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형상의학으로 접근한 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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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형상의학으로 접근한 신종플루
  • 승인 2009.09.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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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형상의학으로 접근한 신종플루

공통점, 인체 면역력 키워 항바이러스 환경 조성
신종플루 발병 후 치료법 경험의학 특성상 다소 차이

최근 WHO는 신종 인플루엔자A(신종플루) 확산 상황에 따른 주례보고를 통해 전세계 사망자가 3,486명(9월13일 현재)에 이르며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이는 신종플루 바이러스 검출 사례가 26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총 사망자가 10명에 이른다. 양의학계가 신종플루 관리와 치료를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지만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어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신종플루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이라는 주제의 국제세미나에서 인플루엔자 치료에 한의학적 치료를 접목한 중국 정부의 보고서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도 신종플루의 예방·치료를 위한 한의학계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예방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병 후 접근하는 양의학과는 큰 차이점을 보인다.
최근 상한론과 온병학에 의거해 역병을 다루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독특한 이론체계인 사상체질학, 우리나라 의학서의 보고 <동의보감>에 의거한 형상의학으로 접근해 바라본 신종플루의 예방법과 치료법은 각각 차이를 보인다. 이들 이론은 인체 스스로가 면역력을 키워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자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치료법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온병학으로 접근하는 중국의 치료법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예방에 체질 따른 양생 섭생법 강조
상한방과 결합해 다양한 치방도 가능

장현진 사상체질의학회장은 “한의학도 손씻기 등 개인 위생관리 및 면역력 강화, 다른 질환을 앓는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등 신종플루에 대한 일반적인 예방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다만 여기서 좀 더 들어가면 한의학적 예방법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체질에 따른 예방법으로 양생법, 섭생법 등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체질에 따라 “소음인은 몸을 냉하지 않게 하고 기운을 허약하게 하지 않는 보중익기탕 생강차 유자차 인삼차 등을 권하고, 소양인은 기본적으로 열이 있는 체질이므로 열을 청열시키고 보음시킬 수 있도록 육미지황탕 전호 시호 형개 방풍 금은화 연개 등이 좋다. 태음인의 경우 간열을 식혀 주는 처방으로 태음조위탕 열다한소탕 길경 오미자 상백피 무즙 은행 배 등을, 태양인은 처방이 단순해 오가피 머루 다래 등을 권한다”고 말했다.

병증의 초기 대응법에 있어서는 ▲소음인-양난지기 ▲소양인-음청지기 ▲태음인-발산지기 ▲태양인-흡취지기라 하여 각 체질의 보명지주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상 처방이 상한론과 접근법이 같은 부분이 있다며 “병의 1단계에서는 상한론에 맞춰 체질방을 운용하게 되며 2단계에는 몸의 단점을 보완하고 면역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특히 “상한방에 있어 전변이 초-중-말-위증까지 진행되는데 이때 각각의 상한론 처방에 사상방을 결합해 보다 다양한 처방이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邪氣로 생긴 열성 전염병 천행온역 정의
동의보감 온역 처방 각 형상에 맞게 치방

<동의보감>을 근거로 연구하는 대한형상의학회의 백근기 교수(본디올경희한의원장)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염병은 항상 발생했고, 그때마다 커다란 희생을 겪으면서 예방과 치료법이 끊임없이 개발됐다”며 “한의학에서 신종플루와 같이 유행성이 강한 邪氣로 생긴 열성 전염병을 ‘천행시역(天行時疫)’, ‘천행온역(天行瘟疫)’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온역’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으로 “동의보감에서는 ▲역병을 예방하려면 초기에 정기산, 향소산을 복용한다. ▲온역 초기 1-2일 사이에는 구미강활탕을 복용하면 신효가 있다. ▲온역은 상한의 정치법으로 대한(大汗)과 대하(大下)를 하면 안되고 반드시 中을 좇아 치료해야 하니 소양경과 양명경의 약을 쓴다. 소양경에는 소시호탕으로, 양명경에는 승마갈근탕에 가감하여 치료한다. ▲사계절에 따라 봄에 온역이 생기면 갈근해기탕, 여름에는 조역이 생기면 조중탕, 가을에 한역이 생기면 창출백호탕, 겨울에 습역이 생기면 감길탕을 써야 한다. ▲또 온역의 표증에는 형방패독산을 쓰고, 반표반리증에는 소시호탕을 쓰고, 리증에는 대시호탕을 쓴다. 그리고 온병의 중상이 분명치 않을 때는 먼저 패독산으로 치료하여 사기가 어느 경맥에 들어갔는지를 본 후에 경맥에 따라 치료한다. ▲이외에도 청열해독산, 가미패독산 등으로 온역을 치료한다고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형상의학에서는 이러한 처방들을 형상에 맞게 치료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태음형은 정기산을, 기과인 경우는 향소산을, 태양형은 구미강활탕을, 소양형은 소시호탕을, 양명형은 승마갈근탕을, 삼양이 발달한 사람은 패독산을 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약 투여 동질의 치료율에 비용은 양약 대비 1/7 수준
경증의 경우 중의약 치료, 위중한 증세는 중서 결합치료
‘신종플루 진료방안(제2판)’에 중의변증 치료 구체적 적시

