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09] 治雜病方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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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09] 治雜病方術
  • 승인 2009.03.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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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안에 담긴 健康念願

읽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손아귀 안에 쏙 들어오는 구병기도 주문암송집이다. 약을 구하기 어렵거나 의료시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사용했던 민간의료풍속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 하겠다. 제목에 雜病이라 이름 붙인 것부터 내상이나 외인육음이 아닌 원인불명의 질환에 치료방법이 막연하거나 약을 쓸 수 없어 속수무책일 때 간구하기 위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기도의 대상은 돌부처나 성황목, 장승 등 여러 형태가 존재하겠지만 日支에 따라 일정한 순환규율을 정하고 대응구조를 마련하려 애썼다는 점에서 막연한 간구 방법과도 다소 차별화된다.

전문은 절첩식으로 되어 있으며, 면수는 대략 20면 가량의 매우 간소한 책자이다. 별도로 표지를 붙이지 않아 첫 면이 겉표지 역할을 하느라 오랜 동안 손때가 올라 마치 보푸라기가 일어난 털옷처럼 가볍고 보드랍다. 이러한 소형 책자를 손안에 감춰진다 해서 手掌本이라고 부른다. 혹은 비슷한 의미에서 항상 소매 속에 넣고 다니다가 꺼내 읽는다는 뜻에서 袖珍本이라고도 부르며, 대략 한 뼘 크기 이내의 작은 책자나 두루마리 형태이다.

이렇듯 휴대가 간편하게 만들어진 책들은 보통 필사자 자신이 꼭 필요한 내용만을 간추려 적기 때문에 내용이 매우 함축적이며, 긴요한 사항만을 간략하게 적기 마련이다. 대개 집안의 직계 先代와 가족 사항을 적은 家乘이나 족보, 유명한 시인의 시귀나 과거시험의 모범답안을 적은 對策文들도 작게 만들어 소지하곤 했다. 그러나 의약과 관련해선 무엇보다도 구급방과 경험방류가 가장 흔하다. 먼 길을 떠나는 과객의 행장이나 집안 살림을 도맡은 부녀자의 괴춤에도 하나쯤 자리 잡을 만한 필수품이었다.

대개 이런 절첩식 수진본은 가능한 작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앞뒤 양면에 모두 기록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 책도 앞쪽에는 ‘治雜病方術’이라 하여 병든 날의 12지에 따라 12가지를 구분하고 각 병증마다 증상과 기도 방식이 기록되어 있다. 예컨대 ‘卯日病’에는 흉복통이 생기는데, 病鬼의 이름은 嘉仲이라 한다. 얼굴빛은 붉고 몸에서는 푸른빛이 돌게 된다. 찹쌀 7홉으로 밥을 지어 북쪽을 향해 진설해 놓고 귀신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 밖으로 19걸음을 나갔다가 물러나 보내면 吉하다고 하였다. 본문 내용의 앞뒤에는 八卦와 天干地支를 배합하여 작성한 원도표가 그려져 있는데, 일진을 맞추기 위해 간단하게 도해화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한쪽에는 ‘術法’이라는 표제 아래 星宿占이 적혀 있다. 별점 보는 내용인데 角亢氐房心尾箕星으로부터 井鬼柳星張翼軫星까지 28宿마다 서로 다른 占辭를 붙여 놓았다. 생노병사로 점철된 인생사에 질고를 피해갈 수 없듯이 건강과 질병에 관한 내용도 적지 않게 기재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유수의 경우, “갖가지 질병이 몸에 들어오니 날마다 온갖 약 들이느라 바쁘다. 하찮은 약으로 무슨 효험이 있겠는가, 土氣가 성한 四季에 이르러야 덜해진다(百病歸身, 日事百藥, 小藥何效, 四季所欠)”라고 하였다.

이어 生氣法은 이른바 生氣福德으로 나이별로 자신의 일진을 보아 순환하는 운세에 따라 日常事의 適否를 판단하는 법이다. 一上生氣로부터 八中歸魂까지 8종으로 나뉘어 반복되는데, 복약을 시작하는 날은 生氣나 天醫(天宜)日을 택한다. 또한 絶體나 絶命日은 건강이 나빠지거나 병이 악화되기 쉽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해석한다. 다분히 소박한 운수풀이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자신의 건강을 살피고 늘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함이 숨어 있다. 하루가 바쁘게 과로를 일삼는 현대인에게 다소간 위로와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상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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