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59] 醫家秘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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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59] 醫家秘訣
  • 승인 2003.05.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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宰相이 못될 바에야 儒醫의 길로


몇 해 전, 처음 이 지면을 통해 고의서 소개를 시작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저자 金宇善의 血族이 祖先의 저술을 찾아 필자를 마주한 것이 만 4년 전의 일이니 벌써 꽤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때 이미 소개(제2회 의술로 풀어낸 悲運의 恨 - 「儒醫笑變術」·1999년 6월 21일자)한 바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국역본을 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오늘은 원작인 笑變術과 아들인 金在溶이 경험방인 驗方新篇을 부록으로 덧붙여 재편한 「醫家秘訣」을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이 책이 고서치곤 그리 오래 된 서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제나 서지사항이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傳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다소 혼란스럽다. 먼저 본원 소장 목판본은 2권 2책으로 뒤에 험방신편과 편집자인 在溶의 跋文이 붙은 完本이다. 그런데 공공도서관 소장본을 찾아 대조해 보니, 목판본임에도 불구하고 後期木活字本으로 판사항이 잘못 정리된 것도 있고 下冊에 발문과 부록이 붙어 있지 않아 연구원 소장본과 사뭇 다르다. 나머지 다른 책과 零本들도 각기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크게 보아 부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별되며 분량에 있어서도 약 50쪽 가량 많고 적음이 있다.

이와 함께 저술시기와 간행시기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원작자의 自序는 1914년에 작성한 것이고 竹史 李完珪의 서문과 刊記(戊辰元月蘿洞新版)에는 1928년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 발문에도 ‘著雍(戊)執徐(辰)仲春不肖孤在溶掩泣謹識’라고 밝혀져 있어 원작자 사후 嗣子에 의해 1928년 발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선총독부 소장본의 板權紙에는 ‘1929년 3월 27일 인쇄, 30일 발행’이라 手記로 표기되어 있으며 이는 정식 출판허가를 받기 위한 檢定本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定價金四圓’으로 책값도 매겨져 있다.

그러나 부록이 붙은 책에는 이 정가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 한결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두 가지 異本이 생겨난 이유나 둘 사이의 선후관계를 알 수는 없으나 여하튼, 부록과 정가표시의 유무가 서로 다른 판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의서는 책마다 각기 서로 다른 개성을 갖고 있으므로 애정 어린 시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본문은 간결하게 요약되어 있으며, 처방과 설명은 注雙行의 小字로 처리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잘 정리된 느낌을 준다. 또 군데군데 한글현토가 되어 있고 흔히 쓰이지 않는 약초와 질병에 대해서 한글명이 부기되어 있어 비교적 폭 넓은 독자층을 고려한 상업성이 가미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의 내용은 이미 소개한 바 있거니와 오늘은 아마도 아들이 물려받은 유고의 일부일 것으로 여겨지는 ‘험방신편’의 수록내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부록이지만 수록방식은 본문과 동일하며 시작부분에 ‘驗方新編卷之一’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전체 분량은 이것 말고도 상당량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살펴보면, 白전風에 쓰이는 垂絲蟲이란 명칭이 보이는데 그리마벌레라고 향약명이 써있고 또 面瘢点 아래에는 죽은깨, 懸壅에는 목젓갈아안난대, 喉泡 씨래붓난병, 간駁 얼루리기라는 표기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한편 寒門의 少陰經病, 犯熱傷寒에 보이는 火杖은 불을 지필 때 사용하는 부지깽이를 일컫는 말로 보인다.

이처럼 이 책은 대개 민간전승의 단방약을 중심으로 채록해 놓았는데, 風寒暑濕燥火 六淫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병증문을 먼저 배치하고 내상, 허로, 곽란, 학질 등 잡병으로 병증항목을 구분해 몇 가지씩 속효를 볼 수 있는 간이치료법을 수집해 놓았다.

時運이 맞지 않아 登科의 포부를 접고 지금의 충남 대덕 땅(杞城)에 내려와 의업에 투신했던 儒醫의 秘方綠. 어진 정승은 천하의 蒼生을 구제하고 훌륭한 의원은 병자의 생명을 건져낸다고 했던가. 지난 정부 시절 총리 적임자 한 사람을 찾지 못해 여러 사람이 고생한 기억이 새롭다. 良相이 되지 못하거든 차라리 良醫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范仲淹의 기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의사 만나기가 나라살림 맡길 재상만큼이나 구하기 어려운 법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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