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우리문화박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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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우리문화박물지
  • 승인 2009.03.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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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전자 지도읽기

문화적 형태로 이해하고 있음이 돋보이는 이어령의 『우리문화박물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의 원형들을 소박하게 복원해 두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 의학의 특질을 약간이나마 이 책의 한 구석에서 보여주고 있어 반갑다. 그렇다면 우리 의학(醫學)의 특질은 무엇일까?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간이(簡易)함, 명확(明確)함, 그리고 소박(素朴)함이라 할 수 있다.

간이함은 종합에 의해 불필요함을 제외시키고 공통된 특성과 핵심적 내용을 축약함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므로, 지루하고도 방대한 작업의 과정을 거친다. 허다한 서적들을 융합하여 『의방유취(醫方類聚)』가 만들어지고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동의보감(東醫寶鑑)』, 그리고 『방약합편(方藥合編)』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의약방서(醫藥方書)의 이러한 간이함의 과정들이 만들어낸 실용적 가치의 향상이다.

명확함은 그 효과면에서 당장 사용되어 바로 탁월하게 작용하여야 하는 신속함이 그 의미를 지니는 것이므로, 실제적 경험의 입증이 필요한 검증의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적 경험의 축적에 의해 현실적 쓰임이 요긴한 이러한 것들은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 『구급방(救急方)』, 『구급방언해(救急方諺解)』,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 『언해구급방(諺解救急方)』 등으로 이어지며, 그 효과의 탁월함에 그 이후에도 각종 단방서(單方書)는 물론이고 종합의서(綜合醫書)에서도 인용되어져 내려오고 있다.

소박함은 마음의 소통과 약재의 평범함에 있다. 절박한 환자의 마음을 다스림이 이웃집 아저씨와 같다. 또한 아무리 탁월하고 잘 만들어진 처방이라도 복잡하여 손쉽게 쓸 수 없다면, 직접적인 효과를 대중에게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므로 감기에 쓰이는 콩나물국이나 산후의 미역국처럼 우리 의서에서 보이는 향촌의 손쉬운 처방들이 오늘날 민간요법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제 여기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한방 같으면 그 치료효과야 어떻든 약 이름만 보아도 금세 병이 나을 것 같은 기분과 적잖은 위로를 받는다. 다른 것은 그만두고라도 서양의 보약이라고 할 수 있는 비타민제까지도 실험실에서 쓰이는 화공약품과 다름없이 비타민 A니 B니 C니 하는 알파벳이나 숫자의 부호로 이름지어져 있다. 남녀가 서로 화합된다 하여 쌍화탕이니, 몸을 보한다고 하여 십전대보탕이니 하는 한약이름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서양의사에게 이 약을 먹으면 낫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그 경과를 두고 보아야 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한의사들은 대개가 다 한 첩이면 떨어진다고 장담한다. 전자가 환자를 과학적인 입장에서 다루려고 하는데 비해서 후자는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인간의 마음과 그 소통에 기본을 두고 있다. 눈을 날카롭게 뜨고 청진기를 들이대는 양의사의 지적연출과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에 잠긴 듯 진맥을 하는 한의사의 정적연출 방식의 대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의 말이 약간의 오해가 있지만, 과연 오늘날 우리는 환자의 마음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있을까? <값 1만3천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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