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86) -「牛馬羊猪染疫病治療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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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86) -「牛馬羊猪染疫病治療方」
  • 승인 2011.04.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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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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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家畜傳染病 치료서

우마양저염역병치료방

가축동물의 질병 치료에 대한 문헌으로는 일찍이 고려조에 나온 「鷹方」과 조선 초 「新編集成牛馬醫方」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매나 마소 등 가축의 사육법이나 일반적인 상습질환을 중심으로 목축을 위한 수의서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오늘 소개할 이 책은 본격적으로 가축에게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 즉, 돌림병에 대한 긴급 방역법에 대해 논술한 책이다. 아마도 여태까지 알려진 책 가운데선 동물전염병에 관한 가장 이른 시기의 전문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새삼 이 책을 떠올리게 된 것은 물론 올 봄 전국을 초비상으로 몰아넣었던 口蹄疫사태가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잠잠해져 종식을 선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영천지역에서 다시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우연찮게도 이 책의 서명에는 발굽달린 네 발 짐승으로 인가에서 가장 흔하게 기르는 소, 말, 양[염소], 돼지 네 가지 종류의 가축을 들었다.

이 책은 중종 36년인 1541년 봄 평안도에서 발생한 牛疫이 크게 유행하여 다른 지역에 퍼지고, 가축들이 죽게 되자 그해 11월 왕명으로 가축전염병과 치료방문을 모아서 펴낸 것이다.

간행은 校書館에서 직접 인출하였는데, 19부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 중 10부는 禮曹와 典牲暑, 司畜署, 五部와 典醫監, 惠民署 등에 고루 분배하고 남은 9부는 開城府와 八道에 급히 내려 보내어 즉시 목판에 다시 새겨 여러 부를 인출하여 각 관아에 나누어 보내라고 명했으니 매우 귀한 책임에 틀림이 없다. 서나 발이 붙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異本이 몇 가지 전하는데 初刊 이후에 몇 차례 더 인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궁내청과 서울대 등에 몇 부 전하지 않는 희귀서이다.

각각의 처방 원문에 대하여 이두로 적은 것과 한글로 풀어 쓴 언해, 두 가지를 각기 대비하여 실은 것이 가장 눈에 띠는 특징인데, 이것은 방역의 최전선에 놓인 지방관아의 아전들과 지역민들까지 손쉽게 이해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특히 서문까지도 이두를 섞어 지은 것은 아마 의방서 가운데 유일무이하지 않나 싶다.

서문을 제외한 본문은 불과 15장 분량으로 많지 않고 전반적인 체계도 탄탄하지 않아 당시 상황이 몹시 급박했음을 알 수 있다. 본문은 染疫病이라는 제목 아래 牛馬와 羊, 猪의 치료방을 차례로 실었는데, 아마도 원처방이 수록된 출전문헌별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맨 먼저 本草편에는 15가지의 단방 치료방이 수재되어 있다. 대개 간단한 유효약물을 활용한 방법으로 獺肉이나 獺屎, 狐腸이나 狐頭尾 燒存性, 羊蹄汁[솔옷], 千金木[붉나무], 柳葉, 靑[참깨잎], 黑豆, 麝香, , 中黃土 등이 사용되었다.

이어 牛馬醫方편에는 복합방이 열거되어 있는데, 백출, 여로, 천궁 등의 약재를 태워 그 연기를 코로 들이마시게 하는 방법, 종기가 생긴 곳에 뜨겁게 달군 쇠꼬챙이로 살을 지지는 방법, 쑥뜸으로 배꼽에 뜸을 뜨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이것들은 馬醫方과 牛醫方의 온역문에 燻法, 灸法, 烙法으로 수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神隱편에는 4가지 처방이 실려 있는데, 각 방문 말미에는 때로 農桑輯要, 四時纂要, 居家必用, 山居四要, 事林廣記 등과 같은 내용이라고 밝힌 곳이 있다.

한편 구하기 어려운 약재, 예컨대 麻黃, 沙糖 같은 약재에는 唐藥임을 표시해 두어 미리 유행을 대비하여 장만하도록 조치하였다. 아울러 鄕藥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이니 각도에서 적량을 수급하여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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