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23] (舍巖)靑囊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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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23] (舍巖)靑囊訣
  • 승인 2009.06.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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舍巖의 遺訣인가, 正五行鍼道

우리에게 익숙한 서명이지만 印本으로 유포된 南采祐의 동명서(203회 靑囊訣-醫囊無底 醫界의 華訣)와는 내용이 전혀 다른 책으로, 단권의 필사본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영인본으로만 유통되고 있다. 서발이 따로 붙어 있지 않으나 목록과 본문 첫 장에 관련 사항이 간단히 정리되어 있어 대강 전승내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본문의 珍珠囊藥性賦 題下에 ‘東萊 梵魚寺 道僧 原著’라고 적혀 있는데, 원작자의 法名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오랜 동안 佛家에서 이어져 오던 전래의 치법이 담겨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다음 줄에는 ‘甲辰春三月授學于牧巖鄭先生基亨氏’라고 되어 있고 또 다음 행에는 “戊辰秋十月授學于竹西金先生鍾台氏’라고 표기되어 있어 여러 선생으로부터 이 책에 담긴 비법을 전수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인적사항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으며, 작성 시기는 대략 일제강점기인 1928년경으로 추정된다.

청낭결목록은 간단하게 5가지 부류로 나뉘어져 있는데, 珍珠囊藥性賦, 塗氏藥性賦, 隨症用藥法, 正五行針道, 達生秘書로 구분되어 있다. 珍珠囊藥性賦는 元代 李杲의 원작으로 總賦와 主治指掌을 요약하여 편집한 내용이 원작과는 다소 다르다. 이어 塗氏藥性賦에는 益智仁, 兎絲子, 高良薑, 吳茱萸로부터 丁香, 木香, 三稜, 蓬朮까지 88종의 약물에 대한 약성시가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이 陶弘景의 『本草經集注』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며, 그 출처를 알기 어렵다. 隨症用藥法은 중풍, 구안와사, 手足搐搦으로부터 제반 중독, 骨鯁에 이르기까지 170종 가량의 질환에 대한 주치약물을 수재해 놓았다.

그 다음 正五行針道가 중요한 대목인데, 이른바 舍巖針法의 정수를 요약해 놓은 부분으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天干十神所屬 항에는 10가지 천간에 오장육부를 배속하고 장부간의 생극관계를 설정해 놓았다. 이어 각 경락별로 오행혈의 위치와 자침심도, 뜸의 장수를 기록해 놓았다. 또 보사법에서는 남녀와 오전, 오후, 음경, 양경에 따라 진퇴로 보사를 구분하였고 一身所屬臟腑에서는 전신의 각 부위별로 해당 경락을 분속하였으며, 또 五臟六腑所屬病에서는 장부별로 대표증상과 말단부 증상을 열거해 놓았다.

이어 본절에서는 1장 중풍으로부터 43장 치루에 이르기까지 각 병증별 요혈과 보사수기가 기재되어 있는데 대략 우리가 알고 있는 사암오행침법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이후로도 正格補瀉와 散針法에 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데, 후자는 대개 사암침법을 응용한 경험침법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내용가운데 ‘田尙州梅堂經驗方’이라 적어 놓은 곳도 보여 사암침을 활용한 여러 사람의 경험이 집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達生秘書에는 婦人科專門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데, 1918년 黃瓚이 펴낸 『달생비서』(49회 詩經과 生産 참조) 가운데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여 기재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근간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의학자가 필자에게 자신이 연구한 사암침법에 대해 국내학계와 학술교류를 요청해 왔다. 대화 중에 한국고유의 침법이라고 자랑하는 사암침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회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서로 놀라워했다. 그간 이 침법은 四溟堂 松雲大師의 제자로 알려진 사암도인이란 분이 비전했다는 口傳만 전할 뿐 그 전승내력이나 奧義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6.25전쟁 중 杏林書院 이태호 씨에 의해 발굴되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간단한 시술과 신속한 효과로 인하여 이 침법에 매료된 한의계 많은 인사들로부터 애호를 받아왔다. 또 최근에는 몇몇 젊은 교수들의 손에 의해 원문이 영역되어 해외에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사암침법을 손쉽게 익히고 보급하기에는 여러 가지 난관이 놓여있다. 이 자료가 한국 전통침술을 복원하고 고유침법을 계승하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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