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56] 父母恩重長壽胎骨經合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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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56] 父母恩重長壽胎骨經合部
  • 승인 2003.05.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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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으실 제 괴로움, 잊지 못할 은혜


올해는 묘하게도 석탄일과 어버이날이 같은 날 겹쳐 있다. 음력과 양력의 날짜가 한달 간격인 까닭에 음력 사월초파일이 양력 5월 8일에 겹쳐진 것 뿐이니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일까? 하지만 어린이날만 공휴일로 지정되고 어버이날은 평일로 남은 마당에 불탄일에 업혀서라도 노부모와 하루를 보낼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선 마음속이 흐뭇해지는 색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한편의 佛寫經은 세종대왕의 둘째 형님인 孝寧大君 李補가 직접 필사한 것(대략 1440년경)으로 『부모은중경』과 『長壽滅罪護諸童子陀羅尼經』 두 가지를 사경하여 합한 것이다.

전문은 총 750행 11,536자에 달하며 모두 27폭의 변상도가 함께 그려져 있다.

효녕은 양녕처럼 숱한 화제를 남기지도 않았고 아우인 충녕(세종)처럼 至尊位에 오르지도 않았지만 뒤탈 없이 91살의 보기 드문 天壽를 누렸다. 그가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의미에서 온 정성을 기울여 쓴 것으로 어버이날 소개하기에 적절한 책이듯 하다.

원래 『부모은중경』은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파하고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가르친 불교 경전으로 『佛說大報父母恩重經』이라고도 한다. 유교의 『孝經』에 비견되는 이 경전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僞經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중일 삼국에 널리 전파되어 여러 종류의 판본을 남겼다. 또 寫經이란 불경을 베껴 쓰는 일로 신앙적 의미를 지닌다. 오랜 옛날에는 불경을 널리 보급시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권장되었으나 통일신시대 이래 목판본이 보편화됨에 따라 점차 그 실용성은 줄어드는 반면 功德을 내세우는 신앙적인 면이 강조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연대가 이른 사경은 통일신라 경덕왕 때의 것이며, 이후 고려시대에는 국왕의 발원 혹은 귀족들 사이에 가문의 영달을 위하여 많이 이루어졌는데 여러 가지 색깔의 종이에 金泥, 銀泥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고려의 사경전통은 14세기 후반 조선 초기까지 이어졌는데 본서 또한 이 같은 전통을 잇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일괄해 보면 부모의 공덕에 대한 보은을 강조하는 불교식 도덕률을 담고 있다. 예컨대, 부모가 자식을 잉태한 후 고생하는 열 가지 중한 은혜(十重大恩)가 판화 그림의 變相圖와 함께 소개되어 있는데, 이것은 『부모은중경』이 불교의 서민경전으로 자리 잡는데 일조하였다.

그것은 첫째, 아기를 배어서 지켜주는 은혜(懷耽守護恩) 둘째, 출산에 임박하여 고통 받는 은혜(臨産受苦恩) 셋째, 자식을 낳고서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넷째, 입에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咽苦吐甘恩) 다섯째, 아기는 마른자리에 눕히고 자신은 젖은 자리에 눕는 은혜(廻乾就濕恩) 여섯째, 젖을 먹여 길러주는 은혜(乳哺養育恩) 일곱째,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어주는 은혜(洗濁不淨恩) 여덟째, 자식이 먼 길 떠나면 걱정하는 은혜(遠行憶念恩) 아홉째, 자식을 위해서 악업도 마다하지 않는 은혜(爲造惡業恩) 열째, 끝도 없이 자식을 사랑하는 은혜(究竟怜愍恩)이다.

또 상당부분이 과학적인 방식으로 설명되어 있으며 의학 관련 내용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면 은중경에는 “한번 아이를 낳을 때 3말 3되나 되는 응혈을 흘리며 아기는 어머니의 흰 젖을 8섬 4말이나 먹는다”라고 되어 있다. 또 후편인 장수멸죄경에서는 落胎罪業으로부터 시작하여 갖가지 비유를 통한 설법이 이어지는데 대부분이 의약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다. 내용 중에는 출산 후 위생에 관한 지식도 언급되어 있는데, 醫王菩薩 耆婆가 말하는 영유아 질환 아홉 가지 중에는 斷臍 후 위생 관리나 출산 후 초생아 처치, 산부금기에 관한 사항이 들어 있어 참고해 볼만하다.

또 초생아의 驚怯증에는 牛黃, 眞珠, 光明砂 같은 약재가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당시 소아의 상습질환을 엿볼 수 있는 小兒吐乳, 下痢, 疳, 학, 眼腫, 腹水 등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외에도 心病, 溫疫, 聾盲, 음아, 륭殘, 背瘻, 虛勞, 癩病 등 전문 질병명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세계는 전쟁의 위협보다는 怪疾의 유행이 오히려 세계인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있다. 인류는 문명이라는 미명 아래 짓밟은 작은 생명들과 소홀히 지나친 악업을 돌이켜 봐야할 필요가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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