腹治醫學會 대학생캠프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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腹治醫學會 대학생캠프 참관기
  • 승인 2010.09.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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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석

한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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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신청… 예비의료인 책임감 고조
가볍게 신청… 예비의료인 책임감 고조
실제 먹고 체험하니 약징 확연히 다가와

腹治醫學會 대학생캠프 참관기 

6월 초가 되자 학교 게시판은 여름방학을 맞아 진행되는 각 학회의 특강 포스터가 붙기 시작했다. 한의대 재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만한 동의보감, 청풍학회, 화침캠프, 복치학회 등의 강연들. 이 중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복치학회 공개특강이다.

최근 한의사와 학생들 사이에 뜨거운 호응을 얻고 떠오른 복치학회.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腹診을 기반으로 한 진단, 상한 고방의 재해석과 운용이라는 신선한 화두가 나를 공개특강으로 이끌었다. 3일 간의 강의는 크게 고법의 개요, 의단과 의사혹문, 약징으로 나뉘고 성균관대학교 강당에는 200여명의 본과생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방 운용의 기준이 되고 법이 되는 고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으로 강의는 시작되었다. 고법이란 ‘萬病을 야기한 一毒과 所在와 治法을 파악하고, 腹候와 外證의 徵으로부터 단서약물을 알아내어, 고방을 선방 투약하는 용약법’이라고 하였다. 처음 접하게 되는 개념이라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으나 분명한 건 지금까지 배워온 음양오행, 상생상극, 장부론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었다.

본초의 효능에 있어서는 ‘萬病은 오직 하나의 독에서 비롯된다. 모든 약은 다 독물이다. 藥毒으로 病毒을 功하여 病毒이 제거되면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다’라고 표현하여 약으로 病毒을 공격한다고 하였다. 이 역시 본초학 시간에 배운 본초 개념과 다른 점이다. 왜냐하면 본초는 오장과 원기를 보하거나 진액과 혈을 보하고 정기를 수렴시키는 그러한 것으로 배우고 공부하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생각들이 뒤엉켜 혼란스러웠는데 강사님도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아시는지 기본적인 것들을 설명하시고 바로 치험례를 보여주시며 설명해주셨다.

치험례는 동통질환에 대한 것들이고 대부분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복용하며 생활하거나 심지어 진통제가 듣지 않을 정도의 통증을 가지고 있었다. 치험례를 보며 두 가지 방면에서 놀라게 되었다. 하나는 통증을 치료할 때의 主藥이 마황, 부자, 감수라는 것이다. 한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이 약이 무시무시한 효과를 갖고 있고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음양오행, 상생상극, 장부론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


특히 감수와 같은 약은, 그 약이 들어간 처방도 몇 개 없을 뿐더러 그 처방을 어떻게 써야한다는 것을 보고 들은 적이 없는데 통증질환에서 감수지제의 빈도는 높았으며 그 효과는 정말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질적이고 중한 병은 독한 약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것이 ‘藥毒으로 病毒을 功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약독을 쓰는 사람이다. 약은 독이고 그 약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이것은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수술에 임하는 외과의사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전문가이며 의사이다.” 강사님의 이 말에 예비 의료인으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에게 놀라움을 준 또 다른 점은 음양오행 없이도 명확한 기준으로 처방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입학한 이래 음양오행과 황제내경을 공부하고 방제학을 배워도 직접 환자를 보면 객관적으로 변증을 하고 처방 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한의학은 어려운 것이고 음양오행과 장부변증만이 한약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법을 가지고 외증과 복진으로 단서약물을 찾아서 선방하는 것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둘째 날 약징 강의시간에는 약을 직접 먹고 반응을 확인했던 것이 인상 깊다. 마황과 창출 그리고 치자시탕을 학생들에게 나눠 주고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반응은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나 같은 경우는 마황을 먹으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였다. 창출은 복용 후 방광이 꽉 차는 느낌을 받았으며, 치자시탕을 먹고는 정말로 가슴의 답답함이 풀리며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방제학이나 본초학을 배우면서 약을 먹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실제로 먹어 보고 내 몸으로 느껴 보니 재미도 있고 그 깨닫는 깊이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강사님은 모든 진리는 직접 행하는 것에서 온다는 ‘行의 道’를 무엇보다 강조하시며 참된 진리는 머릿속으로 깊이 고민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직접 행함을 통해 누구나 쉽고 간결하게 깨달을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하셨다. 또한 의사 스스로 먹어보지 않은 약을 환자에게 주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하셨는데 지금까지 안일하게 머리로만 하는 공부를 해온 스스로를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깊이 감명을 받은 것은 의단과 의사혹문을 통한 참된 의사의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다. 그 글들 속에는 내용을 떠나서 한자 한자마다 의사로서 환자와 질병을 고치고자 한 처절한 마음이 녹아있는 듯했다. 그것은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졸업하면 뭘 해야 하나…. 돈은 많이 벌 수 있을까?’와 같은 안일한 고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했던 선인이 걸었던 길이라면 그 길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며, 나도 후학으로써 그 길을 같이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死生부분에 나오는 ‘의사는 자신의 환자가 잘못될까봐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아무리 어려운 순간이라도 오직 환자가 나을 것만을 보고 노력한다’는 내용은 의학의 길을 걷는 나의 마음 속 깊이 남게되었다.

이렇듯 3일 간 열린 복치의학회의 공개강의는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나의 머리와 마음 속에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던 강의는 듣고 나니 어느새 예비 의료인으로서 묵직한 무엇인가를 안겨주었다. 이 강의를 통해 복치의학회가 어떤 공부를 어떤 정신으로 하는지 잘 알 수 있던 기회라 생각한다. 여러 모로 유익하고 보람 있는 3일이었다. 캠프에 참여한 180명도 엇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하다.

한주석/ 대구한의대 본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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