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성규 경희대 한의학임상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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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성규 경희대 한의학임상연구센터 센터장
  • 승인 2012.09.2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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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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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알레르기성 비염·요통 치료의 한의학적 근거 마련한다

근거 중심 한의학 구축을 위한 한의계 내부의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정부 주도의 한의약분야의 수준 높은 근거마련을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연구공모한 ‘한의약 선도기술 개발사업’에 선정된 경희대학교 한의학임상연구센터 고성규(45) 센터장을 만나 이번 연구프로젝트의 의의 및 기대효과 등을  들어보았다.  

-한의학임상연구센터는 2006년에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설립동기는 무엇이었나?
한의계는 한의학임상연구를 지원하거나 주도할 수 있는 조직이 전혀 없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임상시험센터가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임상연구에서 과제계획, 시험계획서 작성, 한의학에 맞는 증례 기록서 개발, 한·양방 임상연구진 지도, 모니터링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임상시험 경험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인력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의학임상연구센터를 설립할 당시 경희대학교 내 연구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 개인적으로 학교 후문 근처 2층에 월세를 내고 연구공간을 마련했다. 학교측의 배려로 1년이 지날 무렵인 2008년 2월 생활과학대학 513호에 연구공간을 확보했다. 연구 인력은 임상역학전공 한의사 3인, 통계전공자 1인, 데이타 및 행정담당 2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의약 제제, 기술, 진단 관련 다기관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7년여간 한의학임상연구센터는 어떤 연구 성과를 내왔나.
임상연구는 20건 정도 했다. 임상연구의 개념은 매우 광범위한데, 임상시험, 코호트 연구(Cohort Study),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 등 다양하다.
그 중 다기관 한·양방병원 중심의 임상시험은 10여 건 이상을 수행했다. 인력 양성도 잘 되고 있다. 국가기관에서 임상연구자의 자질을 갖춘 전문 한의사 인력의 수요가 많은데, 준비된 인력이 없는 실정이다. 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임상연구센터에서 연구 중심의 한의사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임상연구센터의 1호 박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장보형 책임연구원이며, 박선주·박정수 연구원이 박사과정을, 전천후 연구원이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올해 졸업생 중에서 2명 정도를 더 뽑을 예정이다.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개발, 인력양성 등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센터에서는 지난 2월 근거창출사업단을 발족, 보건산업진흥원의 ‘한의약 선도기술 개발사업’에 공모해 연구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는데, 어떤 연구를 하게 되나.
연구프로젝트는 ‘한의학 진단 및 맞춤 한약 치료의 근거기반을 위한 다기관 임상연구’ 과제로 △암 △알레르기성 비염 △요통 등 세 가지를 선정했다.
한의계의 미개척분야인 암은 한·양방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유병률이 높은 알레르기성 비염은 한의학의 장점을 살려 한방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의학에서 실제 치료시술이 이루어지는 요통의 경우 한방의료기관 및 한·양방산업의학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된다. 각 질환별로 최소 5개 이상의 한·양방 임상시험지정의료기관과 40~50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며, 총 58억 원이 투자된다. 1단계는 3년간 진단의 타당성 관련 연구 중심으로 진행하며, 2단계는 4년간 한·양방 대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서 한의학치료기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프로젝트 참여연구원들의 구성 특징과 역할은?
실제 핵심은 임상역학전공 한의사를 포함한 근거창출사업단의 구성원이다. 근거창출사업단을 중심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한 각 분야 전문가 그룹이 참여한다. 1단계에서 진단의 타당성 연구가 진행되고, 2단계에서는 한의학 진단을 활용한 대규모 한의학임상시험이 이루어질 것이다.
혈액종양내과, 이비인후과, 침구재활의학과 등 각 진료과별 교수와 산업의학 연구원들을 모집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한의학 임상연구센터는 임상시험 관리조직으로 연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분석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세부 과제별 연구내용 및 결과물들이 한의학발전에 기대되는 바는?
세부 과제를 계획하고 질환을 선정하기까지 6개월 동안 많은 자료를 확보해 검토·분석했다. 세부과제는 △한약제제 근거 기반 사용을 위한 암치료 유발 식욕부진과 암환자 식욕부진의 예방 및 치료효과 검증연구 △알레르기성 비염 한방 지표 타당성 검증 및 소청룡탕 등의 한약제제 효과 검증연구 △작업관련성 요통 환자에 대한 한의학적 변증연구와 한약제제 임상시험이다.
암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로 한의계에서는 일부 몇 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는 하지만 연구까지 병행하는 곳은 없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 양방에서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치료방법이 부족하다. 한방에서 많은 치료를 시도하고 있고 여러 논문도 있지만 대규모 자료가 없다. 한의계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요통치료의 경우 침 치료가 아닌 약물 치료의 임상연구 근거가 부족하다.
암, 알레르기성 비염, 요통 치료의 한의학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환자와 근거중심의학을 중요시하는 양의계나 과학계 및 정부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안전성·유효성 부분에 있어서도 한의학의 국민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바가 클 뿐만 아니라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한의계의 근거중심 임상연구가 미진했던 이유와 근거중심 임상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관련 산업이 없었다. 임상연구는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또는 기능성 식품회사 등 기업이 지원을 하는 경우와 연구자가 기획을 하는 연구자 중심의 임상연구 두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관련 산업의 발전이 더디다보니 기업의 연구비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로 인해 우수한 한의계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경험이 부족하게 되었고,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 부족 등 악순환이 계속됐다. 또 한방병원 연구자들이 피실험자 (임상연구 참여자)를 모을 수 있는 규모가 작아 미진할 수밖에 없었다.
근거중심 임상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제 중심으로 넘어가야 하며, 정부에서 한의학임상연구에 대한 인프라지원을 받고, 그 지원을 통해 연구할 수 있는 연구·행정인력을 양성해야한다. 산업계에서 임상시험 관련 지원을 받아야하는 문제도 있다.

-지난 8월 통합한의학회가 발족,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통합한의학회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통합한의학회는 우리나라 한방, 양방, 대체보완요법을 다 어우를 수 있는 조직이라 생각한다. 이 조직이 해야 할 일은 주변의학에 머물러 있는 여러 가지 근거가 약한 치료기술들에 대해서 통합한의학회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 한방 치료기술로 진입시키고, 신치료기술로 등재해 한방건강보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은 임상연구로 임상연구경험이 많은 임상연구센터나 근거창출사업단이 지원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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