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국제 모유수유 전문가 네트워크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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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국제 모유수유 전문가 네트워크 동참
  • 승인 2009.10.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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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

조선영

breastfeed@naver.com


■ 국제 모유수유 증진운동 가운데 탄생한 ‘모유수유 전문가’

1950년대 전세계적으로 모유 수유율이 극심하게 떨어졌다. 소위 ‘분유’가 고영양, 편리성 등의 이유로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천년 간 인류의 습관인 ‘모유수유’가 오히려 기피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인공수유 때문에 아기의 돌연사가 늘어나고 알러지나 새로운 질병이 생겨나게 되었다. 또 인류는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젖먹이는 방법을 잊어가게 되었다. 이 때 문제를 인식하고 1956년 7명의 엄마가 ‘국제모유수유연맹’ 이라는 뜻의 LLLI(La Leche League International)을 결성하였다.

이 7명의 모임은 점차 커져 현재 모유수유 단체 중 가장 큰 조직이 되었고 각종 모유수유 증진활동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LLLI는 엄마와 아기를 많이 돌보고 지도하게 되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모유수유를 지지하고 전문적인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1985년 모유수유 지도의 표준 지침안을 만들고 시험을 치러 전문가를 인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증 받은 전문가들이 바로 IBCLC(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s)이다.

■ 모유수유전문가가 되는 과정과 활동

시험은 모유수유 상담에 관한 경력시간, 일정시간 이상의 모유수유 관련 교육, 모유수유 전문가 시험원(IBLCE, the International Board of Lactation Consultant Examiners)에서 출제하는 시험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인증 받은 전문가들은 ‘국제모유수유전문가협회 The International Lactation Consultant Association (ILCA)’에 가입이 되며 1년에 한 번 정례모임을 통해 학술정보를 교류하거나 향후 활동을 논의한다. 주로 의사, 간호사, 영양학자, 보건정책 관계자가 많으며 심리치료사, 물리치료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그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50개국의 4,00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 클리닉에서 모유수유를 상담하는 활동부터 국제 모유수유 전문가들은 여러 건강 관련 기구와 국제단체에 모유수유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거나 지침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 국내 모유수유 전문가 활동

국내에는 처음으로 김혜숙 박사가 IBCLC를 취득하였으며 이후 간호사들과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격을 취득하여 활동하고 있다. 주로 개인 클리닉, 종합병원 신생아실, 산후조리원에서의 상담활동을 하고 있으며, IBCLC 자격 취득을 원하는 사람들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유수유에 관한 이슈가 생길 때 자문을 하기도 하고, ‘세계 모유수유의 날’에는 모유수유 증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참여하기도 한다.

■ 모유수유 전문가를 위한 교육안 속의 한의학

ILCA에서 발간한 모유수유 전문가 교육을 위한 교재를 보면 한의학에 관련된 내용이 일부 등장한다. ‘침은 AD 256년부터 중국에서 모유생산 감소를 위하여 사용되어 왔다(Clavey, 1996). 분만 후 20일 내에 침을 시술하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 보고들; 6개월 후에 시술한다면 특별한 결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Clavey, 1996). 모유 생산량은 침치료 후 빠르면 2~4시간 늦으면 72시간이 경과되어야 증가될 수 있다; 반응이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가 좋다(Calvey, 1996) 부작용들이(만약 어떤 경우)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라고 침에 대해 부록에서 기술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한약과 관련된 내용은 ‘모유수유 중 약물 사용’에 대한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모유수유 중 꼭 피해야 할 약초로 ‘인삼, 감초, 대황’을 권고하고 있다. 다른 약초에 대한 지목은 없고 서양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일부 허브(herb)와 한약재 중에선 위의 것들이 지목 받고 있다. 모든 한약재들을 다 검토하고 실험하여 내린 결론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주로 많이 사용되었던 한약재들 중 임상적으로 부작용이 보고된 것 위주로만 검토하였기 때문에 세 가지에 대해서만 권고한 것이다. ‘관동, 승마, 노회, 회향’ 도 젖을 잘 나오게 하는 허브로 알려져 있으나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개체마다 다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분석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또 양약의 권고사항처럼 전문가의 견해를 참고하여 사용할 수 어느 만큼의 용량은 사용 가능하고 어떤 경우엔 사용 불가하다는 식의 자세한 지침이 아니다. 모유수유 중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혀서가 아니라 임상적으로 보고된 것을 근거로 삼았을 뿐이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약초 사용에 있어서 단일 성분이 아니라 복합성분일 경우, 그리고 그 작용의 기전을 모를 때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 국제적인 모유수유 표준안(standard) 마련에 동참이 필요하다.

근대사회가 ‘성문법’을 바탕으로 사회를 운영했다면 의학은 각종 임상지침과 표준안을 만들어 국민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의학에서의 지침은 국가가 국민을 위한 보건정책을 수립할 때 근거가 된다. 전세계적으로 현대의학적 접근에 한계를 느끼고 전통의학에서 방법을 찾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전통의학적 치료도 의학 지침 안에 넣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다만 전통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라 드러난 임상현상을 잘못 해석하기도 한다. 잘못된 해석은 잘못된 지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지침을 마련하고 연구를 할 때 한의학 전문가인 우리가 빠져있으면 올바른 지침이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지침이 다 만들어지고 나서 오류를 바로 잡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전통의학에 관한 지침을 만들고 보건정책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되는 이 시점에 모유수유 분야에 지침 마련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의 출범

모유수유는 인류의 오랜 습관이다. 인류의 오랜 습관과 더불어 축적된 의학경험인 한의학에는 모유수유를 지지하고, 모유수유 중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가지 지혜를 갖고 있다. 이를 우리끼리만 아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현대인, 세계인들과 나누려면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풀어 설명하고 보여주어야 하는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한의사 중에선 처음으로 IBCLC가 된 사람들은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를 만들기로 하였다.

당장에 필요한 일은 한의사 중 IBCLC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모유수유와 관련된 전통의학 내용들을 발굴하고 세계인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연구를 모으고 지속해 나가려 한다. 한의사 사회의 지원과 동참을 부탁 드리는 바이다.

대표 필자= KBS한의원 조선영 breastfe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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