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정체성에 관하여⑦ - 한의학의 정체성 확립과 동시에 시대성 확보에 대한 가능성 접근 논의
상태바
한의학의 정체성에 관하여⑦ - 한의학의 정체성 확립과 동시에 시대성 확보에 대한 가능성 접근 논의
  • 승인 2011.11.17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희

이태희

contributor@http://


한의학이 당면한 어려움은 우리를 일깨우기 위한 매질이다

<글 싣는 순서>
1. 한의학의 기본전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
2.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문명 비판적 접근
3,4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의학적 접근 上,下
5,6. 한의학의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上,下
7. 한의학의 정체성 확립과 동시에 시대성 확보에 대한 가능한 접근에 대한 논의

이미 지난 글에서 문제제기를 하면서 어느 정도 답을 해놓은 상태라 길게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를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답을 하면서 글을 맺고자 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비평은 쉽습니다. 대안은 어렵습니다. 그 대안을 실행한다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제시하는 대안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끝까지 이 글을 읽어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필자 주>

지난 글에서 교육에서 한의학의 기준점이 설정되지 못한 것을 말했고, 학생들의 원전에 대한 무시현상을 지적했다. 한의과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육의 기준은 내경과 상한론, 동의보감, 사상의학 그리고 침구학이다. 그리고 서양의학을 일부 가르치고 있다. 이제는 이 부분에 대해서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의대는 한의사 양성학원이 아니다
사실 형식적으로 보면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 한의학의 출발선에 해당하는 내경과 임상서적으로 최초의 서적인 상한론, 그 이후의 한의학을 정리한 동의보감, 한국에서 나온 한의학으로서 체질의학인 사상의학, 한의학의 한 축에 해당하는 침구학 그리고 한의학의 이해와 시대성을 돕기 위한 서양의학을 교육하는 것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원전(「내경」을 말하는 것이 아님)에 대해서 관심 없고 현대 한의사들의 임상설명에 더 관심이 많다. 그리고 언어장벽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약하다. 「내경」에 대해서도 이미 지나간 시대의 산물로서 버려야 할 책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본과 1학년만 지나면 거의 보지 않는다.

그리고 「신농본초경」은 아예 박물관학으로 취급한다. 상한론과 쌍을 이루는 금궤요략에 대한 강의가 없다. 그리고 「동의보감」만 강조하다 보니 청대 한의학이 생략되었다. 그러면서 온병학이 강의가 되지 않고 있다. 이미 기후는 아열대로 바뀌어서 병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데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서양의학은 만족할 만큼의 교육이 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연구에서는 서양의학의 모델에 한약의 효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임상에서는 그동안 특정 질병에만 매달리다 시장을 놓쳤다. 그리고 한약에 대한 불신은 더 심해졌다. 우리를 대하는 주변의 입장은 우리에게 더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 한약의 재료화가 그 대표적인 현상이다.

한의과대학이 한의사 양성학원은 아니다. 이것은 학생들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한의사로서 자질을 터득하기 위한 과정인 것은 맞다. 그러나 학리에 대한 추구 없이 임상적인 유용성만 찾아서 공부하려고 하다보면 큰 것을 놓치고 작은 것을 추구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전체 문맥에 대한 터득 없이 한 두 문장의 뜻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 문장의 위력이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초학과 언어의 중요성
한의과대학의 기초학을 키워야 한다. 기초학의 발달 없이 임상이 발달할 수는 없는 것은 자명하다. 분명한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대한 투자 없이 열매만을 구하는 것은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원전을 보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 현재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중요한 참고는 되겠지만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현대를 살면서 현대를 모르는 바보가 되었다고 주장한다면, 실제로 서양의학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은 않고 결과만 놓고 비난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교육에서 어학교육이 형식적이어서 학생들이 실망하는 것도 많다. 실제적인 어학교육이 되어야 한다. 현대 중국어 한의학 서적과 한문으로 된 한의학 원전을 읽을 능력이 구비되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어학교육을 실질적으로 의미 있게 시행해야 한다.

한의학적 이해 수반된 서양의학 교육 필요
한의학 개론에서 한의학의 기본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차라리 예과 1〜2학년에서 상한론으로 개론을 대신하든지 병행해서 가르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기본개념이 실제에서 어떻게 구사되는지를 보면 훨씬 한의학을 받아들이기 쉽다.

실제 임상을 다룬 상한론을 이해하고 내경과 동의보감을 이해하는 것이 쉬워 보인다. 그리고 금궤요략과 온병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한의학에서 침과 처방을 사용해서 환자를 치료할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상한론으로 기초를 확보하는 것이 본초 방제에 대한 기본 이해뿐 아니라 한의학의 이해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청대 한의학에 대한 보강으로 온병학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으로 서양의학의 교육에 관한 문제이다. 한의학적 개념이 가미된 서양의학의 교육이 필요하다. 더구나 제대로 가르치려면 한의대 출신이 가르쳐야 한다. 관련된 교수가 강의를 하든지 아니면 후배를 키워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의약학계나 자연과학계에 맡겨놓을 수 가 없다. 이런 면에서 한의계가 후학들을 키워내지 못한 잘못이 있다.

