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73)「五洲書種博物攷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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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73)「五洲書種博物攷辨」②
  • 승인 2011.01.1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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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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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東에서 飛翔하는 大人의 博物

이 책은 여러 가지 광석류를 비롯하여 寶玉類·藥石類·膠角類 등의 製成과정을 기술하였기에 한국의 전통 금속공업과 광물학·冶金學·寶石彫琢術·窯業術·製藥術 등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한편 한의학의 입장에선 동양 전통의 박물학이 대개 본초에서 출발하고 있는지라 갖가지 약석류 특히 오늘날 제법 면에서 제약이 많은 金石之材의 활용을 위해서 참고가치가 매우 크다. 본초에서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약재를 사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유황에 대해서는 일본의 유황이 품질이 좋다고 하였으나 우리나라 진산, 수안, 경주, 서울의 소격서동 벼랑, 과천의 관악산 등에도 유황이 있으며 낱낱이 적을 수 없다고 하였다.

消石은 焰硝의 소석과 煉消石 두 가지가 있는데 만드는 법으로는 苦蔘을 구리솥에 넣고 달이다가 재료를 넣어 끓인다고 하였는데, 이 방법은 李時珍의 처방에 따른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石脾나 密陀僧, 輕粉 등과 같은 수많은 약제의 제법에 역시 李時珍의 방법을 따른다고 한 것으로 보아 「本草綱目」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尊華主義에 입각하여 청의 문물을 벽안시했던 성리학 일변도의 조선의 학풍에서 벗어나 청으로부터 수입된 신문물과 고증학적 기풍을 적극 수용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방법, 나아가 가짜를 만드는 방법, 수리하는 방법, 온갖 종류의 재료를 가리는 방법 등이 자상하게 기술되어 있어 그가 철저히 실사구시적 입장에서 기술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진주조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진주 다루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조문의 끝에는 진주에 씨를 심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즉 진주를 양식하는 방법인 셈인데, 이때 약 처방도 수재되어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에서 많이 나는데, 중국에서는 우리 진주를 최고급으로 친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다. 또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방법도 수록해 놓아 지금과 인식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석웅황은 지난번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해경과 충돌을 빚었던 서해의 대청도 암벽에 첩첩이 매달려 있다고 하였으며, 흑산도 앞 바다 속에서도 많이 난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다. 담반조의 雜攷에는 “우리나라 약국(我東藥)은 礬을 우담즙에 섞어 위품을 만드는데 써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 수은조에는 嶺南人所傳方에서 전하는 수은 만드는 법이 적혀 있는데, 산속 바위틈에서 나는 朱土에서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또 평안도의 祥原과 孟山의 굴속에서 품질 좋은 주사가 나온다고 하며, 주민들이 몰래 캐어 구워서 수은을 만든다고 하였다.

여러 가지 수은 종류 중에 草汞에 쓰이는 馬齒은 속명으로 쇠비름[牛]이라고 부르는데, 줄기는 붉고 잎은 가늘면서 두텁다. 줄기와 잎 사이에 맺힌 것이 汞砂라면 진짜라고 하였다. 쇠비름에 수은 함유량이 많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채득하여 잘 알고 있었던 것이며, 이를 채취하여 수은을 석출하는데 사용한 것이다. 풀에서 수은을 만드는 방법은 말린 쇠비름을 태워서 불사르면 수은을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19세기 우리나라 전통과학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이 책은 불후의 업적으로 칭송받을 만하나 1세기 가까이 주목받지 못하다가 한국전쟁 이후 최남선이 입수하였고 현재는 고려대 육당문고에 보관되어 있다.

저자의 서문에는 청의 연호를 피하기 위하여 大東 龍飛甲午년이라고 표기하였다. 대동국에서 용처럼 비상하길 바랐을 이규경의 걸작을 통해 세계로 웅비하는 내일의 한국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 또한 신년의 희망을 담은 기원이 될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전통의학정보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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