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75) -「新刊明醫雜著」②
상태바
고의서산책(475) -「新刊明醫雜著」②
  • 승인 2011.01.27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contributor@http://


朝鮮醫書 새로 보기

 

신간명의 잡저 조성 발문

王綸의 「明醫雜著」는 조선에 건너와 「동의보감」에 쓰임으로써 그 임상적 가치와 효용성을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동의보감」 歷代醫方에 오르기 이전에 이미 趙晟(1492∼1555)이라는 조선 학자의 눈에 띄어 간행하게 된다.

그는 호가 養心堂으로 1513년(중종8) 생원시에 합격하였고, 벼슬은 副司果를 거쳐 義盈庫令을 지냈다. 조광조의 문하에서 학문을 닦아 성리학에 밝았으며, 필법에도 능하였으나 무엇보다도 律呂에 밝았을 뿐만 아니라 醫藥과 算數에도 정통하여 軍職에 나가 三學敎官으로서 의술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또한 ‘趙晟譜’라는 악보가 기록될 정도로 거문고의 명인으로 알려져 있다.

1551년(명종6) 校正廳을 설치하여 세종 때 朴堧이 만든 편종과 편경을 교정할 즈음, 의정부 우참찬 安玹의 책임 하에 그로 하여금 바로잡게 하였다. 잘 알다시피 안현 역시 의약에 정통하여 중종의 숙환에 의약을 시종하고 내외 醫局을 관리하였으며, 「活人心法」을 인행할 때 자신의 경험방을 남긴 인물이다. 발문의 작성시기로 보아 「新刊明醫雜著」 역시 이 무렵에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는 이 책이 남아 있지 않으며, 다만 1645년에 일본에서 조선판을 그대로 번각한 일본판의 발문을 통해서 그 존재를 알 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조선에서 「新刊明醫雜著」를 간행할 때 조성이 쓴 발문이 일본판에 남아 있고 그가 새로 명명한 처방명이 책안에 그대로 수재되어 있어 사실상 내용은 거의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발문에 “……또한 약(방)에 이름이 없으니 이름이 없으면 보는 사람이 통달하지 못할까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내가 이런 까닭에 처방의 특성이나 재료를 근거로 이름을 붙였다.”라고 하여 그가 책속에 들어 있는 상당수의 처방에 명명하였음을 밝혀 놓았다.

이 같은 사실은 尹春年이 펴낸 「신간의가필용」의 발문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이전에 조성은 「명의잡저」의 약(방문)에 이름이 없는 까닭에 새로운 이름을 짓게 되었는데…….”라고 하여 앞서 한 말과 부합된다.

연구논문에 의하면 暑症門의 淸暑益元湯, 溫中化滯湯, 却暑淸健湯, 解暑補氣湯, 消暑補血湯을 비롯하여 勞의 補陰瀉火湯에 이르기까지 16수의 처방에 새로 명명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들 처방은 곧이어 「의림촬요」와 「동의보감」에 그대로 준용된다.

또 하나 이 조선판 「신간명의잡저」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이 책이 후대에 널리 알려진 明代 薛己가 보주한 판본(1549年刊)과는 계열이 다르고 내용상 상당 부분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보주본과 조선판 「신간명의잡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신진학자에 의해 자세히 논구되어 있어 쉽게 참조할 수 있지만 크게 보아 6권으로 이뤄진 전체분량 가운데 제4권∼제6권에 해당하는 내용이 모두 후대에 보입된 것임을 알 수 있어 판본학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다.

이상 전래과정을 요약해 보면 1502년에 처음 나온 「明醫雜著」는 그 이듬해 곧바로 明의 徐弼에 의해 續醫論이 보완되어 중간되어 나오게 된다. 이후 徐弼의 중간본이 조선으로 건너와 1551년 趙晟에 의해 「新刊明醫雜著」로 거듭나게 된 것이며, 다시 일본에 넘어간 조선 책이 1645년 원 모습을 간직한 채 번각하여 전해지게 된 것이다.

1585년(선조18)에 나온 「고사촬요」 팔도책판에 綾城版이 기록되어 있는데, 조성의 발문에 綾城(현재의 전남 和順)의 洪欽仲에게 인행을 부탁했다고 한 말로 보아 이것이 조선에서 처음 간행한 판으로 보인다. 모리스 쿠랑의 서지목록에도 능성판이 기록되어 있으나 소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선 조선판을 그대로 번각한 일본판을 통해서 이 책의 원래 모습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전통의학정보연구본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