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54] 醫鑑重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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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54] 醫鑑重磨
  • 승인 2003.04.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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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만든 東醫寶書

石谷 李奎晙(1855~1923)이『동의보감』의 내용 중 『素問』의 經旨에 부합되는 것만을 가려 뽑아 6권 3책으로 재편했다는 책이다. 自序에서 그는 이미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절친한 벗인 金善久의 청으로 『황제내경』의 요지를 발췌하여 요약한 『黃帝素問節要』(一名 素問大要, 이에 대해서는 2001년 5월 70회 동의가 풀어낸 ‘黃帝內經’의 奧旨 -『素問大要』, 71회 소문대요의 자매편, 石谷 內經學 - 『素問句讀俗解』를 소개)를 쓴 바 있으며, 이 책 역시 비슷한 계기로 집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朱丹溪의 滋陰降火 일변도의 의학풍토에 반기를 들어 抑陰扶陽해야 한다는 주장을 역설하고자 엮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1908년 목판본으로 간행되었으나 현재 시중에는 필사본이 두루 유포되어 있다. 훗날 석곡의 제자인 南谷 朴熙성은 자신의 경험방을 덧붙여 石印本을 간행했는데, 후학들을 위해 國文懸吐와 대문의 解釋을 달아 놓았다. 또 처방과 약성을 의방활투 식으로 삼통분류하여 제시해 놓은 점이 특색 중의 하나이다. 편자는 ‘醫鑑重磨解釋原委’에서 “東醫寶鑑과 方藥(合)編을 爲法定醫書로 指定하니 其書가 皆以助陰剝陽하야 與內經의 經旨와 相反됨이 許多하고 …….”라고 밝혀 놓고 있어 그 편집의도를 읽을 수 있다.

서명의 ‘醫鑑’은 『동의보감』을 약칭한 것으로 간혹 明代 공信의 저술인 『古今醫鑑』을 지칭하는 경우가 있지만, 조선 후기에 나온 한국본에서는 대부분 『동의보감』을 가리킨다. 규장각 소장의 寫本 『醫鑑集要』나 李以斗가 지은 『醫鑑刪定要訣』과 같은 책이름 속에 보이는 ‘의감’이 바로 그런 예에 속한다. ‘重磨’는 거듭 硏磨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진흙 속에 묻혀 있던 古鏡의 먼지를 털어 내고 닦아내면 그 본래의 모습은 환하게 빛이 난다는 의미에서 취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찍이 退溪 선생은 『古鏡重磨方』이란 책을 지은 바 있다.

본서의 편제구성을 살펴보면 저자의 醫鑑重磨序, 醫鑑重磨解釋原委(석인본의 경우)가 들어 있고, 본문에 앞서 醫門入式을 두어 의학이론 골자를 요약한 五行類象, 經脈起止, 六經起止歌를 먼저 수록하였다.

권 1의 稽經藏府篇에는 藏府陰陽, 藏府配合, 五臟體用 등 27편의 小論이 실려 있는데 대개 寶鑑과 素問 章句를 절묘하게 배합시켜 서로 상치되지 않게 결부시키고 있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張景岳이 類經에서 소문의 경구를 재분류하고 이를 註釋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두드러지게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은연중에 독자적인 견해를 담아내는 효과를 援用한 것으로 보인다.

권 2의 內經素問附說은 素問大要의 후반에 이미 실렸던 것으로 7가지 논설 중에 石谷醫學論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扶陽論, 氣血論, 腎有兩藏辨 3편을 다시 실어 놓았다.

권 3과 권 4에는 外感, 內傷, 內景과 外形, 雜病 분류 아래 소주제별로 『동의보감』의 중요내용이 간략하게 간추려진 百病總括篇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질병각론인 셈이다. 권 5, 6은 局方類選篇이라 이름 붙여 본문 앞에 方制八法歌를 먼저 수록해 놓았다. 본문에는 外感, 內傷, 內景, 外形, 雜病질환의 처방이 앞의 백병총괄편의 주제 분류 차례대로 수재되어 있고 制造, 雜方, 諸傷, 解毒, 食忌 등의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약성가는 본래 공信이 지은 것이지만 수정 보완(은括)하여 다시 분류했다고 밝혀 놓았으며, 補, 和, 熱, 寒, 散, 收, 通, 瀉 등으로 재편해 놓은 약물 250종이 수록되어 있다.

한 가지 재미난 점은 수탉과 개고기 등 食補藥 25종의 약성을 수록한 것인데 고기류를 비롯해 갖가지 곡식, 채소, 생선, 과일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먹거리의 특성을 별도로 언급한 것이 이채롭다.

석인본의 경우, 제일 마지막에는 石谷의 처방이 附石谷神方이라는 제목아래 平胃散, 神朮湯으로부터 200여 방이 수록되어 있고 뒷편에는 松隱, 石村, 南谷 등 제자들의 경험방도 수십조 들어 있다. 동무 이제마와 함께 조선 후기 한의학을 매듭 짖고 근대 한의학의 서곡을 울린 석곡 이규준. 이 책은 그의 주요 저작이자 扶陽學派의 이론적 근거와 임상해법을 제시한 명저 중의 하나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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