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22] 石室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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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22] 石室錄
  • 승인 2009.06.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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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온갖 치법이 한 자리에

淸代 醫家 陳士鐸이 지은 『石室秘錄』의 朝鮮抄本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조선의가들에게 널리 애용되어진 책 가운데 하나이지만 조선에서 간행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淸 康熙연간인 1687년에 처음 저술되었으며, 50여 차례 간행되었다. 陳士鐸은 지금의 北京에서 遊客으로 지내면서 異人을 만났다고 僞稱하면서 明末淸初의 의가인 傅山의 저작들을 전수받아 정리하고 책으로 꾸며 다른 사람의 경험을 곁들여 넣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 책을 간행하였기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으로 이 책 말고도 『洞天奧旨』, 『辨證錄』(혹칭 『百病辨證錄』,『辨證奇聞』) 등이 더 있다.

오늘 소개하는 조선 傳寫本에는 辛丑閏三月이라고 등사시기가 적혀 있어 1842년에 작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초본에는 본문에 앞서 원문을 교정한 義塢 사람 金以謀의 서문(石室秘錄序)이 붙어 있다. 중국에서 간행한 다른 목판본을 대조해 보니 이 서문 말고도 呂道人 등의 서문 몇 편이 더 실려 있다. 마지막 책의 권말에는 金以謀의 짧은 발문이 하나 붙어 있는데, 서문에는 後學이라고 밝혀 있으나 발문에서는 陳士鐸(遠公)과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서로 神交로 交感하여 이 책을 얻어 보고 그 신기함에 감탄해 마지않아 1자도 고치지 않았다고 하였다. 傳本 과정은 각색된 것이 분명하며, 매우 극적이다. 후대 판본에는 아예 저자가 ‘中淸殿天師岐伯’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본문은 禮, 樂, 射, 御, 書, 數로 구분한 6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조선초본은 그중 1권을 합하여 仁, 義, 禮, 智, 信 5책으로 분책되어 있다.
권1에는 正醫法, 反醫法, 順醫法, 逆醫法과 內治, 外治, 完治, 碎治, 大治, 小治, 偏治, 全治, 生治, 死治法 등이 수록되어 있다. 권2에는 上治, 中治, 下治, 先治, 後治, 急治, 緩治, 本治, 末治와 같이 서로 대립되는 치법들이 수재되어 있는데, 開治, 廢治, 吐治, 泄治法까지 모두 30종의 각종 치료법이 실려 있다. 권3에는 王治, 覇治, 倒治로부터 臥治法, 饑治法, 飽治法까지 39종의 치료법이 수재되어 있고 권4에는 富治, 貧治, 産前, 産後治法으로부터 氣治, 暗治, 明治法까지 33종의 치법이 망라되어 있다.

또 권5에서도 久治, 暫治, 遠治, 近治 등으로부터 輕治法, 重治法, 瘟疫治法, 瘴癘治法, 得治法, 失治法, 意治法, 神治法까지 12가지 치법과 傷寒相舌秘法, 岐天師兒科治法, 諸眞人傳授兒科, 張眞人傳痘疹門, 錢眞人傳痘瘡神方, 岐天師又傳治回毒歲久不愈方, 岐眞人傳兒科秘法, 長沙張眞人傳治小兒感冒風寒方 등 전설적인 치료법이 수록되어 있다.
한편 권6에는 雷眞君親傅活人籙으로 되어 있는데, 傷寒門 41條, 中寒門 6條, 中暑門 9條, 水濕門 9條, 熱症門 3條, 燥症門 17條, 內傷門 34條, 血症, 腹痛, 喉痛, 氣鬱, 癲症, 狂症, 呆病, 厥症, 班疹, 亡養, 痢疾, 五絶, 砠毒, 號傷, 湯火像, 鬱疽倂無名瘡毒에 이르기까지 23항목이 들어 있다.

이상 전서의 구성을 요약해 보면 권1∼권5는 병증, 맥상을 나누지 않고 총 128법을 총괄하여 기술하였고 치료방제와 경험의안을 열거하였으며, 마지막 권6은 상한과 잡병류의 증치법을 수록하고 있다. 대개 이 책에 실린 의론은 일반적인 醫學論著와 다르며, 독특한 견해가 적지 않아 많은 임상가들로부터 애호를 받았다. 특히 치료처방에 새로운 뜻이 많이 담겨져 있어 방제의 원리와 입방 원칙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서는 치법을 강령으로 삼아 서로 대립되는 치법과 치료원칙을 열거하여 기술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외에도 원문에 岐伯의 口授와 張機, 華陀, 雷公의 評述을 인용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실은 傅山의 遺著를 陳氏가 보충하고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남의 저술을 가져다가 先人의 옷을 입혀 포장한 표절과 가탁이 점철된 僞書임에 분명하지만 임상가의 욕구를 잘 인지하고 있었기에 책만은 조선에까지 널리 호평을 받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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