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51] 備豫百要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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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51] 備豫百要方②
  • 승인 2003.04.1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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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患難에 대비한 백가지 방도

그림설명-『동의보감』의 百要 인용문

지금까지 이 책의 저작연대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았으며, 다만 三木榮과 金斗鍾이 宋의 의서로 추정하였을 뿐이었다.

한때 『의방유취』를 소장했었고 일본 고증의학파의 문호를 열었던 丹波 가문의 저작 중 丹波元胤이 지은 『中國醫籍考』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반면 그의 동생인 丹波元堅의 『雜病廣要』 引用書目을 보면 이 책을 明 시기의 의서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이 책에 대한 저술연대 추정은 宋 시대설과 明 시대설로 대비될 뿐인데, 두 가지 모두 중국 의서라는 전제하에 내려진 견해이기에 크게 참고할 바 없다. 전자의 경우, 처방이나 인용문의 경향성을 보고 판단하였을 것이며, 후자의 경우 『의방유취』 범례에서 제시한 시대순 배열에 따른 수록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의방유취·인용제서』에서 이 책이 明 劉純의 玉機微義, 醫經小學 그리고 고려의 御醫撮要에 이어 수록되었고 歷代書目類에 기록되지 않은 미지의 서적임으로 유취 편찬 당시에 저작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책의 편찬시기를 金弁이 戶部尙書 직에 재임했던 고려 고종 16년(己丑, 1229년) 이후로 추정할 수 있다.

또 고려 중엽 대장도감에서 간행된 것으로 알려진 『향약구급방』이 『비예백요방』을 모태로 거의 전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하한연대가 『향약구급방』의 편찬 이후로 내려가지 않는다.

따라서 적어도 대장도감의 설치시기인 1232년에서 1251년 이전에 나온 것임이 분명하며, 대략 1230~1240년경에 저술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이 책은 어떻게 오늘날 전해지게 되었을까?

『의방유취』 인용서로 편입되었을 뿐 원본이 망실되어 전하지 않는 책의 전본을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遺篇을 통해 조선 세종 무렵 이 책의 유전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몇 가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備豫百要方】 舌忽然腫, 如猪胞狀, 滿口不理, 須臾卽死方 : 煤태和鹽少許, 細硏, 塗上下. 煤태, 一云釜黑. 一本和醋.” (의방유취 / 권 76 / 口舌門)

위의 처방은 『향약구급방』에서 木舌의 치료처방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대조문의 말미에 있는 편찬자의 校記를 통해서 유취 편찬 당시 적어도 2종 이상의 轉寫本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의 계통성을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현재 『향약집성방』에 채록된 『三和子鄕藥方』이 240방 가량으로 고려 의서 중 가장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鄕藥濟生集成方』편찬 서문에 너무 소략하다고 표현하였다.

이에 비해 유취에 남아 있는 백요방의 인용문은 4편의 논설과 함께 처방이 1,200여 조를 웃돌아 양적으로 훨씬 규모가 큰 方書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저작시기에 있어서도 1230~1240년경으로 길지 않은 시간간격을 두고 『비예백요방』, 『향약구급방』이 순차적으로 편찬되었으며, 이후 이를 토대로 『삼화자향약방』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결과는 『향약구급방』과 『삼화자향약방』, 『비예백요방』의 근친성이 중국의 영향을 짙게 받았기 때문이라는 기존 학계의 피상적 견해를 탈피하는 것이다.

즉, 여러 향약류 의서의 기본적 내용을 구성하고 있었던 『비예백요방』이 중국처방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삼국으로부터 고려에 이어지는 우리 민족의 고유의학 경험이 송두리째 당송의학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던 것이다.

희미하긴 하지만 우리 의학서 속에 남겨진 『비예백요방』의 흔적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현존 『향약제생집성방』안에 2조문이 보인다.

또 『동의보감』 內景篇·神門의 癲狂에도 음양의 허실로 癲과 狂을 구분한 ‘百要’ 인용문이 딱 1조문 남아 있지만 이미 출전문헌의 성격에 대해서는 거의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고려 의서의 복원과 분석적 연구를 통해 민족의학 경험이 반영된 자주의학의 기풍과 그 의미를 오늘에 되살리는 일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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