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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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0)
  • 승인 2009.12.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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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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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感 背部로 들어오며, 부위는 체질마다 달라
감기약 사기 들어온 경로에 맞춰 처방

“신종플루 때문에 올해는 감기환자가 한의원에 오는 경우가 드문 듯하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된 분야가 傷寒이니 한의원의 감기 치료능력은 뛰어날 수밖에 없다”

길거리에 코트를 입은 사람이 어색하지 않은 겨울이 되었다. 올해는 처음에 돼지독감이라고 잠깐 불렸다가 신종플루라고 이름을 바꾼 독감의 유행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며칠에 한 번씩 신종플루로 인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고 나라에서는 예방주사를 비롯한 대책 마련에 고심이 많은 듯하다. 최근에는 예방주사의 부작용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으며 타미플루라는 어려운 약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여전히 돼지독감으로 불렸으면 전국의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 뻔해 이름을 바꾼 건 다행스럽다. 그런데 신종플루라는 이름 때문에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런 우려도 든다.

원래 유행성 독감이야 해마다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신종일 수밖에 없는 것을 의학 관련 종사자들은 다 알지만 일반인에게는 듣기에 따라서 ‘신종’과 ‘플루’라는 이름은 처음 나온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라서 더 위력이 크고 대처하기 어렵겠다고 짐작할 수도 있겠다. 2009년형 독감 정도로 붙이면 적당할 것 같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기침을 하기도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감기를 치료하러 한의원에 오는 경우가 드문 듯하다. 일반적인 감기도 일단 신종플루가 아닌지 검진부터 받아보려고 하는 게 환자로서는 인지상정일 것이다. 한의학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된 분야가 상한(傷寒)이니 한의원에서 감기를 잘 치료할 것은 당연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초기 감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오한(惡寒)과 발열(發熱)이다. <황제내경>의 ‘조경론(소문62)’에서는 양허(陽虛)하면 외한하고 음허(陰虛)하면 내열한다고 했다(帝曰, 經言陽虛則外寒, 陰虛則內熱). 또 양성하면 외열하고 음성하면 내한하다는 말도 함께 있다(陽盛則外熱, 陰盛則內寒).

외한(外寒)의 기전(機轉)에 대한 황제의 질문에 기백은 “양이 상초에서 기를 받으면 피부분육을 따뜻하게 하는데, 이와 달리 한기가 외부에 있으면 상초가 통하지 않게 되고 상초가 통하지 않으면 한기만 외부에 머무르게 되니 추워서 벌벌 떨게 된다(岐伯曰, 陽受氣於上焦, 以溫皮膚分肉之間, 今寒氣在外, 則上焦不通, 上焦不通, 則寒氣獨留於外, 故寒栗)”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氣)는 위기(衛氣)이다. 그 아래의 양이 성하면 외열하는 것은 땀구멍이 막혀서 위기가 부득설월(不得泄越)되기 때문이라는 내용에서 명확해 진다(帝曰, 陽盛生外熱奈何? 岐伯曰, 上焦不通利, 則皮膚致密, 腠理閉塞, 玄府不通, 衛氣不得泄越, 故外熱).

사상의학(四象醫學)에서는 6기(氣)의 외감병(外感病)이 들어오는 경로까지 자세하게 밝혀 놓았다. 감기 역시 예외 없이 체질마다 들어오는 부위가 다르다. <갑오본 동의수세보원>의 편명인 〈태음인 외감뇌추병론〉〈소음인 외감려병론〉〈태양인 외감요척병론〉〈소양인 외감방광병론〉을 보면 외감(外感)은 체질을 막론하고 전면의 복부(腹部)가 아닌 후면의 배부(背部)로 들어오며,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체질마다 들어오는 부위 역시 다름을 알 수 있다. 체질마다 감기약이 다른 것도 외감 사기가 들어온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내보내는 방법도 달라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많은 소음인이 경험상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면 효과적으로 추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소음인이라면 밖에 나갈 때 따뜻한 옷과 함께 숄이나 목도리로 목과 어깨를 감싸주면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온병(溫病)은 온사(溫邪)가 구비(口鼻)로 들어온다고 하는 <온병조변(溫病條辨)>의 논술에서도 외감 상한의 침입 경로가 등의 배부(背部)인 것과 달리 온사의 침입 경로는 복부(腹部)인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감기의 증상 역시 이처럼 위기(衛氣)의 이상과 관련이 있기에 당연히 침(針)으로도 감기를 치료할 수 있다. 소음인의 초기 몸살감기 증상 역시 대체로 방광경의 통곡(通谷) 또는 속골(束骨)혈에 행침(行針)함으로써 잘 치료된다. 그러나 초기를 지나면 증상이 다양해지므로 거기에 맞게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방광해(膀胱咳)의 임상례 하나를 소개한다. 50대의 여자환자로 3개월째 기침을 한다고 하면서 치료를 받으러 왔던 경우이다. 특이한 것은 얼마 전부터 기침을 하면 소변도 놓치는 실금(失禁)증상까지 있어서 괴롭다고 한다.

기침을 하면서 요실금을 동반하는 것은 <소문(38)해론>의 방광해(膀胱咳) 증상에 딱 들어맞는다(腎咳不已, 則膀胱受之, 膀胱咳狀, 咳而遺溺). 그래서 〈해론〉에서 혈자리로 제시한 위중혈(委中穴)에 침 치료를 했는데 단 3회 만에 요실금과 기침이 다 나았다. 양쪽 위중혈을 다 쓰지 않고 한 쪽에만 침을 놓았음은 물론이다.

<내경>에서 치료에 쓰는 혈명(穴名)까지 적시한 경우는 드물지만 그 혈(穴)들은 특별히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소개한 임상례의 환자도 그 치료가 인연이 되어 주위에 소문과 함께 환자도 많이 소개해 줬다.

복약(服藥)에 대해서 기피하거나 여유 자금이 없는 환자에게 침으로 치료효과를 보게 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가 잘 되면 다음에 복약이 필요할 때는 쉽게 동의하기도 하며 한의학에 대한 신뢰도 깊어지고 결국은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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