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체질의학회에 告함
상태바
사상체질의학회에 告함
  • 승인 2010.03.31 14:4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우

이정우

mjmedi@http://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9>
체질 행침법 연구 중요… 현실은 중구난방
<四象人 針穴 선택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 十二正經을 중심으로>를 論함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9>-
사상체질의학회에 告함  

“한의학 위기상황은 치료의학으로써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하겠다. 이제는 침법 역시 溫故知新해야 할 때다”

최근 사상체질의학회에 공개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질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현재 학회에서 장려하고 있는 침법이 있는지, 예를 들어 소음인이라면 체질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어떤 침법을 쓰는지, 아니면 체질과 무관하게 행침하는 지에 대해서다.

장현진 현 사상체질의학회 회장님께서는 제 공개질문에 대해 “사상체질의학회는 공개 답변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라며 “사상체질의학회의 홈페이지에 침과 관련한 논문이 여럿 있는데, 그 논문들을 읽어 보고 쓴 글인지 궁금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일단 논문들을 검색해서 읽어 보았다. 그 중 전 사상체질의학회 회장을 역임하셨던 조황성 박사님의 논문이 눈에 들어왔다(四象人 針穴 선택의 방법론에 대한 연구- 十二正經을 중심으로-조황성, 2006). 회장이란 중임을 맡으셨으면서도 침과 체질을 접목해 연구한 노고에 경의를 보낸다. 현 회장님께서 논문을 언급하셨다니 논문을 가지고 공개 토론을 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어 위의 논문부터 토론하려 한다.

한의학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의학에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선 중의학과 대비되는 한국의학의 차별성과 우수성이 부각되어야 할 것이 당연하다. 현재 한의학의 위기상황은 한의학이 가진 치료의학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는 것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하겠다. 침은 한의학 고유의 치료법이며 약과 함께 한의학 치료의 핵심으로 거의 모든 한의사가 침 치료를 하고 있다. 이제는 침법 역시 ‘온고지신(溫故知新)’ 해야 할 때다.

동무공께서 돌아가신 지가 벌써 100년 하고도 10년이나 더 지났다. <동의수세보원 소음인범론>의 말미에 “체질의 행침법 연구를 후손에게 맡긴다”는 공(公)의 유지가 명기되어 있으며 따로 “100년 후에는 세상 사람들이 사상의학으로 질병을 치료하게 될 것이다”는 유언도 전해진다. 사상의학은 중의학과 차별되는 한국의학의 전승(傳承)으로 한의학의 보배며, 체질의 행침법 확립은 중의학을 넘어서 비상하는 한국의학의 원동력이 되리라 본다.

필자의 토론 제기에는 논문의 저자를 향한 소모적인 비판이나 비방의 의도는 전혀 없다. 이런 공개토론의 자리가 한의학의 발전과 함께 한의사 전체의 이익이 되기를 바라며, 이후 체질과 침을 주제로 한의학의 발전을 전제하는 생산적인 담론의 장이 형성될 것도 희망한다. 이해하기 쉽도록 논문의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을 ①전제 ②주제 선택 ③내용의 3부분으로 나누어 짚어보겠다(이하 글에서 논문의 인용 원문은 [ ] 안에 넣어서 구별한다).

“이렇게 육경 병증을 사상인 병증으로 분류한 것을 해당 경맥에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논점을 비약한 것을 논점 일탈의 오류라고 한다”

첫째, 전제의 정당성 평가
저자는 <동의수세보원 의원론>의 장중경 육경변증과 기백의 삼음삼양변증에서 병증을 분류한 경맥 자체가 치료경맥이 된다고 전제하고 논문을 시작한다. 이렇게 육경 병증을 사상인 병증으로 분류한 것을 해당 경맥에 치료해야 하는 것으로 논점을 비약한 것을 논점 일탈의 오류라고 한다. 어긋난 전제로 출발해서 도출한 결론이 논리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 족궐음경병은 곧 소음인 병이라 하였다. 여기서 동무는 手足經病證을 모두 포함하지 않는 足三陰經病, 足三陽經病을 예시하였다. 왜 手三陰-三陽經病에 대한 언급은 없을까? 이는 手經을 四象穴의 응용 여부를 결정 짓는 중요한 가정이 되며 다음과 같이 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족경에서 언급하지 않은 수경을 치료경맥으로 채택하기 위해서 <유경(類經)>의 승기(升氣)와 강기(降氣)론을 인용한다. 그리고 족경과 수경의 승강을 체질의 승강(升降) 치법으로 적용한다.

