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정체성에 관하여③ - 한의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서양의학적 접근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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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정체성에 관하여③ - 한의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서양의학적 접근上
  • 승인 2011.10.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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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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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경원대 한의대 방제학 교수)

한의학은 사실적 경험을 포괄적·통전적으로 이해하는 것

<글 싣는 순서>
1. 한의학의 기본전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
2.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문명 비판적 접근
3.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의학적 접근 上
4. 한의학의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
5. 한의학의 정체성 확립과 동시에 시대성 확보에 대한 가능한 접근에 대한 논의

이  태  희
경원대 한의대 방제학 교수

우선 제목을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의학적 접근에서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서양의학적 접근으로 바꾼 점에 대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의학이라 할 때 한의학도 서양의학도 다 포함되기 때문에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이 글은 한의학을 하는 입장에서 서양의학자들에게 이해를 요청하는 면도 있겠지만, 한의학도 자신에게 이해를 돕고자 하는 의도에서 쓴 점을 밝힙니다. 한의학을 접하는 누구든 한의학을 쉽게 평가하기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 겸허하기를 바라며 알려고 노력하기를 바랍니다.<필자 주>

 

 

한의학, 상징적 내용의 실증적 이해 필요

서구 과학적 사고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한의학 이론들이 쉽게 이해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닐 것이다. 첫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의학은 한 가지 기전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내용들을 포괄적이고 통전적인 상징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괄적인 상징으로 표현된 내용에 대해 실증적인 이해를 하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면, 상징은 그저 모호한 상태로 남게 될 뿐이다. 이럴 경우 후학들의 학습과 임상에서의 진료와 타학문과의 연계성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한의학이 겪는 어려움으로서 계속 같은 내용을 같은 과정과 방법에 의해 알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문제가 생긴다.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한의학을 이해 한 후 다시 포괄적이고 통전적인 한의학의 상징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의학의 특징이자 장점은 분산된 사실적 경험에 있지 않고, 그 사실을 포괄적이고 통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원리 없는 사실만의 나열일 때 우리는 전체적인 체계를 구축할 수가 없게 되며, 사실 없는 원리만 있을 때 탁상공론의 원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원리를 추구하지 않는 경험만 끊임없이 추구할 때 수많은 단순한 사실 앞에 함몰될 뿐이다. 또 원리를 파악하는 실증적인 경험으로 확정되지 않는 지식은 무의미하고 건조할 수밖에 없다.

지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논리적인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실증적인 지식이다. 논리적인 지식은 수학과 같이 정의, 공리, 정리에 의해 규정된 지식에 의해 구체적인 사실에 적용해 가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지식은 연역법에 의해 파악되는 지식으로서 같은 내용의 반복이 특징이다.

그 다음 실증적인 지식은 계속 새로운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 지식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는 귀납법에 의해 파악되는 지식으로서 늘 새로운 사실에 의해 앞서의 지식이 도전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 두 지식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 논리실증적인 지식을 주장한다. 논리적 원리와 그것의 실증적 규명을 말할 수 있다.

한의학은 연역과 귀납을 동시에 사용

미국의 경우에 대륙의 합리론과 영국의 경험론이 통합되어 text로서의 원리를 실제적인 상황 즉, context에 적용한 이후 원리와 맞지 않는 사실이 발견될 때 text로서의 원리를 수정하고 나서 context에 적용해 보는 식으로 학문을 구축했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학문은 모든 학문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의학은 논리적 지식으로서 연역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서양의학은 실증적인 지식으로서 귀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한의학의 체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의학으로 성립되기 전의 임상경험을 귀납했고, 한의학의 이론 내에서도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경험적 실증에 의한 지식으로서의 귀납적 방법에 의해 한의학적 지식이 보완되고 있다. 단지 그 사용하는 언어체계가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그것과 다를 뿐이다. 한의학은 결국 연역과 귀납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으며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서양의학에서 밝힌 사실들이 한의학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단, 거듭 말하지만 한의학의 포괄성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할 때 가능해 보인다. 특히 한 가지 사실에 의한 결과를 가지고 파악하지 말고 전체로서의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 해석해야 한의학적 사실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이것은 나중에 다시 마지막 글에서 정리하겠다.

육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증적인 이해를 통한 한의학의 이해라는 면에서 몇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추구한 것을 밝히고자 한다. 질병의 원인을 육음으로 설명하는 것, 정신기능에 대한 문제, 맥에 대한 문제 그리고 수화기제에 대한 의문에 대해 확인한 답을 말하고, 마지막으로 한의학의 포괄성과 통전성이 가장 잘 표현되고 있는 처방에 대해 실증적인 답으로서 해답을 찾아본 예를 보기로 하자.

첫째로 가졌던 의문으로서 질병의 원인을 우리는 外因으로서 六淫, 內因으로서 七情 그리고 不內外因으로서 飮食 등을 말한다. 내인과 불내외인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능하지만 외인으로서 육음은 질병의 원인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한의학에서는 세균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세균이 있고, 이 세균에 의해 질병이 발생함을 알고 있다. 육음은 지역 환경, 그 속에서 배양되는 세균,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인체가 나타내는 반응으로 중국의 한 온병학자는 규정하고 있다.

그 중 지역 환경과 세균에 대해서 이해를 하자면 세포배양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세포배양기(incubator)에서 탄소 산소 물 영양물질을 공급함으로써 세균을 배양한다. 이것을 보면 風寒暑濕燥火의 서로 다른 환경에 의한 다양한 세균이 번식하여 질병의 원인이 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邪氣所湊, 其氣必虛’의 개념에서 이러한 세균에 대해 면역력이 저하된 인체부위에서 질병이 일어남을 알고 있다. 이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았을 때 면역기능이 저하되면서 그람음성균의 외피성분인 lipopolysaccharide가 관상동맥을 침범하여 염증반응으로서 plaque를 형성하면서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하는 예에서 기허로 인한 사기의 침범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정신기능의 五臟 배속에 대한 이해

둘째로 가졌던 의문은 정신기능을 五臟에 배속시킨 것과 심리 상호작용에 대한 설명이다.  아울러 뇌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여기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신기능을 五臟에 배속시킨 것에 대해서 알아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간에서 serotonin의 합성효소인 tryptophan hydroxylase가 간에서 파괴되는 현상이 있고, 또한 각종 신경전달물질의 전구물질이 전부 소화기를 통해서 흡수되며, 신경원이 새로이 늘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물질은 바로 단백질일 것이며, 이것 역시 늘 음식을 통해서 흡수되어야 한다.

한의학에서 뇌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각 장기에 배속한 이유는 각 장기의 생리 병리적 기능이 뇌와 관련한 기능을 魂神意魄志의 정서로 연결시켜 놓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 다음 심리 상호작용에 대해서 이해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즉 우울증이 있을 경우에 怒를 격발시키서 자신의 자아에 대한 강한 주장을 요구한다. 그래서 참 자기를 주장할 수 있게 될 때 자신이 자신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게 되어 우울증이 치료된다.

그런데 이럴 경우 躁症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서 悲의 감정으로 조정하여 정서적인 평형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인격에서 자신에 대한 지나친 공격과 상대방에 대한 공격, 즉 타인 탓만 하는데서 진정한 애도의 과정을 통해 자신 내에서 통합된 인격으로 치료되는 과정이 일어나며 치료된다. 이것을 한의학에서 思를 怒로 怒를 悲로 조정한 것이다. <계속>

이 태 희 / 경원대 한의대 방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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