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2) - 대의원이 바로 서야 한의협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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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2) - 대의원이 바로 서야 한의협이 바로 선다
  • 승인 2011.01.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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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국

최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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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썩은 나무는 잎이 없다

올해 3월 제56회 대의원총회가 개최된다. 한의협이라는 나라의 국회가 열리는 것인데, 특이하게 딱 하루만 열리는 회의이다. 이 자리에서 250명의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뽑고, 감사원장도 선출하고, 1년의 예결산과 정책, 법 개정 등을 결정한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총리를 뽑기도 한다. 한마디로 매우 중요한 대의원이고 총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막강한 권력의 집결체이지만 하려고 하는 자 보다 등 떠밀려 의지 없이 할당량 채우는 차원에서 대의원이 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의원이 되고 나니 한의협 중앙회와 지부차원에서 관리가 들어온다.

한의협회장 선거라도 있는 해라면 입후보자들의 선거본부 운동원에 의하여 집중 관리된다. 총회 이외에는 한의협 회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움직이는 대의원은 별로 없고, 한의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보다 관리의 주체에 의한 거수기가 되기도 한다.

한의계의 현실이 매우 어렵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고 걱정하는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 한의협이 변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많다. 그러나 난 집이 멀고, 먹고 살기 바쁘고, 말 주변도 없고, 선(후)배들이 싫고… 등등의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다. 누가 나의 대변인인지 파악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면서 화를 낸다. “협회가 이 따위로 하니 회원들이 죽어나간다고…”

결국 이 문제는 시작도 끝도 없다. 그냥 그렇게 소리 없이 서서히 가라앉는 주인 없는 배안의 승객들만 있을 뿐이다. 협회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보다 먼저 고민해 볼 것이 있다. “협회를 어떻게 제대로 일하게 우리가 만들 것인가?”이다.

변화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대의원 바로 뽑기 캠페인도 하고, 회원들이 정관대로 대의원을 선출하려고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해보겠다고 나서는 회원들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망국의 관행이 서서히 깨지는 희망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희망적인 싹은 두루 널리 퍼져야 한다. 많은 분회에서 대의원을 정관대로 뽑아야 한다.

“정관대로” 라면 정관은 무엇인가? 정관시행세칙 13조에 보면 “분회총회는 구두호천 및 자천으로 후보자를 정하여 소정의 투표용지에 무기명으로 투표하되 다수 득표자 순으로 선출한다. 다만, 추천이 없는 경우에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여 다수 득표자 순으로 정한다.” 이다.

이제 대의원 제대로 뽑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의원이 되고 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우리의 현재 정관은 대의원을 선출하고 난 후 대의원과 회원들 간의 피드백 기능이 없다. 결국 회원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하는 불안정성을 가지고 있다. 정관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결국 대의원들이 회원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고, 회원들은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여야 할 것이다.

대의원총회 또한 바꿔야 한다. 연례행사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먼저 현재 논란중인 ‘회장 선거 방식의 개선’을 통해 대의원의 권한을 축소하여야 한다.

아울러 연례행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회원과 협회와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하여 상설위원회 등의 조치를 통하여 대의원들이 시의적절하게 협회의 회무를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대의원총회를 보자. 사회자의 서툰 회의진행으로 불필요한 논쟁 생산과 시간낭비를 유발하고, 중요 안건은 “다들 아시죠? 바로 투표 들어갑니다”식으로 성의 없이 심의하고, 투표 한번 하려면 재석 대의원 숫자 파악-투표-개표-발표 등으로 막대한 시간낭비와 회의 집중도 저하를 부르기 일쑤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으로 지방에서 올라온 대의원들은 귀가 시간에 쫓기게 되고, 결국은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 처리가 무산되는 경우가 다발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의원총회의 회의방식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사회자 회의진행방식의 개선, 안건심의의 정상화, 의결과정의 신속 정확성 확보, 선출과정의 정관 준수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여 무기명 투표는 비공개 투표로, 정관·예산·정책투표는 공개투표로 진행해 대의원의 책임 있는 투표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며,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하여 회의진행의 원활화를 담보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의장단, 감사단 등의 일꾼을 선출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정관대로 뽑아야한다.

작년의 경우 의장단 선거에 많은 입후자가 출마하였다. 입후자의 출마의 변이나 역량, 의욕, 회무 실천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감사단의 경우 사회자에 의해 박수 만장일치로 출마의 변조차 듣지 못하고 선출하는 사례들이 있다. 적당주의의 관행을 이제부터는 거부해 보자.

지금 우리는 힘들다고 말한다. 지금의 힘듦 보다 내일의 더 힘듦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세상은 얻고자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 노력하지 않고 방관만 한다면 결과는 명명백백하다. “내가 아닌 네가”가 아닌, “우리”가 나서보자. 협회는 회원의 협회이며, 대의원총회는 대의원의 총회이다.

최정국 / 대한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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