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50)- <厚生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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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50)- <厚生錄>②
  • 승인 2010.04.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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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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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재배와 한의약산업 개발

고의서 산책(450)- <厚生錄>②

후생록서 지수재집 .

 

 


약초 재배와 한의약산업 개발 

현존하는 이 책의 하권에만 도합 103題 395항목의 적잖은 분량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유척기가 지은 서문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전하지 않는 상권에는 涑水家儀와 昔賢法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속수가의의 涑水는 송나라 司馬光의 別號로, 앞의 책은 그가 지은 <家禮>를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석현법언은 말 그대로 옛 성현들의 명언들은 모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보면 의약이나 약초 재배에 관한 내용만큼은 고스란히 현전하는 하권에 담겨져 있는 셈이다.

하권의 내용을 일별해 보면 먼저 種蔬편에 苦椒, 萵苣, 蘿葍, 蒜, 薑, 蔓菁, 西瓜 등 22종의 채소와 재배법이 75항목에 걸쳐 실려 있다. 이어 種藥편에는 地黃, 天門冬, 枸杞子, 甘菊, 商陸, 五味子, 山藥, 川芎, 當歸, 麥門冬, 蒼朮과 諸藥 즉, 여러 가지 약종이 소개되어 있다. 총 13종 29항목에 달한다. 別種諸品에도 竹, 蓮과 함께 烟茶, 紅花, 藍, 茱萸, 覆盆子, 蒼耳 등 기호식품이나 염료로 이용되는 약재 12종에 대한 재배법 36항목이 들어있다.

이어 牧養편에는 牛, 馬, 羊, 猪, 犬, 鷄 등 이른바 가축뿐만 아니라 鵝, 鴨, 魚, 蠶, 蜂 등 재배와 양식이 가능한 동물의 다양한 목축법 12종 133항목이 실려있다. 또한 救荒方이 수록되어 있는데, 麻豆, 白茯苓, 蒼朮, 松葉, 貫衆 등을 먹는 방법 등 구황식에 대한 제조법과 복용법 10종 24항목이 들어있다. 辟穀諸方(5종 18항목)에는 吸日法, 嚥津法, 不畏寒法, 貿易法이, 饌膳法에는 갖가지 음식과 반찬 장만하는 방법이 들어있는데, 造醬, 肉醬, 白麪醬, 大麥醬, 淸醬, 汁醬法, 造醋法, 造油法, 造酒法, 常饌, 豆粥速成法 등의 내용이 들어있어 약선 개발에도 응용할 만하다.

온갖 반찬 요리법 수록… 약선 개발 응용할만
俗方‧ 近法 소개해 과학기술사 문헌가치 탁월


끝으로 器用에는 車輿, 床榻, 茵席, 油囊, 書燈, 火爐, 造硯, 造墨, 松烟墨, 造筆, 鑄字 등 갖가지 일상에 필요한 제조법(14종 26항목)이 망라되어 있다. 器用에는 造墨, 造筆, 雜方, 生財 등 13종 34항목이 들어있다. 또한 부록으로 警語, 用財 등의 항목(2종20항목)도 덧붙여져 있어 가히 일용 상식백과의 기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목록에 나타난 諸說과 跋文은 현전본에 빠져있어 내용을 볼 수 없다.

이상 이 책에 실려있는 다양한 성격의 본문 내용으로 보아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 중기의 가정의약 백과전서인 <山林經濟>나 <攷事撮要> 등과 유사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찍이 종합농업기술서로 학계에 소개된 바가 있지만, 단순히 농업기술 진작 차원에서 저술되었다고 한정 짓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이 책에는 俗方이라고 표현하는 전래 기법을 다수 수록하고 있으며, 近法이라고 적은 당시 통용하던 신기술 또는 혁신기법을 소개하여 과학기술사적 문헌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허균이 지은 <閑情錄>이나 ‘宣谷任氏’ 같은 출전이 보여 조선 전래의 경험이 녹아든 뛰어난 저작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山林經濟>, <增補山林經濟>, <攷事撮要>, <林園經濟志>와 맥을 같이 하는 일용 의약서로서 성격을 구비하고 있기에 전통의약사 측면에서도 매우 참고가치가 높은 문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약초 재배와 육종법 등에 관한 기술은 주로 <臞仙神隱書>와 姜希孟의 <四時纂要抄>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통의약학이 주로 본초약물학과 농업 생산의 기반으로부터 출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의약산업에 반드시 참고해야 할 고전문헌으로 보인다.

안상우/ 한의학연구원 전통의학정보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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