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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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 참관기
  • 승인 2009.10.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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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석

강연석

yeonkang@wku.ac.kr


한의약 관련 박람회 성공 필수조건… 기반시설 구축
내년 실시 지자체장 선거공약에 반영시켜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 참관기

문화의 힘, 소도시 금융 교통 물류 중심지로 일구다
각 한방축제 제천한방BIO 동의보감엑스포 전범 될만
입장권만으로 당일 도시 내 대중교통 무료이용 가능
국제공항서 10분이면 유럽 전역 연결된 중앙역 도착
지역 한의사회 한의대 적극 참여방안 적극 강구돼야

매년 10월이 되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국제도서박람회가 개최된다. 인구가 채 70만명도 안되는 이 도시는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한 전세계 모든 금융기관이 밀집한 금융 중심지이며, 전세계와 연결된 국제공항, 유럽 및 독일의 간선철도 노선, 마인강의 내륙선박 시설을 골고루 갖춘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이다. 더욱 대단한 것은 메세(Messe)라고 불리는 박람회장이다. 서울 코엑스의 10배 가까운 면적의 전시공간을 갖고 있으며,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매달 국제적으로 유명한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1897년부터 열렸다는 9월의 모터쇼(Frankfurt Motor Show)와 10월의 국제도서전(Frankfrut Book Fair)이 가장 유명하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로 인쇄를 시작한 이래 유럽의 인쇄 및 출판업자들이 모인 책 시장(Buch Messe)에서 유래되었고, 2차대전 이후 현대적인 모습의 전시회가 되었다고 한다. 국제적인 금융 불황으로 규모가 줄었다고 하는 이번 대회조차 100여개 국가의 약 7,000개 출판사가 참여해 40만 종의 출판물이 전시되었다. 그러나 전시에 참여한 업체보다 저작권을 사고파는 국제도서 출판계 흐름을 파악하려고 참여하는 업체의 수가 더 많았다고 하니 과연 ‘문화 올림픽’이라 불릴 만했다.

마침 한국관의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백석기)가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여 동의보감 관련 내용을 전시해줄 것을 요청하여 최초로 한의학이 국제 도서전에 소개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번 도서전에 참여하면서 국내 수십여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한방축제와 2010제천한방BIO엑스포, 2013년 예정인 동의보감엑스포의 준비에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첫째는 교통과 숙박, 그리고 전시장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반시설이다. 런던, 파리와 더불어 프랑크푸르트는 국내의 두 항공사가 동시에 직항노선을 갖고 있는 유럽 내 3대 도시 중 하나이다. 게다가 국제공항에서 전철로 10여 분이면 유럽 전역 및 프랑크푸르트 도시 전체와 연결될 수 있는 중앙역에 도착할 수 있으며, 메세 행사장은 이 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도시 내에 국제적으로 유명한 많은 호텔과 민박집이 있는 것은 기본이다.

둘째는 행적적인 지원이다. 메세 행사장에는 1일과 5일짜리 두 종류 입장권을 판매한다. 그런데 이 입장권을 갖고 있으면 해당 날짜에는 도시 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시는 버스, 트램, 지하철, 전철 등 다양한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무척 편리하다.

세째는 언어 문제이다. 행사장 내는 물론이고 프랑크푸르트 전역에는 택시 운전기사를 비롯하여 식당 종업원들까지도 기본적인 영어회화가 가능하다. 문자로 표시된 책을 전시하다 보니 언어가 통하지 않는 국가들의 행사장은 상대적으로 영미권 행사장에 비해 사람도 적고 관심도 적었다. 결국 약소국일수록 행사의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네째는 국제적인 네트워크이다. 이 도서전은 독일에서 모든 참가자를 직접 모집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참여 업체를 모집하였고, 동의보감 관련 부스를 설치하였다. 또한 몇몇 여행사가 전문적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관련하여 항공권 및 숙소 예약, 전시 관람 및 사전등록, 그리고 연계지역의 다양한 관광상품까지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다섯째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 대한 지원이다. 이 국제도서전에는 출판 및 책 판매업자들에게 입장권을 할인해줄 뿐 아니라 자국 내 사전등록이라는 편의를 제공한다. 일반 관람객보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전시에 참여하고 최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여야 행사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행사장에서 전세계 출판업 관련 저작권의 25%가 거래된다고 한다. 최근 인터넷 발달로 도서전 기간 중 거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서로 명함을 주고받은 업체들 간에 더욱 활발한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이다. 이 국제도서전은 전세계 출판인은 물론 독일,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행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15세기 이후 책시장의 전통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의 한방 관련 산업이나 행사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공약에 따라 운영되었기 때문에 지역의 전통과 역사와 하나가 되지 못하였다. 뿐 아니라 지역 한의사회나 지역 한의과대학과의 연계조차도 활발하지 않다.

이제 제천의 엑스포는 1년도 남지 않았고, 동의보감엑스포 역시 4년이 채 남지 않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내년 봄에 치러진다. 만약 이러한 대형 한의약엑스포들이 실패한다면 그 타격은 고스란히 한의계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한의약 관련 산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향후 국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다.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공약에 한의약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에 필요한 지원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 지원에 한의약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역 한의사회와 한의과대학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적극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강연석 yeonkang@wku.ac.kr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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