연구를 위해서도 한의학 전공자들을 키워냈어야 했다. 한의학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의학을 소화해낸 한의학 출신의 교수가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의미 있는 서양의학으로 받아들이고 흥미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의약학계나 자연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시도했지만 계속 갈등을 빚고 있지 않은가?

한의학적 병태 모델 없이 행해지는 연구는 무의미
연구에 대한 문제로 넘어가보자. 의학적인 모델에 한약을 투여해서 일회성의 확인으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서 해석해야 한다. 즉 한의학적 가치를 입증하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의학적 병태 모델 없이 행해지는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가 가진 의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연구결과가 의학계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을 뿐이다.

한의학적 가치가 증명되고 확보되는 연구가 있어야 한의학 자체 내에 검증시스템이 존재하게 된다. 계속 효능확인만 해서는 연구에서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분명히 현재의 서양의약학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과는 분명 다른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을 최대화시켜야 한의학계의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우리에게 서양의약학과는 분명히 다른 효용이 있는 대안을 요구받게 될 때 우리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주어질 책임은 누가 담당하겠는가? 그건 한의계 전체가 고스란히 담당하게 될 것이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연구에서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얼마나 의미를 찾는지는 의문이다. 이들에게 정말 유의미한 답을 주어야 한다.

신약개발에서도 신물질을 찾아내게 되면 한의계만 더 힘들어 지게 된다. 오히려 신처방을 개발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임상계에 활력을 부여하게 되어 학계와 연구원이 활발하게 된다. 학교에서 한의사만 양성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연구를 위해서 임상계에 타격을 가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학교나 연구원이 해야 될 일은 임상계가 활력을 부여받을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야 한다. 그것은 ‘신처방’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을 시킨 졸업생들이 임상이라는 현장에서 활력을 부여받을 수 있는 대안을 학교에서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는가? 오히려 학교나 연구원에서 그들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지 않는가?

진단 설문지의 표준화부터 시행해야
그 다음 임상에서 다른 창고에 있는 치즈를 찾아야 했다.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학교와 병원 그리고 임상의로서 개원가가 모여서 같이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서로 분리되어 진행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원리와 상황이 서로 결합되어야 구성원 모두에게 의미를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진단의 표준화를 위해서 진단 설문지의 표준화부터 시행하면 되지 않는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학회, 전국한의과대학이 모여서 진단을 위한 설문지의 표준화부터 해야 그 다음으로 표준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진단 설문지의 표준화가 설정되고 나면 간단한 임상병리 테스트와 조직학적인 데이터, 그리고 세포내의 데이터를 모으기는 쉬워진다. 그런 다음 한의학의 가치에 맞으면서 현대의 시대성에 적합한 진단이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소규모로 특정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해서 나중에 전국으로 확대하면 되지 않겠는가?

한약에서도 한약 연구소 진흥과 관련한 법률이 이미 국회를 통과한지는 오래되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한약의 분류, 재배, 수치, 제형, 유통과정을 다룰 전문 연구소가 있어야 했다. 한약이 중금속 문제와 간독성 문제로 타격을 받지 않으려면 준비를 해야 했다.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글을 맺으며…
글을 맺고자 한다. 현재의 교육과 교육내용에 대해 다들 문제를 많이 느낀다. 그리고 한의계가 어렵다고 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히려 한의학의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의학에 기본적으로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기준점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한의학에는 자체 검증시스템이 부족하다. 그리고 한의학의 가치가 빠진 검증시스템은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한약이 신약개발을 위한 재료로만 이용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많다. 교육에서부터 연구 그리고 임상에 이르기까지 한의학적 가치가 입증되는 대안을 찾아내어서 유용성을 입증해야 한다.

참고로 필자는 한과 열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그와 관련한 연구를 조금씩 진행 중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음양이 본질적으로 수화로 이해되며 그 현상이 한열이라면 한열은 한의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된다. 혹시 같이 뜻을 할 사람이 있으면 참여하기 바란다. 혼자로는 진행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이 당면한 어려움은 우리를 깨우기 위한 매질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위기는 기회라고 모든 사람이 말한다. 이런 평범한 그러나 막상 위기상황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우리에게 적용하면 안되는가? 오히려 우리 것을 지키고 밝혀내는 것이 우리에게 더 빠른 지름길이지 않겠는가? <끝>

이태희 / 경원대 한의대 방제학 교수

※그동안 ‘한의학의 정체성에 관하여’를 집필해 주신 필자와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