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89) - 「壽世保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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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89) - 「壽世保元」
  • 승인 2011.05.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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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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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證藥理 전도한 의학의 한 줄기

수세보원
「萬病回春」과 함께 廷賢의 대표작인 이 책은 명나라 萬曆 43년인 1615년에 지어진 것이다. 「동의보감」이 1610년에 편찬이 완료되어 1613년에 처음 간행되었으니 불과 몇 년 사이를 두고 뒤늦게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런 까닭에 동일 저자의 「古今醫鑑」과 「만병회춘」은 「동의보감」 歷代醫方에 어엿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였으나, 이 책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만병회춘」(‘回春’)이 무려 462조나 인용되어 널리 쓰인 사실을 감안하면 당대 조선에서 바로 읽혀지지 못한 것이 매우 애석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조선 후기 어느 책 못지않게 조선의학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 책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이 조선에서 읽혀진 사실은 1724년에 지은 周命新의 「醫門寶鑑」에 이르러서야 확인된다. 이후 李景華의 「廣濟秘」이나 「仁濟志」 「丹谷經驗方」 「胎敎新記」 「宜彙」 등에서 끊이지 않고 인용되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인용사실 말고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첫째, 이 책에 실린 약성가는 「만병회춘」의 그것과 함께 축합되어 「제중신편」 약성가의 모범이 되었으며, 훗날 「방약합편」에 이르기까지 조선 의가들이 가장 애송한 약성시의 모태가 되었다. 황도연은 이 책과 「만병회춘」에 실린 약성가 303수에 「제중신편」에 新增한 80수, 그리고 자신이 다시 덧붙인 73수를 더하여 총 514수의 약성가를 실었다.

둘째, 동무 이제마가 독창적인 사상의학설을 제창하고 주저인 「東醫壽世保元」을 집필할 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이다. 특히 醫源論에서 동무는 宋元이후 明 이전까지의 병증약리를 李, 信, 許浚이 전하였다고 평함으로써 信, 廷賢 부자의 업적을 의학사의 커다란 맥을 이은 것으로 보았다.

그는 여기서 의약이 처음 시작한 이래 5~6천년이 흐른 시점에 태어나 고인의 저술을 읽고 우연히 四象人의 臟腑性理를 깨달아 책을 짓고 이름을 ‘壽世保元’이라 지었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서명을 짓는데도 이 책으로부터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원서는 전10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권1은 기초이론, 권2에서 권6까지는 외감과 내상질환의 변증논치가 실려 있다. 또 권7은 제반 부인질환, 권8은 소아과질환, 권9는 창양과 외상, 권10은 단방경험과 중독, 구급질환, 구법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저자는 「내경」을 매우 중시하여 의학이론이 모두 「내경」에 근본을 두는 것은 儒學에서 六經에 기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그는 또 맥진에 있어서 7표8리 맥이 결국 4가지 요소에 귀결됨을 강조하였는데, 內因脈 外因脈 不內不外因脈 脈辨生死에 관한 내용에 중점을 두었다.

진단에서는 맥상을 매우 중시하여 대부분의 변증을 主脈 怪脈 縱脈의 변증에 할애하였으며, 대부분 경험의안에서 증상에 얽매이기보다는 맥증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특별히 저자가 醫說에서 밝힌 의학의 정통론에 관한 생각은 조선의가들에게 의학의 계통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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