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10] 麻衣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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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10] 麻衣集
  • 승인 2009.03.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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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形察色과 길흉화복

오늘 소개할 『마의집』은 전문의서가 아니라 얼굴의 형상을 보고 운명을 점치는 이른바 觀相家의 필독서인 『麻衣相書』의 이종사본이다. 필사자가 相書의 내용 가운데 골자만을 골라 채록하고 서명도 달리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중국목판본이나 국내 전본이 작고 휴대하기 편한 작은 판형임에 비하여 이 책은 마음먹고 큼직한 크기의 종이에 넉넉하게 써내려간 품이 직업적인 術士의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序跋은 없고 단권의 필사본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첫머리는 상법의 기본원칙에 해당되는 내용들이 개괄되어 있는데, ‘麻衣先生論’이라는 제목으로 얼굴의 기본형을 金木水火土形 5가지 형태로 구분하였고 귀도 역시 5행 속성으로 나누어 분류해 놓았다. 또 九靈歌, 秋潭歌, 流年運氣部位歌, 麻衣先生石室神異賦에서는 관상의 요령을 대구를 이루어 간명하게 기술해 놓았는데, 그 형태가 마치 四診의 개요를 적어놓은『察病要訣』처럼 간략하면서도 요령 있게 정리되어 있다.

詳論에 들어서는 相頭, 相毛髮, 相眉, 相目, 相耳, 相鼻, 相脣, 相齒, 相鬚髥과 같이 얼굴의 여러 부위를 나누어 상세히 논하였다. 그밖에도 胸背, 乳, 臍腹, 腰, 腿膝, 足, 骨, 肉, 陰囊玉莖, 穀道에 이르기까지 인체 각 부위 곳곳을 관찰하고 있다. 나아가 聲音, 血, 糞, 小便 등 배설물까지 살피고 있어 관상술이 고대의학의 망진법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사마귀[痣]나 斑點을 중요시하고 걷는 자세나 앉은 모습, 누운 모습, 나아가 말하고 웃는 모습까지 기록되어 있어 이것을 한낱 술서로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相養子, 相嬰孩에서는 아이의 걷고 앉는 모습, 이가 나는 상태를 관찰하고 생육의 早晩과 건강이 논해져 있어 한번쯤 참조해 볼만 하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形과 神의 有餘, 不足을 논하고 聲, 氣, 骨, 肉, 頭, 額, 面, 眉, 目, 鼻, 人中 등의 순으로 인체의 부위별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예컨대 “이[齒]는 근육과 뼈의 나머지니 血이 충실하면 이가 단단하고 혈이 衰竭하면 이가 빠진다. 따라서 이란 바로 근골의 성쇠 여부를 살필 수 있는 곳이다”라고 하여 전형적인 한의학적 견해와 일맥상통함을 볼 수 있다.

내용 중 의학과 유관한 것을 살펴보니 주로 山根과 관련된 것들로 “山根이 검은 빛을 띠는 사람은 宿疾이 있거나 아니면 刑獄을 치른 자이다. 산근에 푸른빛이 돌면서 광채가 나는 것은 아이가 생긴 것이고 자주 나타나면 災厄이 찾아온 것이다. 年上(山根 아래 콧마루)에 검은 색이 도는 것은 어려서부터 膿血을 앓은 것이다. 또 병이 오래 되어 눈을 뜨지 못하더라도 神色이 있는 자는 살고 神氣가 없고 입이 벌어지면서 天柱骨이 틀어진 경우에는 죽는다”라고 하였다. 질병에 관한 것은 印堂의 아래, 산근의 위쪽에서 살핀다했는데, 줄무늬가 있고 가라앉은 경우에는 묵은 병[宿疾]이나 고질병[浸痾]이 있는 것이고 풍만하고 황색의 광채를 보이면 병이 없고 온전하다고 보았다.

본문 중에는 수명이나 생사에 관한 언급이 흔하게 보이는데, 입가에 청색이 가득하면 편작도 고치기 어렵고 태양부에 검은 빛이 가렸으면 盧醫(扁鵲의 별명)라도 구하지 못한다고 하였고, 얼굴의 피부가 땅기면 비록 人中溝가 길더라도 수명이 짧아지며 두 눈에 신기가 없고 콧마루가 높이 솟으면 명을 재촉한다고 하였다.
일찍이 『동의보감』·身形篇에서도 ‘형기가 수요를 정한다[形氣定壽夭]’고 하였고 雜病篇 審病門의 明堂察色에서도 코[明堂]와 眉間의 색깔을 살펴 五臟의 有餘, 不足을 가늠한다고 하였다. 돌이켜 생각하니 인생의 길흉화복이 모두다 건강과 질병에서 비롯한다고 보겠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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