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11)-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상태바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11)-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 승인 2012.02.16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carax30@http://


“독한 세상에서 상처받은 이들의 진정한 벗이 되고 싶어요”

 

모두가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한의사들이 있다. 한의사와 한의대생이 함께 하는 의료연대활동모임인 ‘길벗’은 전국 10개 한의대에 100여 명의 학생회원과 80여 명의 한의사회원이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길벗의 대표인 김원식(32) 공보의는 예과 2학년 때부터 길벗 활동을 시작해 올해 2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김원식 대표가 길벗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랬다.
“한의대 의료봉사를 처음 갔을 때 보기에 별로 안 좋았어요. 요즘은 의식이 좀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일부 한의대생들의 의료봉사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거든요. 길벗은 면허가 있는 한의사들이 직접 진료를 하고 학생들은 예진이나 보조활동을 해요. 개인적으로 사람 냄새나는 진료를 해 보고 싶던 차에 길벗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동안 길벗은 사회의 굵직한 현안들에 빠짐없이 참여해왔다.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 반대 주민진료활동을 비롯해 기륭전자 정리해고 반대 진료활동, KTX 여승무원 진료활동, 사할린 영주 귀국자 진료활동, 용산참사 유가족 진료활동, 4대강 반대 팔당 여름의료활동 등에 참여해왔다.

이들이 투쟁현장에 이렇게 발벗고 나선 이유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의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농성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보다 치료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
김 대표는 그동안의 의료연대활동을 풀어놓으며 그 중 철거민들의 건강상태가 가장 최악이었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철거민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고,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이 되어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용역깡패들이 함부로 욕하고, 이상한 낙서같은 것들도 해놓았구요. 제대로 된 집이 아닌 곳에서 살다보니 건강상태가 매우 안 좋으셨어요.”  

2010년 9월 팔당 유기농단지에서 농활을 하고 있는 길벗 회원들.

김 대표는 진료를 하고 돌아서면 고단한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안타깝단다. 의료연대활동 후 뿌듯하다는 마음보다 안쓰러운 마음이 남는 것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현실이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에서 나가라고 강요하며 그 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어요. 제주도 강정마을 같은 경우도 주민들이 멀쩡하게 농사를 잘 짓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해군기지 만들겠으니 나가라고 한 사례죠. 주민들 입장에서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나갈 것인지 자꾸 선택을 강요받아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 싸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그냥 과격하다고 말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요구사항은 되게 심플하잖아요. 내가 일하던 직장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것, 또 내가 살던 곳에서 살게 해달라는 것인데 말이에요.”

위험했던 적은 없냐고 물으니, 다행히도 “아직까지 의료인이 진료하는 것에 대해 약간 성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길벗은 이외에도 재난지역에 연대활동을 하러 가기도 한다. 태안군 기름유출 사고 때 길벗 회원들은 기름 닦는 일도 하고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연대활동도 함께 했는데, 공통적인 것은 지역주민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으로 화병이나 울분이 많았다는 것. 길벗은 그런 이들에게 진정 벗이 되고 조그만 도움이 되고 싶단다.

여름, 겨울철에는 주제가 있는 의료활동을 펼친다. 지난 1월 말에 이들은 한의사 15명, 학생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경남 의령군에 의료연대활동을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 15개 마을을 다니며 방문진료 및 거점진료를 했는데 진료받은 환자들만 400여 명에 달했다.   

2012년 1월 말, 경남 의령군에서 지역농민들을 대상으로 진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진료실을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법부터 대화하는 법, 문진하는 법까지 의료연대활동을 가기 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고 떠난다. 또 농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건강박수, 중풍예방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농민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현재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밖에도 한·미 FTA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양 세미나를 마련해 토론하는 자리도 가졌다.

길벗은 소식지 ‘한 길 가는 벗’도 별도로 발행하면서 회원들의 소통의 장을 튼튼하게 꾸려가고 있고, 웹진 ‘세상읽기’도 격주로 발행하며 사회와의 소통을 꿈꾸고 있다.

또 여러 해 동안 의료연대활동을 펼치면서 의료인으로서 응급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회원들이 응급구조사자격증도 취득하여 정기적으로 학술 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안으로 ‘마중물’이란 이름의 한의원을 개원하여 지속적인 진료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끝으로 김 대표는 “의사는 환자가 아프지 않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 생각이 드는데, 자꾸 세상이 사람들을 환자로 만들고 아프게 하는 것 같다”며 “사회가 지금보다 덜 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작은의사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보통의사라 하고,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두를 고치는 의사를 큰 의사라 한다. 길벗이 한의계의 큰 의사로 성장해나가길 기대해본다.

김은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