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05] 桑韓唱和塤篪集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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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05] 桑韓唱和塤篪集③
  • 승인 2009.02.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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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品이라 묘사된 朝鮮人蔘

여기에는 침뜸이나 본초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다루어져 있다. 침구법에 관한 문답 하나를 살펴보자.
北尾春竹이 묻기를 “霍亂, 腹痛에 吐瀉는 없으며 惡心嘔吐, 大便閉結, 四肢厥冷, 脈이 이따금 伏한 증상에 枳實大黃湯, 備急圓의 종류와 獨蔘湯, 附子理中湯 등의 처방을 썼는데도 효험을 보지 못하였으니, 효과가 좋은 비방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조선 의원 권도는 “痰이 중초를 막아서 생긴 병이기 때문에 枳縮二陳湯을 쓸 수 있으며, 만약 효과가 없다면 臍中에 뜸 百壯, 承山穴에 뜸 三七壯을 시술한다면 반드시 효과를 볼 것입니다. 이 방법을 일컬어 遇仙灸라고 합니다”라고 알려주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遇仙灸는 인조대 鍼醫였던 李馨益이 임금의 치료에 사용했던 방법으로 『조선왕조실록』에 4회나 등장한다. 조선시대 상용되던 뜸법 중에 하나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배꼽은 인체의 정기가 모인 곳으로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는 이곳으로 호흡을 하고 태어난 다음에 배꼽의 문이 닫히면서 코로 호흡을 시작하기 때문에 생명의 기틀이 여기서 이루어진다고 여겼다.

뜸법은 침법·탕약과 함께 한의학의 중요한 치료수단으로 상용되어 왔지만 조선의가들이 실제 사용했던 뜸법에 대해 현재까지 전해진 바는 의외로 적다.
권도는 관격 증상의 치료를 위해 자신이 제안한 처방이 듣지 않을 경우 臍中에 뜸을 뜨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이는 『동의보감』에 충실한 치료 방법이자 한국한의학의 특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문답에 거론되는 관격증·소아疳眼과 같은 몇몇 증상에 대한 치료의 경우, 당시 침법보다 뜸법을 한층 더 선호하였음을 알 수 있다.

본초에 관련한 문답 가운데는 무엇보다도 인삼에 관한 것이 먼저 눈에 띤다. 일인 飯田玄機는 조선인삼에 대해 상세하고 집요하게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특히 『本草經』에 기재된 上黨蔘과 구분하여 자세히 알려달라면서 아예 화공을 시켜 그 형상을 그려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대한 권도의 대답은 확연하다. “인삼은 『본초경』에서 말한 상당삼을 上品으로 치고 우리나라 北道의 높고 험한 곳에서 나는 것을 絶品으로 봅니다.”

飯田玄機는 조선의원을 다소 의식해 『명의별록』에 상당인삼과 조선인삼을 나란히 최고 품질이라고 평했다고 하면서, 상당삼과 조선삼을 똑같은 등급으로 두고 권도에게 질문하였다.
하지만 권도는 飯田玄機의 이런 언급조차도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는지 ‘상당삼은 上品, 北道인삼은 絶品’이라고 하며 본초서에 실린 내용과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또한 파종과 경작하는 법은 조선에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미 8년 전 辛卯使行에서 北尾春圃가 奇斗文에게 여러 차례 되물었던 화제였다. 사행록과 같은 한일관계 기록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주제중의 하나가 인삼에 관한 것이다.
기해사행뿐만 아니라 18세기 중반까지도 일본에서는 인삼이 온갖 병을 치료하는 神藥으로 여겨졌다. 당시 일본은 조선삼을 일본에 이식시켜 대량 재배하기 위하여 여러 모로 고심하고 있었으며, 조선 의관들은 국가적 이득을 보전하기 위해 당대의 하이테크 기술이라 할 인삼재배법을 애써 가르쳐 주지 않으려 노력하였던 것이다.

방제의 용량에 관한 논점도 있다. 조선에서 사용하는 ‘약 1貼의 분량’과 ‘생강 1片’의 크기와 중량을 물은 것인데, 『계림창화집』에서 竹田定直이 기두문에게 물었던 질문과 똑같다.
일찍이 1682년 임술사행 때 제술관 成翠虛와 문답을 나눈 福岡의 이름난 儒醫였던 貝原益軒은 바로 竹田定直의 스승이다.
그는 자신의 저술 『養生訓』에서 중국인이 일본인보다 頑健하고, 위장이 튼튼하기에 약량이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처방을 쓴다할지라도 한·중·일 3국간에 서로 체질과 용법이 달랐던 것이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문헌연구센터장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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