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84) - 「廣濟秘笈鄕藥五十種治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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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84) - 「廣濟秘笈鄕藥五十種治法」
  • 승인 2011.04.1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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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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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대역 鄕藥治驗錄

한글로 풀어쓴 이 책은 작년 미국 버클리대학의 동아시아도서관에서 발견한 한글의서로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희귀서이다.

내용은 「廣濟秘笈」 鄕藥單方治驗편만을 한글로 옮겨놓은 것이지만, 원문에 대하여 일일이 對譯하여 옮겨놓아 내용이 상세하다. 또 본문에 앞서 목록이 붙어 있는데, 50종 향약에 대하여 한자로 쓴 약명과 한글로 쓴 향약명을 대조식으로 표기해 놓았다.

특히 여기서 볼 수 있는 한글약명 표기는 「광제비급」 원본에 보이는 한글표기와 다소 다르고 원본에서 미처 없었던 표기도 모두 보충해 놓았기에 의미가 있다.

특별히 이 한글번역본에는 서명도 바뀌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원작자인 李景華의 발문을 책의 첫머리에 옮겨 놓았다. 원서에는 목록에 앞서 李秉模의 ‘廣濟秘笈序’가 달려 있고 권미에 이경화의 발문이 달려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애초부터 권4의 향약치험편만을 독자적으로 분리하여 개편할 의도로 편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애초에 「광제비급」의 목록에는 편명아래 韮菜가 새겨져 있고, 그 다음으로 人蔘, 當歸, 黃栢으로부터 田螺, 樑上塵, 皂角까지 49종 약명이 실려 있는 반면 이 책에는 人蔘인삼, 當歸승감초리, 黃栢황경피로부터 田螺우렁이, 樑上塵들보우희몬지, 皂角당쥬염여름, 韮菜부취, 白芷까지 총 50종의 약명이 한글병기로 나열되어 있어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본문의 내용을 대조해 보면 「광제비급」이나 이 책이 모두 인삼부터 백지까지 50종 약물의 치험례가 차례로 들어 있어 별 차이가 없다. 이로보아 역시 「향약오십종치법」이 원작의 오류를 수정 보완하여 만들어진 것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향약명의 한글표기가 달라진 것은 물론이고 이름 자체를 달리 표기한 곳도 더러 보인다. 예컨대 當歸는 ‘승암초’라 한 것을 ‘승감초리’라고 적시하였고, 黃栢은 ‘황경거플’이라 한 것을 ‘황경피’로 썼다.
당대의 표기법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나아가 蒲黃의 경우, ‘부들종의곳’이라 표기했던 것을 ‘부들종의곳친데소위부들방망이’라고 약용부위와 異名까지 한꺼번에 달아 놓았다.

본문에서는 각 병증치험을 조문별로 나누어 원문을 먼저 제시하고 뒤이어 한글 번역문을 대역식으로 풀어 놓았다. 각 조문의 첫머리는 위쪽으로 한 칸 높여 적어 눈에 띠게 하였고 원문과 역문은 줄을 달리하여 구분해 놓았기에 찾아보기가 용이하고 대조해서 읽어보기에 편하게 되어 있다. 또 원문의 출처까지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근거도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어 다른 언해본처럼 내용만을 간략히 옮겨놓은 경우와는 상세함에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인삼편의 경우, 32조에 달하는 치법이 수록되어 있는데, 반위구토로부터 시작하여 허로, 토혈, 하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제시되어 있어 약재를 위주로 한 치법증상을 찾아보기 쉽게 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 수록된 향약치법들은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를 사용하여 간편하고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어 민간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용도를 고려하면, 이 한글본 향약치법은 「광제비급」의 마지막 권에 수록된 향약단방치험을 한글로 풀어 다시 엮어냄으로써 원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고 활용성을 높인 秀作이라 평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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