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원은 지금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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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원은 지금 개점휴업?
  • 승인 2010.03.3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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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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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한평원 해부<1>
한평원은 지금 개점휴업?
출범 5년6개월간 목표달성 한참 ‘미달’

시리즈 한평원 해부<1>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원장 안규석)이 개점 휴업상태나 다름없다. 2004년 10월 출범 이후 5년6개월간 당초 설립 목적에 걸맞은 일을 해내지 못했다. 3년이나 뒤늦게 출발한 치의학교육평가원 활동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대목이다. 구조적 혁신이 뒤따르지 않는 한, 부실하기 짝이 없는 한의대 교육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분출하고 있다.

창립 총회 때 발표된 ‘한평원 향후 사업계획 & 비전’에 따르면 한평원의 주된 역할은 한의대 교육에 대한 평가, 한의사 면허 취득과정에 대한 관리, 한의사 면허 취득 후 지속적인 교육사업 추진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2005년부터 한의사전문의고시를 관장하고 2007년에 한의대 인증평가를 독립 시행하며 2007년에 한의사국가고시를 국시원과 공동 시행하고 2008년부터는 독립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헌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평원은 올해 3월16일에서야 처음으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인증평가를 시작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한평원이 올해 교육부로부터 ‘전문분야 별 민간평가 인증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한평원 관계자는 정식 공고가 나오면 신청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학 교육 부실화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는 부실 대학에게 국시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칫 한의대 평가가 타의에 의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인증기관 지정이 타 직능 평가원과 경쟁을 벌여 얻는 건 물론 아니다. 다만 신청해서 탈락하면 2년간 재신청을 할 수 없다. 신청을 미루자니 준비 소홀을 질타받기 십상이고, 신청하자니 혹시 모를 탈락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진퇴양난인 셈이다.

게다가 의협, 간호협 등 평가원들은 이번에 신청할 것이고 당연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가장 늦게 탄생한 치과의학교육평가원은 2007년 12월 출범 이후 2008년~2009년 강릉대 치과대학과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에 대해 예비 인증평가를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반면 한평원은 2007년 9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용역으로 한의학 분야 평가편람을 개발하고 2008년 10월 대교협 평가위원 워크숍을 거쳐 11월 경원대·경희대 현지 방문평가에 참여한 것이 인증평가 사업의 실질적인 시작일 뿐이다.

몇년 늦게 출범한 치의학평가원 반면교사 삼아야
한의학적 마인드 무장… 상시업무체계 구축 필요


이 작업 역시 날선 비판을 면치 못했다. 당시 대교협의 인증평가는 서울대, 연세대 등 절반 이상의 대학이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불참할 만큼 외면당했다. 그런 인증평가에 11개 한의대 전체를 참여시켰고, 그 결과 한평원은 단독 인증평가의 기회를 스스로 날리고 말았다. 자기 발목을 스스로 잡은 셈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부랴부랴 밀린 숙제 해치우듯 한의전 평가에 들어갔으니 인증평가기관 지정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한의계 공명을 얻기도 힘든 처지가 돼버렸다. 한 인증평가 위원은 “한평원이 대교협의 인증평가 자체를 전술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홍보를 통한 소통기능도 작동되지 않았다. 한평원은 그동안 한의대 학습목표 개정, 전문수련의 진료편람 발간, 한의대 표준교육과정 개발, 한의대·한의전 인증평가 기준 개발 등 각종 사업을 펼쳤지만 ‘집안 잔치’에 그치고 말았다. 연구 결과물을 적극 알리고 교육현장이 호응하도록 노력을 쏟아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이다. 타 직능의 평가원에서는 일상화된 심포지엄, 워크샵, 설명회, 공청회 등이 거의 없고 책 한 권 만들어 배포하면 책임을 다했다는 안이한 인식 때문에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평원이 제 역할과 위상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 국가시험위원회, 전문의시험위원회, 면허관리위원회, 평생교육위원회 등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할 상설 위원회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한평원 등기이사인 이영종 경원대 한의대 학장은 “한의학 특수성을 살리는 쪽으로 각종 사업이 활기를 띠어야 한다”며 “비등기 이사라도 둬서 보다 많은 교육 관계자들을 끌어들이고, 일을 추진해 나갈 상시 업무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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