든 제약회사에서는 천연물신약이 한약임을 인정했고, 정부에서도 한의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좀 더 힘을 모으고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자. 진짜 쟁점에 도달하자. 바로 오늘처럼 말이다.

“현안에 그동안 너무 무신경”

▶휴가 내고 집회 참석 ○○○ 공보의(28)
현재 한의계가 대내외적으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 40대 집행부가 한의계의 중요 현안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안 썼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급하게 일을 추진하는 면이 있다. 이제 와서 시급히 대처하는 안일함이 안타깝다. 협회 차원에서 그동안 대외적으로 이런 활동들을 했어야 하는데, 평회원들의 입장을 잘 반영하지 않은 이런 일이 있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이제와서 대처하는 것이 안타깝다.

“‘한약의 제형변화’일 뿐이다”

▶인천시지부 최용석 원장(43)
일단 정부에서 ‘한약’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포장해서 캡슐이나 알약형태로 만들어 ‘천연물신약’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끼워 맞춰 둔갑시킨 것에 앞장을 섰다는 것이 불신감을 만들고 있다. 그것도 한약에 대한 전문적 지식 없는 의사가 사용을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법’을 악용해서 A를 B로 둔갑시킨 꼴이다. 한의사들이 법자체가 잘못됐다고 위법성을 주장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천연물신약’의 정확한 기준은 천연물에서 추출한 기존에 없던 의약성분을 말하는데, 이것은  발명이나 발견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어도 천연물신약을 개발하지 못한 거다. 그에 대한 책임추궁이 겁나 지금의 현 비정상적인 법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이런 비정상적인 법으로 천연물신약을 만들어봐야 세계적으로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국민 건강권 관점에서 접근을”

▶경남지부 김해분회 이현효 원장(33)
우리는 김해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오후 1시에 도착했다. 오늘 진료를 해야 하는데, 진료를 쉬고 오니까 마음이 아프다. 경남 김해에는 한의원이 모두 98개 있는데 70여 명의 동료한의사들과 함께 올라왔다. 국민건강권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 아닌가.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국민의 행복’이기 때문에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건강권의 관점에서 천연물신약문제를 접근해줬으면 좋겠다.

▶개원준비 중인 ○○○ 한의사(40)
학생 때부터 이와 관련한 문제들이 많이 노출됐지만, 아직도 해결 되지 않았다. 모든 한의사들이 사안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학생 때부터 천연물신약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핵심은 독립 한의약법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한의사라는 면허를 줬고, 면허는 배타적인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을 못받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해 한의사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불만이 누적됐다가 이번 사안이 발생했다고 본다.   

“힘들고 먼 길일지라도  그래도 가야만 한다”

궐기대회에 동참한 허창회 전 한의협회장(오른쪽 두번 째) 등 한의계 원로들이 한 목소리로 ‘천연물신약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신은주 기자>
▶허창회 전 대한한의사협회장
이번에 선후배 한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나이가 많고 적고 상관없이 이렇게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한의계 전체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천연물신약 문제는 금방 끝날 투쟁이 아니다. 정부, 제약계, 의료계 등 거대세력과의 투쟁이기 때문에 단단히 각오하고 한의가족 모두가 똘똘 뭉쳐 장기적으로 싸워나가야 한다.
우리에게는 왜곡된 정책으로 인해 국민건강의 위협과 건강의료보험의 재정파탄을 막고자하는 명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쟁해나간다면 한의계의 뜻이 싸움의 결과에 많이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과정은 힘들고 먼 길이다. 특히 처음에는 더 힘들 것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이모저모

○…동의대학교 학생들은 한의대생 전체의 30%가 넘는 9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궐기대회 참여를 위해 부산시청 앞에 새벽 6시 반에 집결해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고.
○…한의사들 중에서도 현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최근 한의쉼터를 통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고. 최근 언론에서 많이 다루면서 관심을 갖고 알게 된 것이라 했다. 한의학 처방자체를 전탕을 해서 액기스를 캡슐에 넣어 양약으로 만든다고 하니 누가 받아들이겠냐고 흥분했다.
○…궐기대회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한의학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최근까지도 이슈에 대해 잘 몰랐다고 부끄러워했다.  지난해 8월부터 각 학교 내의 동아리를 중심으로 자료를 만들어 홍보에 나서고 비상총회나 개강총회를 통해 관련 사안을 주지시켰지만 참여도는 크지 않아 서운했다고.

 한의대생들 반응

▶대전대 한의대 본과 2학년 황○○  
대전대에서는 학생 200여 명이 버스 3대를 동원해 참여했다. 1990년대 한약분쟁 이후에 한의계와 한의사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번 궐기대회에 참여했다. 이런 사안에 학생이라고 뒤로 한발 물러나 바라볼게 아니라 한의대생들이 한의계의 미래가 될 사람이므로 다 같이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라 나중에 정책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고민을 깊게 해보지 못했지만, 천연물신약은 한의사가 처방해야 한다.    

▶동의대 한의대 본과 1학년 백○○
보통 이익 집단이 투쟁을 하면 파이 크기를 가지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지금과 같이 천연물 신약이 왜곡된 천연물신약 정책으로 나아간다면, 처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처방을 하는 격이 될 것이다. 미래의 한의사인 한의대생의 입장에서 한약이 존폐위기에 있기 때문에 이번 궐기대회는 당연히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악과 한약은 처방하는 기전이 다르다. 한의학에서는 같은 증상의 환자일지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른 약을 처방할 수 있다. 양의사가 한약을 잘못 처방했다가 간독성으로 죽은 사례도 있는데, 한약을 캡슐로 만들어 놓고, 한의사들은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동신대 한의대 본과 2학년 박○○ 
한의사분들이 타고 가는 버스를 타고 궐기대회 하루 전날 서울에 올라왔다. 다른 학생들은 광주에서 아침 7시에 다같이 출발을 했다. 사실 천연물신약의 심각성에 대해 별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의과대학 내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천연물신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학교 내에서도 2, 3명씩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하더니 분위기가 학교 전체로 퍼졌다.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김은경 기자 carax30@mjmedi.com
김슬기 기자 seul@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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