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공학의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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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공학의 특별한 만남
  • 승인 2009.09.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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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교정진단으로 한의학의 글로벌화 추구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서양의학이 극복하지 못한 만성·난치성질환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한의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그 우수성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의 체계화, 과학화, 세계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척추교정을 통한 새로운 치료법을 추구하며 관심 받고 있는 척추교정진단에 대해 이 치료법의 데이터화 작업을 진행 중이면서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한국과학재단지정 우수연구센터(ERC)로 선정된 인간 중심 제품혁신 연구센터(HPRC)의 연구지원부장인 김권희 고려대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와 유홍석 척추교정진단학회 부회장이 8월28일 고려대 공대 건물에서 만나 대담을 나눴다.

“이 치료법을 연구하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죠. 제가 3년 간 혈압치료 때문에 약을 먹고 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유 원장님이 저에게 척추교정을 받아보지 않겠냐고 권하는 거에요. 척추교정을 해서 혈압약 끊은 사람이 여럿 있다면서…. 처음엔 긴가민가 하는 생각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좋아져서 알러지로 고생하는 제 아들을 치료해 보게 했어요. 6주만이든가 알러지가 사라지더군요.”(김권희)
김 교수에게는 믿어지지 않을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이후 그의 동료 교수들과 HPRC 연구진도 김 교수의 소개로 효과를 확인한 후 이 치료법을 통해 질병치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보자고 판단,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들었다. 치료효과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유홍석 부회장이 말을 거들었다.
“기존 척추교정이 근골격계의 통증치료 위주라면 척추진단학회 교정효과는 근골계 통증치료 뿐만 아니라 심장병 위장병 간장병 고혈압 당뇨 등 내과질환을 비롯해 알러지 아토피 등 난치병에서도 탁월하고 우수한 치료효과가 나오고 있습니다.”(유홍석)

척추교정진단법의 특징은 골반 교정을 통해 틀어진 뼈가 펴질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우선하고 좌우로 틀어진 극돌기를 진단과 교정의 대상으로 삼는다. 경추병은 흉추7번까지 포함해 교정하고, 요추병은 흉추8번까지 포함해 교정한다. 발과 해머를 사용해 과감하고 신속한 교정을 하지만 안전하다는 게 유홍석 부회장의 설명이다.
HPRC에서는 진단 및 교정에 관련된 모든 행위의 방법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도구들을 계측화하고 체계적으로 데이터화 하는 작업, 인과관계 규명, 인간의 노동력(근력)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진단과 교정에 관련된 디바이스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치료 전 CT를 찍어 3차원적으로 뼈를 재구성하고, 치료 전 뼈의 상태와 치료 중간과정, 그리고 치료가 완료돼 가는 상태에서도 CT를 찍어 뼈의 정렬상태, 변화, 그 사람의 혈당치 등이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연구단계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계량화해서 데이터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죠.”(김권희)

기존 척추치료법과의 차이, 특징이 뭔지 궁금하다.
“기존 척추치료법인 카이로프락틱이나 추나요법이 문제가 되는 뼈 위주의 교정이라면 척추진단교정학회가 사용하는 교정법은 척추 전체를 전일개념으로 보고 문제가 된 뼈의 원인을 찾아 접근하는 치료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충분한 공간 확보를 통한 교정이 이뤄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현대인의 근력 약화로 교정된 뼈를 지속적으로 유지 못하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척추교정진단은 자가치료 방법인 교정석이라는 고정기구를 사용해 교정된 뼈의 이탈을 막아 교정과 고정이 동시에 이뤄져 교정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유홍석)

HPRC는 여러 대학의 근골격계에 관련된 주로 생체역학 전공의 교수 14명으로 구성됐으며, 연구는 인체와 밀접한 접촉을 하는 제품들의 혁신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학회와 공동으로 나온 결과들(강의, 환자 치료, 제품, 기술이전 등)을 수치화하고 자료화해 1단계 평가를 대비하는 게 단기적인 이정표이고, 학회와 HPRC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새로운 치료기술을 지속적으로 보급하고 HPRC가 개발한 장비들을 소개하고 객관화시켜 척추교정진단에 대해서는 한국이 세계적인 종주국이라 불리는 글로벌화가 목표다.
그러나 척추교정진단은 항간에 연구방법이나 접근방법이 한의학적 측면보다 양방에 근간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는 시선들이 있다.
“디스크 치료에서 신경유주를 보고 치료한다면 양방적이라 하고 위장병 치료에서 위수혈 주위 뼈를 교정한다면 한방이라 할 건가요? 척추교정을 통해 단순 근골계 통증의 치료 뿐만 아니라 내과질환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의학이나 양방의학에선 시도되고 있지 않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방법론)으로 엄밀히 말하면 한방도 양방도 아니라 할 수 있으므로 많은 한의사들이 먼저 활용해 좋은 결과를 갖게 된다면 한방의 고유영역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믿습니다.”(유홍석)

한의학이 내적인 논리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他 분야의 충고도 어느 정도 수용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들이 있다.
“한의학은 자연치유력을 극대화시켜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면에서 우수하다고 생각됩니다. 한의학이 그러한 우수성이 많은데도 그동안 체계화, 과학화, 세계화에 미흡한 면이 없지 않았죠. 진단과 치료가 상당히 주관적이고 정량적이라기보다는 정성적인 면들도 없지 않은데 이러한 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링과 사이언스 커뮤니티 분야와 적극 협력해 나간다면 서양의학 못지 않게 세계적인 위상을 세울 것이라 봅니다.”(김권희)

김 교수는 체계화, 과학화를 통해 국민에게 좀 더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유 부회장은 한의업계의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이 많은 동료 한의사들이 새로운 치료법에 동참해 주기를 희망했다.
“현재 한의학은 주로 침, 뜸, 한약에 의존하고 있으나 한약은 오염성분 운운하며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뜸은 무면허업자의 시술보다 못한 취급을 받을 정도니까요. 결국 환자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상황인 만큼 보다 많은 한의사가 새로운 치료법에 동참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유홍석)

지난해 발족해 60명의 정회원이 활동 중인 척추교정진단학회는 최근 고려대 내에 학회 사무국을 열었고 9월 중에 학회 창립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HPRC는 척추교정진단 연구를 계기로 한의계와 인연을 맺은 만큼 앞으로 한의학의 어떤 분야든 연구를 제의하면 함께 할 생각이다.
유홍석 척추교정진단학회 부회장은 현재 약침학회·침구학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서울 서대문구 유풍한의원장으로 있다. 김권희 고려대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는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자동차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정리 = 민족의학신문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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