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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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18)
  • 승인 2010.08.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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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환

이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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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스키 부츠
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18)
깨진 스키 부츠

무더운 날씨로 짜증나는 계절이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 있던 얘기를 잠깐 하려 한다. 오랜만에 친구가 스키장에 가자고 해서 집에 있는 스노보드를 꺼내봤더니, 엣지가 녹슬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플레이트도 ‘날 잡아 잡수’ 하는 식으로 쩍 갈라져 있었다. 허탈했다. 나름 이유는 많았지만 그래도 한때 내 열정의 대상이던 보드가 이렇게 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할 수 없이 타 본지 10년은 된 것 같은 스키와 부츠를 꺼내서(다행히 그럭저럭 탈만한 상태로 보였다) 스키장으로 향했다.

스키장에 도착하여 부츠에 발을 넣으니, 예전에도 그다지 수월하게 발이 들어가지 않던 기억은 있지만, 부츠에 발이 당최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30분은 넘게 낑낑거린 후 억지로 발을 우겨 넣은 다음 정상에서 내려오는데 발이 너무 아프다. 곧 좋아지겠지 하면서 계속 탔지만 어느덧 정오가 되고, 발의 통증은 줄지 않았다. 결국 그만 타기로 하고 내려와서 스키를 벗는데 아뿔싸! 스키 부츠가 깨져(정확히는 터져) 있는 것 아닌가.

살이 쪄서 입고 있던 옷이 뜯어진다는 것은 들어봤지만 스키 부츠가 깨진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물론 결혼 이후 급격한 체중 증가로 발이 커진 것도 원인이겠지만, 내 생각에는 이 부츠 사건에 기여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발의 과회내일 것이다. 발의 회내는 거골하의 외번, 전족의 외전, 배측굴곡, 족저 아치의 편평화가 조합된 움직임으로 정상 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정상적인 회내의 경우에는 천장 관절과 요천추 관절의 긴장을 일으키고, 서혜 인대를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게 하여 불안정성을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발의 과회내는 통증, 저림 등 다양한 근골격계 증상을 비롯하여 두통, 현훈, 피로 등 여러 가지 전신적인 이상증후와 관련성을 가지게 된다.

과회내로 인한 문제를 치료하기 위해 아치를 지지할 수 있는 맞춤형의 보조기나 깔창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치료이지만, 이 분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개원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발의 과회내로 인해서 나타나는 전체적인 체형의 변화를 관찰하면 도움이 된다. 대개 기능적으로 하지가 짧게 되고, 고관절이 내회전되면서 장요근이 긴장되어 골반이 앞쪽으로 경사지게 되기 때문에 이를 교정하기 위한 목적의 추나치료, 테이핑 치료, 침 치료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완되고 약한 연부 조직의 강화를 위한 다른 한의학적인 치료 방법들도 여전히 유용한 방법이 된다.

이준환/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재활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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