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한의계 열전(3)- 홍순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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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한의계 열전(3)- 홍순봉<2>
  • 승인 2010.01.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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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김시영

신연수 김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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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협심 강하고 선후배에게 예의 깍듯해
애협심 강하고 선후배에게 예의 깍듯해
한의사 집회 반드시 참석… 행동하는 의장 실천

부산지역 한의계 열전(3)- 홍순봉<2> 

“회원들의 단결과 화합이 최우선이다, 진정한 사랑은 협회를 바른 길로 끌고 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고 항상 역설했다”

홍순봉(洪淳奉) 대의원총회 의장은 그 당시 가장 선배 한의사로서 한의사협회의 중심을 잡으려고 참 무던히도 애썼다.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수적으로 비치고 의장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분도 계셨다. 그러나 절대로 그런 분이 아니라고 만천하에 이야기하고 싶다.

대의원 입장에서 당시 상황을 회상해 보면, 감정적으로 회의를 주제할 경우 한의사협회가 어떻게 될 지 걱정스러웠다. 총회 의장은 한의사협회의 회무와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도 아니고, 회무는 오로지 명예직이다. 홍 의장이 장기간 의장직에 머물러 일부 대의원은 식상할 수도 있음을 필자도 느꼈다. 그러나 홍 의장은 나름 소신이 있었다. 한의사들의 단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협회 임원들을 격려하고 믿어주어야 된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한의사들의 집회 장소가 전국 어디든 홍 의장은 반드시 참석해 회원, 교수 및 학생들과 대화하고 대책을 고민하고 행동했다”

의장 시절, 홍 의장은 한의사나 한의대 학생 농성이 9회, 한의사 비상전원 총회와 궐기대회를 15회나 치뤘다. 이 많은 대회 때마다 홍 의장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멀리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꺼이 참석했다. 한의사들의 집회 장소가 전국 어디든 홍순봉 의장은 반드시 참석해 회원, 교수 및 학생들과 대화하고 대책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의장의 모습을 몸소 실천했다. 이런 일련의 동정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마음 속에 존경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혹자들은 홍 의장이 의장 직분을 너무 오래 수행하고 항상 집행부를 감싸고 옹호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때마다 홍 의장은 늘 우리에게 “회장을 갈아치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회원들의 단결과 화합이 최우선이다” “협회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협회를 바른 길로 끌고 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대전대학교에서 해마다 한의사로서 공적이 현저하신 분에게 설립자의 아호를 딴 지산상을 수여하고 있었는데 2003년부터 상금을 대폭 올려 전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포상제도로 만들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시 한의사회에서는 중앙회로 홍 의장을 지산상 후보로 추천을 하였다. 그런데 대전대학에서 그 해에는 서울의 배원식 선생님도 추천이 있었다고 연락이 왔다. 홍 의장에게 보고하니, 홍 의장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응당 선배인 배원식 선생님께서 추천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부산시 한의사회가 추천을 유보해 그 해는 배원식 선생님께서 수상하게 된다. 그 뒤 2004년 10월 홍 의장이 지산상 수상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대전으로 갔다. 대전에서는 송인상 전 회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고 점심식사를 융숭하게 대접해준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산상을 추천한 것이 참 잘한 일이었다.

2005년 6월 I.M.S. 문제로 안재규 회장의 사표가 수리되자 홍 의장은 상당한 감정의 충격을 받았다. 그 뒤 대구에서 열린 ICOM(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에 참석한 홍 의장의 외견상 모습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부산의 한의사들과 중국 황산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갔다 와서 여행사진을 인화하고 보니 사진 상 모습이 너무 수척한 것 같았다. 그래서 서둘러 부산에서 1차 검진을 했는데 결과가 너무 절망적이라 서울로 가보기로 하였다. 서울에서는 허창회 전 회장이 여러 군데를 알아보고 난 뒤 송재성 보사부 차관의 추천으로 일산병원까지 가서 특진을 하였으나 종양이 간의 문맥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라 손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부산을 내려왔다. 종양의 성질이 급성이라 마땅히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다.

“회원들의 단결과 화합이 최우선이다, 진정한 사랑은 협회를 바른 길로 끌고 가는데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고 항상 역설했다”

대한약침학회 강대인 회장을 비롯해 여러 한의사의 처방들을 사용하였으나 그해 생신을 넘기지 못하겠다고 필자에게 말하면서도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홍 의장의 사위(김영우)와 따님(홍명주)은 두 분 다 한의사여서 간호가 지극 정성이었고 따님 댁에서 온 가족이 병수발에 정성을 다하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도 너무 안타깝다. 장례는 부산의 많은 회원이 부산시 한의사회장으로 치르자고 했으나 대승적인 견지에서 당시 부산 이성우 회장과 필자는 대한한의사협회장을 주장해 결국 관철됐고 장지는 부산 인근 석계공원묘지로 정했다.

부산시 한의사회에서는 매년 홍 의장 묘소를 참배하는데 그 묘소 위치가 앞이 확 트인 전망이라 고인께서는 속이 시원하시겠다고 하면서 참석한 모든 회원은 참 좋은 자리 같다고 입을 모은다. 동기인 정우열 교수가 쓴 한의사협회지의 조사는 참 감동적인 명문으로 후학들은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면 좋겠다.

홍 의장은 한의사협회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분이고 한의사의 모임이라면 어느 곳 어느 사람이라도 만나러 가는 그런 분이다. 협회 일로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부산 서면의 모두모두에서 조방 앞의 돼지국밥집으로 한 바퀴 돌고 나면 새벽이다. 평소 즐겨 부르던 김정호의 하얀나비가 지금도 듣고 싶다. 그때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절로 뜨거워진다.

우리 협회에 홍 의장처럼 애협심이 강하고 선후배에게 예의를 깍듯이 차리는 분이 또 계셨으면 좋겠다. 우리 협회의 의권이 너무 침해를 당하고 있고 한의사 회원의 증가에 비하여 협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 홍 의장 같은 어르신이 계셨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정말 위기의 한의사 시대이다. 이럴 때 일수록 모든 회원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져 이 고난의 시대를 우리 협회가 잘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또 밝은 시대가 오리라 굳게 믿으면서 두서 없는 글을 마친다.

신현수/ 대의원총회 예결산분과 위원장
김시영/ 대의원총회 토의안건 및 정관개정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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