한편 중국의 경우 한의학적 치료법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임상례를 하오충신 중국 중의과학원 원장이 지난 17일 개최된 신종플루 국제한의학세미나에서 발표한 바 있다. 차오훙신 원장은 중국의 신종플루 치료현황 보고를 통해 “중국 정부에서 경증의 경우 중의약 치료로, 위중한 증세는 중서의 결합치료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중의병원 뿐만 아니라 양의병원에서도 한약을 동시에 투여하고 있다고 한다.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9월16일까지 신종플루 환자가 10221명이 발병해 완쾌된 경우가 6098명이며 사망자는 현재까지 없다. 평균 치료기간은 3~5일, 신종플루 초기엔 중의약을 우선 투여하고 있다. 특히 한약의 투여치료가 치료율 뿐만 아니라 양약 치료제 대비 약 1/7 비용으로 동질의 치료율을 보인다는 점에서 경제적으로도 우수성이 엿보인다. 그는 “현재 한약은 임상적 투여와 동시에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연구가 함께 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재까지 뚜렷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가 보고한 중국 위생부가 7월10일 발표한 ‘신종플루 진료방안(제2판)’을 보면, 일반 치료, 항바이러스 치료, 기타 치료 외에 중의변증 치료가 포함돼 있다. 중의치료의 경우 ▲발병 초기, 기침이 가볍고 가래가 적을 때: 기본 방약으로는 银花 15g 连翘 15g 桑叶 10g 杭菊花 10g 桔梗 10g 牛蒡子 15g 竹叶 6g 芦根 30g 薄荷(后下) 3g 生甘草 3g과 水煎服으로 1일 1~2회 복용하고 여기에 舌苔이 厚腻하면 광곽향과 패란을 추가하고 咳嗽가 심하면 행인과 비파엽을 추가하고, 腹泻가 있으면 천황련과 광목향을 가감 ▲고열 해수 가래가 점조해 객담이 시원하지 않을 때: 기본 방약으로는 炙麻黄 3g 杏仁 10g 生甘草 10g 生石膏(先煎) 30g 知母 10g 浙贝母 10g 桔梗 15g 黄芩 15g 柴胡 15g으로 하루에 1~2회 복용, 便秘가 있으면 생대황을 가감 ▲고열, 烦躁불안, 심하면 神昏, 咳嗽 등일 때: 水牛角 15g 生地 15g 赤芍 10g 银花 15g 丹参 12g 连翘 15g 麦冬 10g 竹叶 6g 瓜蒌 30g 生石膏(先煎) 30g 栀子 12g으로 하루에 1~2회, 便秘가 있으면 생대황을 추가하고 高热肢体抽搐하면 羚羊角粉을 가감하게 된다고 한다.
이에 앞서 세계 최초로 중약만을 이용해 완치한 사례를 발표한 광둥성 중의원 대학성의원의 경우 신종플루 처방법으로 “유행성 감기 치료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열, 선폐, 이습을 위한 은교산 가감처방 탕제를 위주로 치료했고, 증세 변화에 따라 처방을 조절해 소시호탕을 가감 처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환자 체온이 정상으로 회복한 뒤에는 건비거습을 위해 삼령백출을 가감 처방했다.

정부 신종플루 항원·항체 검사권한 한방에도 줘야
한의학계 한방치료 임상보고서 내려는 노력 필요
신종플루 예방 치료 관련 한의계 통합지침 나와야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신종플루의 항원·항체에 대한 검사권한을 한방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의학이 아예 접근조차 못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꼽힌다. 장현진 회장은 “보건 당국이 치료제를 독점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에 휘둘리지 않고, 중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용 대비 효율적인 한방 치료제의 개발을 위해서라도 한의약의 효과를 입증할 기회를 주고 연구개발에도 지원해야 한다”며 보건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한의학계 역시 중국의 사례를 빗대어 한의학 치료의 우수성을 내보일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보고서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회장은 “객관적인 치료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거점병원이면서 협진이 가능한 병원에서 한방치료를 한 임상례들을 모아 임상보고서를 내야 한다”며 이러한 객관적인 자료가 뒷받침되면 보건 당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한의원장도 “한의학 치료의 우수성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동물실험 등 전임상시험 및 1상시험을 통한 객관적인 연구자료들의 제시가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후 2상, 3상 임상시험의 단계로 나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임상실험이 진행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의학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장 회장은 일선 한의원에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종플루의 확진과 치료를 할 수 없는 개원가의 특성상, 치료에 앞서 기존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종플루에 전염되지 않도록 예방법을 철저히 숙지시켜 병의 확산을 막자”며 “과거 ‘감기치료는 한의원에서’라는 캠페인을 통해 국민의 인식이 바뀌었던 사례를 보았다. 이처럼 신종플루의 예방차원으로 접근해 각 한의원에서 진료하던 기존 환자들의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신종플루가 발병하지 않도록 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각기 다른 목소리로 한방 치료법을 주장하고 있는 한의학계의 분산된 목소리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 바 있다. 한의학적 치료법의 우수성을 공통된 목소리로 정부 당국에 제시하기 위해선 우선 통합된 지침을 만들고, 객관적 시험연구가 가능한 연구소 등이 하루 빨리 연구논문과 임상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게 뜻 있는 한의학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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