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닦은 한의사 많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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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닦은 한의사 많아져야”
  • 승인 2010.06.2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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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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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인터뷰(20)- 정태욱 구의제세한의원장
“기초 닦은 한의사 많아져야”
칭찬릴레이 인터뷰(20)- 정태욱 구의제세한의원장 

“한의학은 음양오행론이다. 환자마다 병의 원인과 병리가 다르다. 처방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정 원장이 한의학 기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은 칭찬 받을 일이 없다며 겸손해 했지만 막상 한의학과 한의사의 현실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자신을 두고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면서 “그런데 한의학에 대한 얘기를 할 기회가 없다. 한의학 얘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한의대 시절부터 환자를 치료해도 그 기전을 몰라 회의를 느끼던 차에 한의학의 원리를 가르쳐 준다는 소문학회의 얘기를 들었다. 이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 벌써 15년이 흘렀다. 소문학회는 석곡 이규준 선생이 편찬한 <의감중마>와 <소문대요> 2권을 중심으로 토론과 학습을 통해 음양오행의 기본원리를 깨우친다. 소문학회의 부양론에서 말하는 양이란 음양오행을 말하는 것으로 곧 생명을 말한다.

“무슨 전문 한의원이라고 해서 대대적으로 광고도 하지만 몇 가지 처방으로 환자를 보니 잘 낫지 않고 결국 이 때문에 전체 한의학에 대한 불신도 생겼다. 무슨 대단한 병을 고치려고 광고하고 그러나. 동네 명의로 남아있어도 한의학에 대한 불신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문학회의 이론은 접근하기가 까다롭다. 많은 한의사들이 소문학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중도에 포기한 사람도 적잖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최근 소문캠프를 시작해 한의대생 위주로 학습강좌를 시작했다.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한의학의 표준화, 과학화 대세에 따라 환자를 규격화시켜 바라본다는 점이다. 양방처럼 한 증상에 어떤 약 이런 식으로 정해진 처방이 없다는 점이 한약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한약을 한제씩 지으면서부터 한의학이 망해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한 그는 “약을 처방하면서 그 예후에 따라 약 처방을 달리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의보감의 무슨 처방 무슨 책의 어떤 처방 이런 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며 “환자를 보고 느낌이 와야지 처방을 외우려고 하면 그것은 죽은 처방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정도 공부가 되면 환자를 보고 4진 중 3진까지만 해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예후까지도 알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기본이 안돼 있어 그런 거다. 지금 한의사들은 기본 없이 술을 배우다 보니 각각 원리가 없는 침법이니 비방이니 배우면서 한의학이 근본을 잃어버리는 거다”라고 말했다.

환자 따라 처방 달라야 … 한의학 과학화 우려
사상체질의학 분류법 <내경> 체질구분과 달라
술기만 내세운 한의원 대국민 불신 낳는 ‘온상’


그는 또 “한방의 과학화라는 말을 듣고 나는 한의학이 다 됐다 싶었다”며 “한의학은 과가 없고 오장육부가 하나의 생명으로 움직이는 거지 따로 떼어놓으면 안된다. 한방의 과학화라고 하면 한방 자체가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사상체질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황제내경 사상체질과 동의수세보원에서 말하는 사상체질은 다르다면서 “이제마 선생은 철학자다. 철학적으로 소음인 태음인 등으로 사람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한 것으로 전통 한의학에서 말하는 춘하추동과 다르다. 지금 한의계에서는 이것을 혼동해서 쓴다. 이 둘을 맞춰보려고 역대 교수들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다르기 때문에 맞을 수가 없는 거다”고 말했다.

그는 “소음인이라서 평생 이런 음식, 이런 처방을 써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면서 “체질은 병이 아니다. 다만 체질의학이 맞아 들어갈 땐 또 잘 맞아 들어가지만 이것은 거성수, 즉 대체로 그렇게 갈 것이라는 경향”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존 한의계 이론과 술기에 대해서 걱정스런 말을 쏟아낸 이유는 뭘까. 그는 “한의사가 하는 처방이 잘못됐다기보다는 그것을 왜 쓰는지, 근거가 뭔지를 알면 골라 쓰거나 만들어 쓸 수 있고 그런 식으로 더 발전될 수도 있는데 자꾸 획일화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란다.

한의학에 좀 더 객관화된 근거를 요구하는 분위기를 거슬러야 한다는 얘기일까? 그는 “자꾸 양방 쪽 관점에서 보다 보니 더 한의사가 설 자리가 없는 거다. 동물실험 해서 어떤 처방에 치료율 얼마니 하는 것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예를 들면서 “구미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양방의학이 동양의학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서야 양방의 뒷꽁무니를 좇고 있다”고 통탄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길을 가자고 한의계에 제언하기도 했다.

정 원장이 치료율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도 한의학 이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의 한의원에는 그 흔한 물리치료기 하나 없다. 침이나 약도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권하지 않는다. ‘일침 이구 삼약’이라는 말처럼 환자를 병리를 파악한 후에는 침·뜸·한약으로만 환자를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이 그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한의학적 기본원리를 강조하다 보니 당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의사들에게는 다소 거리가 먼 얘기처럼 들린다. 그는 “의사가 돈벌이에 나서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예전에 나도 돈을 많이 벌었지만 하면 할수록 회의가 들었다”며 의사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의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한의사는 한의학을 알아야 합니다. 정상적인 생명의 모습 즉 생리를 알고, 병리가 어떻게 환자마다 다르게 일어나는지를 살피는 게 우선이죠. 그러면 치료율은 자연스레 높아집니다. 기초가 닦인 한의사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지연 기자

정태욱 원장 릴레이인터뷰 추천- 황의완 경희대 한의대 교수

경희의료원 한의대 신경정신과 황의완 교수를 추천합니다. 황 교수의 임상능력이야 잘 알려졌지만 기여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 전통의학 분야에 신경정신의학이 전문화되지 않았을 때, 한의학에 신경정신의학을 확립했습니다.

30년 이상 한방 신경정신의학 연구에 전념해 알코올중독, 화병, 치매 등 신경정신 질환 치료와 학문 정립에 장을 열었기에 황의완 교수를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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