[類經에서 五行과 升降의 전제 하에 欲升氣는 自經의 陰經을, 欲降氣는 克經의 陰陽經을 사용하였다. 전자가 五行의 相生 相克에 의한 升降經絡의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이를 四象病證의 升降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Table3. 歧伯六經의 升降에 의거하여 유추한 사상인 경락(一部)] 



 

 

승목기(升木氣)하려면 음경인 간목(肝木)경의 대돈혈에 침을 놓고 강목기(降木氣)하려면 극하는 음경과 양경을 쓰라는 <유경>의 내용을 근거로 소음인 표병인 태양병궐음증(太陽病厥陰症)에 표양(表揚)을 승양(升陽)시키는 치법이라고 단정한 것은 견강부회에 해당한다. 족궐음경병이 소음인병인 것과 족궐음병과 태양병궐음증이 비슷하다고 해서 바로 족궐음경이 소음인 표병의 치료경으로 인정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수양명대장경도 마찬가지다. 합곡혈의 중기병 치료예가 수양명대장경이 리병의 강음작용을 담보할 수도 없다.

“<유경>의 내용을 근거로 소음인 표병인 태양병궐음증에 표양(表揚)을 승양(升陽)시키는 치법이라고 단정한 것은 견강부회에 해당한다”

둘째, 주제 선택에 일관에 대한 평가

[혹자는 金形之人은 太陽人, 木形之人은 少陽人, 土形之人은 太陰人, 水形之人은 少陰人으로 五行之人을 四象人과 동일선상에서 연결함은 ‘四象病證’은 곧 經絡病證이란 오류를 낳게 된다. 그러므로 五形人은 經絡發達을 기준으로 한 분류일 뿐 東武의 四象人과 전혀 다르다고 사료된다. 따라서 論者는 四象人의 應用穴의 摸索에 ‘五形之人과 經絡’의 이론을 수용할 수 없었다.]

<내경 음양이십오인>은 선천적인 경락의 발달에 따른 외형의 차이를 기술한 편이다. 선천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바로 체질이기에 누구나 연구대상으로 삼을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저자는 오형지인과 경락의 이론을 수용할 수 없다고 단언하며 오행인을 사상인과 동일선상에서 연결하면 사상병증이 곧 경락변증이란 오류를 낳게 된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앞에서 저자가 육경병증이 사상병증이므로 소음인에게 간경(肝經)을 혼용불가의 치료경락으로 단정한 것을 상기하자. 이번에는 사상병증이 경락병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오형인을 사상인 응용혈 모색의 연구대상에서 기각했다. 기각하려면 다른 이유를 드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침으로 탕을 일대일 대치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동무혈성가와 표리병증의 응용처방을 조합하여 사상혈성가와 사상오수혈을 만들어 낸다”

셋째, 내용상의 논리 전개
논문은 성격상 전개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식이라는 선이 있다. 기초적인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논문의 가치는 종이무게 만큼만 남는다.

[『東醫壽世保元 醫源論』에서 사상병증과 기백의 足三陰三陽의 경락병증간의 연계를 전제로 사상인 응용경락을 모색했다면 『내경 음양이십오인편』에서는 五形人과 左右上下 手足三陰三陽의 경락 발달 정도를 연계하였다. 즉 전자가 四象病證과 足經絡의 升降을 전제로 한 접근이라면 후자는 이와 관계없이 五行分類에 의한 同一屬性의 經絡發達을 논하였다.]

저자의 주장은 동무공께서 기백의 육경병증을 언급한 것이 사상의 응용경락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육경병증과 사상병증의 연계가 사상인의 응용경락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새로운 해석을 넘어서 날조에 가깝다.

[東武는 四象人 일부의 병증을 설명하는 도구로 기백의 경락병증의 인용과 그 한계성을 지적하였다. 환언하면 이는 이미 辨證의 방법으로 穴性의 공통 속성인 ‘經絡槪念’과 ‘升降’은 인정하였으나, 이를 근거로 한 병증의 일부만을 인정하고 들어간 것이다.]

동무공의 기백 육경병증에 대한 언급이 ‘경락개념’ 과 경락의 ‘승강’을 인정한 것이란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바로 경락의 ‘승강’을 사상인의 ‘승강병증’과 연결한다.

