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72) 「五洲書種博物考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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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72) 「五洲書種博物考辨」①
  • 승인 2011.01.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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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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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病居士의 산골 경제학

   「오주서종박물고변」
표지(左)와 序文

그간 五洲 李圭景(1788∼1856)의 삶과 그가 조선의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五洲衍文長箋散稿」를 통해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본 바 있다.(455회 破紙가 될 뻔한 不朽의 名作 ① / 2010년 6월 24일자, 456회 體驗과 辨證으로 점철한 學究熱 ② / 동년 7월 1일자, 457회 絶峽窮谷에 고립된 靑莊館의 後裔 ③ / 동년 7월 7일자) 그는 고단한 일생을 살았지만 평생 동안 실학자로서 철저하게 탐구자적 자세를 버리지 않았으며, 방대한 규모의 지식세계를 구축하였음을 전고에서 충분히 느끼셨으리라 믿는다.

오늘 소개할 책은 다소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저술로 그의 박물학적 호기심과 사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극치를 이루는 저작이다. 특히 여기에는 약용으로 쓰이는 금속성 광물류 약물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그것들의 제련법이나 가공방법들이 풍부하게 기술되어 있다. 특히 향약류의 향토산 초재 이외에는 조선의 독자적인 본초 경험이나 자국산 약재에 대한 역사자료가 드문 입장에서는 이 책에 보이는 다양한 내용은 본초학적 측면에서도 매우 소중한 기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은 3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부록으로 煉鐵辨證說이 수록되어 있다. 권1에는 금, 은, 구리로부터 鍮石銅, 唐金, 鏡銅까지 12종의 금속류가 기재되어 있고, 권2에는 玉, 水晶, 瑪瑙로부터 玳瑁, 鰒魚甲, 膠까지 23종이 기재되어 있으며, 권3에는 水銀, 靈砂, 銀朱로부터 石硫黃, 綠礬, 黃礬까지 15종의 물질이 기록되어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琥珀이나 石雄黃, 眞珠, 玳瑁, 靈砂, 輕粉, 黃丹, 密陀僧, 硫黃 등속은 흔히 한약재로 써오던 재료들이다. 또 글 가운데는 금속성 원재만 다룬 것이 아니라 뿔이나 뼈, 象牙, 전복껍데기 등의 골각재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것들로부터 얻어지는 물질이거나 2차 가공품인 石鏡, 眼鏡, 瓷器, 陶窯, 金剛鑽, 갖풀(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서문에서 술회하기를 “임진년(1832년, 순조32)에 병이 들어 終南草堂에 누웠는데 초당 앞에는 풀이 한길이나 자랐고 ‘늘 병이 잦으니 친구도 드물구나[多病故人疏]’라고 한 당나라 시인 孟浩然의 노래[歲暮歸南山]를 읊조려 보았으나 끝내 깊은 회포를 풀 수 없었다. 문득 오래 전에 적어 두었던 글을 꺼내어 시름이나 덜어볼 요량으로 들여다보니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다.”라고 하여 집필동기를 심심 파적삼아 시작한 듯 무덤덤하게 피력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博物에는 대소가 있는데, ‘만물은 무리에 따라 나뉘고 방도는 종류에 따라 모인다’(物以群分, 方以類聚)라고 한 「周易」· 繫辭傳의 말을 인용하여 大人의 박물이 없어지고 학문의 대가 끊기었다고 개탄하면서 세속에서 보잘 것 없는 것을 기록하고 괴벽하고 기이한 말을 즐기는 것은 小人의 박물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나타냈다.

그가 서문에서 참고했다고 밝힌 문헌으로는 「三才圖會」, 「格致鏡源」, 「廣博物志」,「天工開物」을 들었는데, “속세를 떠나 깊은 산속에서 은거하는 선비가 이러한 두꺼운 책이나 숨겨진 책을 얻기란 매우 어렵고 또 그것을 마음대로 본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라고 하여 그것마저도 지인을 통해 겨우 얻어 본 것의 일부 내용을 초사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말에서 “이 책이 한 구석이라도 볼만 하고, 또한 산속에 은거하는 사람의 경제를 만족시켜 준다면 족한 것이다.”라고 말하여 대인의 박물학을 지향하는 자신의 원대한 뜻을 산골생활에 약간의 도움이라도 전해 볼 요량이라고 소박하고 겸손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음 호에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전통의학정보연구본부장 「오주서종박물고변」 표지(左)와 序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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