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자살과 한의사사회가 생각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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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자살과 한의사사회가 생각해야 할 것들
  • 승인 2009.05.2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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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예방의학적 역할 필요 시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것도 “자살이란 최악의 방식”으로. 그는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으며 한국의 최고지도자였다. 왜 그러한 방식으로 죽어야 했는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개인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특히 자살은 중요한 사회의학적 문제이기 때문에 의학을 하는 입장에서 깊이 생각해야 하며, 그래서 우리가 의학적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면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을 자살바위로 밀어 올리게 한 게 나나, 우리의 방관이나 무관심, 이기심 등이 아니었는지 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나만, 내가 소속된 집단의 이익에만 매몰되어 남에 대한 배려와 이해, 공존이라는 더불어 사는 가치가 없어졌다. 정치, 경제, 우리의 보건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의료분야는 한의사와 의사간의 반목과 무시관계가 진행된 지 오래됐으며, 한의사내부에서도 동서가 분리되고, 학교출신별, 개업의와 전문의, 교수와 학생, 기초교수와 임상교수, 한의원과 병원간 등 내부갈등과 불신으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반목만 있을 뿐이다. 오직 나와 나의 이익관계만 있으며 국가나 사회, 한의사사회 전체에 관심과 애정은 없다.

지도자의 자살은 정치적인 문제만은 아니며 지금 한국의 보건의료계, 한의계, 그리고 나 자신의 문제로 치유하고 예방해야 될 것들이다. 또한 의료인으로서 나와 우리의 책임과 의무이다. 그의 자살은 우리사회의 현실이 너무 각박하고 삭막하다는 의미이며 우리사회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이렇게까지 되게 한 우리 모두는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잘 아는 것처럼 한 사람의 훌륭한 지도자는 의사 일만명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 경제, 교육, 안전문제 등 사회적 내부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다면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은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 노인, 그리고 경제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불평등하고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면 더욱 그 영향력은 크다. 왜냐하면 그러한 계층들은 돈도 없고, 생활여건도 안 좋고 병이 나도 의료기관을 잘 이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건강수준도 매우 낮고 질병이 많고, 수명도 짧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도자의 역할은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더불어 가난하고 소외받고 있는 계층에 대해서 정치적 관점이 있다면 더욱 훌륭하다.

필자는 지금 미국에 방문학자(교환교수)로 체류 중으로 멀리서나마 고국의 지금 여러 상황에 대해서 걱정이 앞선다. 지도자의 죽음과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이 나에게는 예사롭지 않으며 불안하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약간 창피하기도 하다. 그러나 글 쓰는 지금은 행복하다. 왜냐하면 평소 알고 지내는 미국인 친구가 찾아와서 한 말 때문이다.

나로서는 깜짝 놀란 얘기이지만 “너희 나라 지도자가 죽음으로 자신의 수치심을 지키려고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라. 너희 나라 지도자 말고 어느 나라 지도자 중에 자신의 자존심과 명예를 위해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었는가” 하고. 그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나에게는 매우 슬프고 가슴 아프지만 우리사회에 아직도 양심을 지키고 수치심을 중시하는 지도자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역설적이게도 오랜만에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어쨌든 그의 죽음이 개인적, 우리 사회적, 그리고 한의사사회적으로도 헛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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