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읽기- <비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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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읽기- <비밀애>
  • 승인 2010.03.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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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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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연기 풍성… 심리묘사 부족

시동생과 펼치는 위험한 사랑

<비밀애>
감독 : 류훈
출연 : 유지태, 윤진서, 임예진

요즘 TV 드라마는 막장과 막장이 아닌 드라마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막장 드라마란 드라마 내용이 시청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이거나 비윤리적인 부분, 즉 갈 때까지 간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막장 드라마들은 숱한 혹평에 시달리지만 의외로 시청률에서는 매회 고공행진을 하기 때문에 방송국들로 하여금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에 종영한 <추노>를 비롯한 명품 드라마도 많이 있지만 주로 불륜 같은 민감한 소재를 다루며 자극적인 전개를 시키는 드라마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영화 역시 같은 행보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유지태의 1인2역 연기로 이슈화된 <비밀애>는 쌍둥이 형제와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이야기를 격정적으로 표현하면서 영화 개봉 이전부터 내용보다는 배우들의 노출 장면으로 더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감독과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비밀애>는 노출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는 부탁을 할 정도이다.

결혼 2개월만에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 진우(유지태)를 간호하는 연이(윤진서)의 일상은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외국생활을 마치고 진우의 동생 진호(유지태)가 귀국한다. 얼굴과 목소리 등 모든 것이 진우와 같은 진호의 모습에 연이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미묘한 떨림을 느낀다. 진호 역시 생기를 잃은 채 살아가는 연이를 보며 어느새 연민 이상이 되어버린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결국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감출 수 없던 그들의 위험한 사랑은 시작된다. 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진우가 기적적으로 깨어난다.

<비밀애>는 2000만원 상당의 더미(인체 모형)을 제작해서 병상에 누워있는 유지태의 모습을 표현하고, 비슷한 대역과 CG로 쌍둥이 역할을 한 유지태의 1인2역 장면을 특별히 인지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또한 ‘격정 멜로드라마’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두 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는 관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내용으로 설득시켜야 하는데 <비밀애>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얘기하겠다는 초기의 목적을 잃은 채 단지 눈요기꺼리만 제공한 채 정체되어 버린다. 비록 주인공들이 비윤리적인 사랑을 한다고 해도 그 과정 자체가 납득이 되고, 충분히 감정이입이 된다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비밀애>는 배우들의 육체만을 그리고, 심리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을 나타내며 배우들의 연기조차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로 인해 막장 TV 드라마보다 못한, 오히려 겉만 잘 포장된 ‘막장 영화’라는 느낌만을 전해주고 있다. 만약 이 영화가 좀 더 연기와 내용을 치열하게 고민했다면 사랑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봄날, 진정한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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