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칼럼] 윷놀이 9단과 고스톱 9단
상태바
[민족문화칼럼] 윷놀이 9단과 고스톱 9단
  • 승인 2003.04.19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윷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래 민속놀이

우리는 몇 년 전 국회의원들이 상습적으로 고스톱을 쳤다 해서 흥분했던 적이 있다. 선량들이 나라의 정책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고스톱이라니…. 어떤 사람의 아내는 고스톱에 미쳐서 집까지 팔고 도망 나가 온 식구가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말도 들린다. 고스톱을 공항에서도 치고, 음식점에서도 하고, 차량 속에서도 하고, 점포에서도 하고…. 청소년들이 컴퓨터게임에 미쳐서 중독증세를 일으키고 며칠을 굶은 채 게임을 하다가 죽기까지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놀이도 문화의 하나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놀이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앞에 얘기한 모양새들이 과연 바람직한 모습인가?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놀이가 천 가지가 넘었고, 조선시대에 가장 인기 있었던 놀이는 “쌍륙”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의 전래놀이는 이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고스톱이 이미 전 국민의 놀이가 되었으니 인정해 주자고 하지만 안 될 말이다. 놀이문화를 포함해 모든 문화의 가치는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돼야 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면 차라리 않는 것보다 못하다.

많은 사람들이 화투놀이에 열광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라고 한다. 1936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전래놀이를 조사, 정리하여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조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후 1937년부터 그들은 문화식민지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 풍물놀이를 비롯한 민속놀이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물론, 1938년에는 학교에서 조선말을 추방했고, 창씨개명을 해야 했으며, 그때에 화투를 들여왔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원래 화투는 어디서 생겼을까?

일본에서 고스톱과 비슷한 ‘고이코이’라는 놀이가 1720년 무렵 생겨서 1820년경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화투의 그림을 보면 12월을 뜻하는 비에는 일본 ‘비의 신’이 있으며, ‘후지산’이 등장하고, 벚꽃(사꾸라) 등 일본을 상징하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빠찡꼬, 마작, 전자오락에 빠져 있지, 화투는 노인들만 하는 오락으로 생각하고, 한국 사람들이 화투를 좋아한다면 경멸하기까지 한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화투는 일본이 만들었지만 자기들은 즐기지 않으면서도 한국을 완전한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것이 아닐까? 그런 오락을 우리가 아무 비판 없이 따른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고스톱에서 돈내기를 없앤다면 누가 그렇게 재미있어 하겠는가? 그 돈내기 때문에 장시간 고스톱에 열중한 나머지 심장마비나 허리디스크 등의 건강 이상이 오거나 좋은 인간관계가 훼손되고, 가정파탄, 업무태만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고스톱을 쳤을 때 혈압 19%, 맥박 33%, 흡연량 100%의 증가가 있었으며,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과다하게 늘었다는 실험결과 보고가 있기도 하다.

물론 문화는 접촉함에 따라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므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타문화가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나쁜 뜻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유포하였다면, 또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면 이는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간의 접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영양분을 얻고, 문화를 풍요롭고 다양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교류와 선택‘은 ‘문화 접촉‘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모임에서 10여 쌍의 부부들이 윷놀이를 밤새워 했는데 아무도 집에 가거나 잠자는 사람 없이 진 사람들까지도 무척이나 즐거워했던 기억이 내게는 있다. 충북 능산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전래놀이를 하면서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전래 민속놀이는 따분한 것이 아니다. 잘 익히고 응용하면, 그 어떤 외국놀이보다도 우리에게 더 잘 맞는 그리고 바람직하고 재미있는 놀이임이 분명하다. 여가를 즐기는 것은 삶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놀이여야만 한다.

참고로 우리에게 익숙한 윷놀이는 부여족 시대에 다섯 가지 가축을 다섯 마을에 나눠주고, 그 가축들을 경쟁적으로 번식시킬 목적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래로 전해진다. 윷가락의 이름인 도는 돼지, 개는 개(犬),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가축의 크기, 빠르기, 가치 등을 비교하여 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영조(민족문화운동가)

※연락처 02)969-777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