[즉 足陽明胃經病, 足太陰脾經病은 太陰人에서만 나타난다. (중략) 足厥陰肝經病은 少陰人에서만 나타난다. (중략). 이 같은 각 四象人의 병증과 이에 해당하는 經絡病證의 독립성에 대한 인정(異質체질 간에 경락혼용불가의 원칙)은 특정 경락의 升降流走와 사상 升降病證과의 有關性을 인정한 상태이며 일무나마 四象穴에 인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동의수세보원>의 원문을 보자. 동무공은 경락변증과 체질변증에 대해 “복배표리(腹背表裏)의 음양승강(陰陽升降)에 병증을 찾아내는 원리가 다 있기에 경락(經絡)의 변화에서 굳이 원인을 찾을 필요가 없다(三陰三陽者. 辨證之同異也. 其理在於腹背表裏. 而不必究其經絡之變也)”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저자는 동무공께서 경맥의 유주와 사상병증의 관련을 인정했다고 한다. 다음 내용이 절정이다. 저자는 경혈과 탕을 결합한다.

[少陰人의 中氣病 舌卷不語(즉 中風) ; 少陰人太陰證(木香順氣散, 蘇合香元) → 手陽明大腸經의 合谷(原穴) 사용]
[(擴充하면 소음인 中風에 사용되는 蘇合香元의 효능을 단 하나의 穴인 合谷으로 대치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음인의 설권불어한 중기병은 곧 중풍이며 약으로는 목향순기산이나 소합향원을 쓰니 합곡의 혈성이 목향순기산 등과 같다고 규정한 것이다. 합곡이 변비에 효과가 있으면 파두를 대치하게 되는가. 유감스럽게도 합곡의 주치는 중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약은 복용 후 중초에 들어가서 온열량한의 사기와 오미의 작용으로 효능이 나타나게 되지만 침은 체표의 경혈에 침을 놓아 조기치신(調氣治神)하는 것임을 한의사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이 둘을 대치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저자의 침과 약에 대한 이해 정도를 시사한다. 저자는 적어도 침의 작용에 대해서는 <황제내경>의 기본적인 내용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침의 효과가 보사에 달려있다는 한마디만 알아도 저런 내용이 나올 수가 없다.

침(針)으로 탕(湯)을 일대일 대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어이없지만 저자는 이 가정을 기반으로 동무혈성가와 표리병증의 응용처방을 조합하여 새로운 사상혈성가와 사상오수혈을 만들어 낸다. 그 과정도 하나하나 짚어보면 좋겠지만 글이 길어지기도 하고 여기까지의 토론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이쯤에서 마무리한다.
잘 알려지다시피 사상의학과 관련한 침의 언급은 <동의수세보원>에서 소음인 중기(中氣)병에 합곡에 침을 놓아서 나은 임상례와 침(針)의 효과가 약(藥)보다 빠른 경우를 목격했다는 것이다. <동무유고>와 <사상의학초본권>에도 약간의 언급이 있다.

침은 경락(經絡)과 혈(穴)을 벗어날 수 없기에 경맥(經脈)과 경혈(經穴)에 관한 이론의 기초를 제공한 <황제내경>의 연구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사상의학 역시 동무공의 “<영추서> 중에서 외형(外形)으로 분류한 연구를 장리(臟理)까지 궁구(窮究)한 것이다”는 말을 상기할 때 침법도 <내경>을 통한 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된다. 오늘날 체질의 행침법 연구의 중요성에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현실이 중구난방인 것도 인정해야 할 처지다.

물론 상기 논문을 사상체질의학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논문들을 참고해 보면 사상체질의학회의 침에 대한 입장이 더욱 더 궁금해진다. 사상체질의학회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주시거나 아니면 모교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부속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고병희 교수님께서 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체질을 진단한 다음 환자에게 어떻게 침을 놓으십니까?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2010-04-15 01:15:47
궁금합니다.

정말 이렇게 오래된 텍스트로, 그리고 이렇게 철학적인 방법으로 정말로 침을놓고 사람을 치료합니까? 실증적인 내용이 하나 없이 결국 진위 여부도 확실하지 않은 황제내경이라는 책을 근거로 권위에 호소하여 글을쓰는데 이게 과연 학술적인 내용입니까?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