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17] 單方新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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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17] 單方新編
  • 승인 2009.05.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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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짐승의 병, 함께한 한글의서

대한제국의 명운이 기울어가던 隆熙 2년(1908) 錦石 李義絅이란 분이 조선 후기 명의로 이름난 舟村 申曼과 최고의 실학자인 茶山 丁若鏞의 경험방 가운데 가장 긴요하다고 생각되는 간이방을 발췌하고 국문으로 번역하여 펴낸 것이다.
숙종대에 활약한 신주촌과 정조시대 인물인 정다산의 경험방이 한 책에서 만나게 된 것도 흥미롭지만 두 사람의 경험방을 한 데 모아 한글로 옮긴 의도 역시 의미가 깊다. 아쉽게도 편역자인 이의경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주촌 신만은 조선 중기 손꼽히는 명의로 원래 중인 신분의 業醫가 아니라 懷德의 松村에 살면서 尤庵 宋時烈에게 배운 유학자이다. 1620년(광해군 12)에 출생하였고 1636년(인조 14) 병자호란을 맞이하여 강화도에서 모친과 처를 난중에 잃고 낙심하여 仕宦의 길을 접었다고 한다. 충청도 鎭岑의 舟村에 살았기에 주촌으로 호를 삼았다. 자를 만정이라 하였고 혹은 술을 너무 좋아하여 호를 酒村이라고 쓰기도 하였다고 전한다.

그의 경험방을 모아 충북 沃川에서 연활자로 간행한 『舟村新方』에는 1687년에 작성한 저자의 서문이 붙어 있어 그가 68세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경험방을 저술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신만의 경험방은 아마도 이 『주촌신방』에서 채록된 것이겠지만 『주촌신방』 또한 내용이 다소 다른 인쇄본(1930年刊)과 필사본 두 종이 전해지고 있어 판본대조가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의 경험방은 『소아과비방』과 『신편묘방』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경험방서가 전해지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다산이 남긴 경험방이라는 실증적 증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다산이 오랜 유배생활 중 많은 의방서를 섭렵하고 의학을 깊이 연구한 점으로 보아 적지 않은 경험방을 남겼음에 분명하다. 또한 이 책의 수록 내용 중『주촌신방』을 중심으로 비교 대조한 신만의 경험방이 일치도가 높을 경우, 나머지 처방에서 다산의 경험방을 추정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서는 風門, 寒門, 濕門으로부터 諸傷門, 解毒門, 救急門, 六畜病에 이르기까지 46가지 병문과 450여 병증 항목으로 나누고 그 아래 치방들이 수록되어 있다. 서문은 없고 목록에는 12면에 걸쳐 상세하게 병증항목이 열거되어 있어 찾아보기 용이하다.
또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부 병증항목에는 일일이 한글풀이가 달려져 있어 이 책이 전문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에게 건강지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꾸며진 가정의학서 임을 알 수 있다.

본문은 이론 제시 없이 곧바로 병증에 대해 단방 중심의 투약 치료법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 또한 전문은 한문으로 된 원문과 한글로 풀어쓴 역문이 앞뒤로 대역되어 있어 대조하여 볼 수 있다. 훗날 池松旭은 이 책을 바탕으로 내용을 증보하고 편역해서 『增補單方新編』을 펴내기도 하였는데, 내용은 서로 많이 다르다.

특별히 이 책에는 사람의 질병뿐만 아니라 가축의 질병에 대하여 별도의 항목을 두어 수록하였는데, 六畜病(륙축병)이란 항목에 牛病, 馬病, 羊病, 猪病, 狗病, 鷄病에 대한 치료법이 들어 있어 흥미롭다. 대개 조선 초기부터 『新編集成馬醫方』과 『新編集成牛醫方』을 펴내 소와 말을 중시하였고, 방역서의 일종으로 『牛馬羊猪染疫病治療方』을 펴낸 적이 있지만 狗病, 鷄病까지 다룬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요즘처럼 人獸間 전염이 문제되는 상황에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래의 단방과 구급방을 수록한 책이 적지 않지만 출처나 저자가 불명확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주촌 신만과 다산 정약용, 두 사람의 경험단방을 가려 뽑아 병증항목별로 찾아보기 쉽게 분류하고 친절하게 한글로 대조 번역하여 활자본으로 출판함으로써 부족한 의료체계 아래서 의학정보가 필요하던 대중들의 욕구에 부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한제국 시기 전통적인 언해의서의 마지막 변화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다방면에서 연구가치가 크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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